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하진 Mar 19. 2019

블록체인이 지향해야 할 가치는..

자아실현사회로의 진입을 가속화해야

어느 마을에서 이더님이 닭 한마리를 들고 나타났고, 리플님은 쌀을 들고 그리고 비트님은 옥수수를 가지고 나타났다. 이들은 그토록 재미있는 포커게임을 하기 위해 모인 것이다. 게임에서 이기면 닭이나 쌀 그리고 옥수수를 내어 주는 게임이었다. 한 판이 끝나고 이긴 이더님에게 쌀과 옥수수를 주고 게임이 끝나버렸다. 다시 게임을 하려면 닭한마리 만큼의 쌀과 옥수수를 가져와야 했다.


그런데 옆에 있던 블록님이 자기에게 닭과 옥수수 그리고 쌀을 맡기면 바둑알을 내어주겠다고 한다. 그것도 100알씩이나 그래서 가져온 것들을 맡기고 100알씩의 바둑알을 가지고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이제 그야말로 포커판이 제대로 벌어졌다. 하루 이틀 재미있게 게임을 해도 바둑알이 있는 한 게임은 계속될 수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블록님이 아닌 머니님이 바둑알을 관리하기 시작하면서 머니님이 바둑알을 빌려주었으니 게임 할 때마다 바둑알 한개씩을 사용료로 받겠다고 통보를 해버렸다. 그래서 게임 할 때 마다 바둑알을 머니님에게 주기 시작했다. 머지 않아 판돈은 줄어들어 게임이 시들하게 되자 다시 머니님이 바둑알을 빌려준다.



머니님의 바둑알은 계속 쌓이고 이때 바둑알을 다 잃게 된 이더님은 다시 이자라는 것을 떼고 바둑알을 빌려 게임을 계속한다. 결국 머니님의 바둑알을 계속 쌓이고 이더님과 블록님 그리고 비트님은 하면 할수록 결국은 부족해지는 바둑알 때문에 끊임없이 닭과 쌀과 옥수수를 가져와야 했다.


우리 삶의 모습이 투영되는가.

1일 외환거래량이 수천조원에 달하는 현 경제시스템의 위너는 누구일까? 우리가 상상을 하던 못하던 간에 바둑알을 찍어내는 중앙은행 그리고 그것을 굴리는 머니님들이다. 그들은 그저 바둑알을 빌려주고 비싼 이자를 받아간다. 은행 빛이 없어 괜찮다고? 그렇지 않다. 인플레이션은 가만히 있어도 바둑알의 가치를 떨어뜨려 우리는 원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또 다른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왜 땅의 과거와 현재 가격이 달라야 하는 지, 왜 닭 한마리 가격이 20년 전에 비해 더 비싸야 하는지 우리는 잘 알지 못한다. 어찌되었건 우리는 끊임없이 돈을 더 벌지 않으면 현상 유지가 안되는 삶을 살고 있다. 한마디로 돈의 노예가 되고 만 것이다.  


사람들은 돈을 벌기 위해 자원을 파해쳐 가공을 하고, 없던 서비스를 만들고 아무튼 돈이 된다면 간도 쓸게도 빼줄 만큼 열정적이지 않으면 루저가 되고 만다. 그 결과 호모 사피엔스라는 암세포 같은 종 때문에 이 지구 상에 존재하던 수 많은 다른 종이 사라져 버렸다. 또한 지구자체도 더 이상 견디기 힘들 정도로 넘쳐나는 쓰레기, 각종 공해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바둑알을 빌려가게 하고 바둑알을 바쳐야 하는 게임 아닌 노동에 시달리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우리에게 남은 것은 종말임이 불보듯 뻔하다.


지금의 방식으로 인류가 도시문명으로 뛰어들어 돈을 벌고자 노력한다면 과연 지금의 지구 자원이  이들을 다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가. 종교적 신념이 되어버린 돈을 벌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과연 우리를 행복한 미래로 이끌 수 있을까.  바둑알만 내어주고 바둑알을 거둬들이는 머니님들에게는 천국처럼 보일 지 모르지만 암세포가 결국 숙주를 죽게 만든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제 호모사피엔스는 이 탐욕스러운 지금의 삶의 방식을 멈추지 않으면 우리의 터전인 지구를 종말로 이끌고 멸망할 지 모른다. 어차피 죽을 건데 뭔 걱정이냐고? 나는 인류의 집단지성이 역사의 진화를 무시한 채 그렇게 종말을 맞이할 것으로 믿고 싶지 않다.


인류는 이제 터닝포인트를 만들어 내리라 믿는다. 새로운 특이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고 믿는다. 그것은 인류 뿐만 아니라 우리와 함께 하는 지구 상의 다른 생물들과도 공존하는 삶의 방식을 찾으리라 믿는다.


만약 머니님이 바둑알을 내어주며 이자를 받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상상하기도 힘들지만 줄지 않는 판돈 덕분에 그들은 아주 오래도록 게임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어느 한 사람이 바둑알을 다 잃게 되어도 별 부담없이 바둑알을 나눠 주고 다시 게임을 즐길 수 도 있다. 하지만 만약 이자를 물고 있다면 쉽게 돈을 내어 주지 못할 것이다.


물물교환경제가 우리 삶에 있어서 어떤 영향을 줄 지 상상이 가는가. 내가 가진 것 만큼의 댓가를 받을 수 있다면 사람들의 삶이 어떻게 변할 지 상상이 가는가. 이자가 없다면 인플레이션이 없다면 내가 가진 가치가 언제라도 그대로라면 어떤 세상이 펼쳐 질까?


블록체인 기술은 사이버세상에서 이중지불 문제를 해결하였다. 즉 내가 가진 것을 다른 이에게 주면 나에게는 남지 않는다. 원본이 디지털 상에서 이동할 수 있는 기술적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이다. 이것은 혁명적인 개념이다. 지금까지 사이버세상에서 이중지불을 방지하기 위해 중간에서 바둑알을 빌려주는 금융시스템이 엄청나게 발전하면서 우리는 이자와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는 삶을 살아왔다면 이제는 그런 것 없이 원본을 주고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을 열게 된 것이다.  이는 정교한 물물교환경제가 가능해 짐을 의미한다. 이자와 인플레이션이 없는 세상을 꿈꿀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최근 크로스체인이 코인과 코인 그리고 리저와 리저를 맞바꿀 수 있는 기술을 발표했다. 그러니까 이더와 비트를 환전 작업없이 그냥 물리적으로 맞바꾸는 것이 가능해 진 것이다. 이것은 물물교환이다. 여기에 원장들마저도 이렇게 물물교환 방식으로 교환이 가능하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여기에는 이자와 송금수수료 등이 최소화된다. 지구 상 어디에 있든 누구든 간에 당사자들끼리 합의에 이르면 그냥 대상물을 바꾸면 된다. 물론 그 최적의 상대를 찾기 위한 다양한 중간자들이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 굳이 이자나 인플레이션이 개입할 여지는 최소화된다.


아프리카의 이더님과 한국의 비트님 그리고 미국의 리플님이 온라인으로 포커게임을 할 수 있게 만들 수도 있다. 그들이 가진 닭과 쌀 그리고 옥수수를 대신하는 코인을 가지고 게임을 한다. 빌려온 것이 없으니 이자가 발생하지 않는다. 게임이 끝나면 닭과 쌀과 옥수수를 교환한다.  내 상상력으로는 이런 거래가 어떻게 어디까지 진화될 지 가늠하기 어렵다. 중요한 것은 이런 거래시스템을 활용하는 자들이 높은 이자나 인플레이션이라는 외부요인에 덜 영향을 받고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갈 것이라는 점이다. 이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행복조건을 지금보다는 더 나은 방법으로 제공하게 될 것으로 기대해도 좋다.


블록체인 기술 수준은 현재 개념을 증명하는 정도이다. 앞으로 지금까지 종교적 신념으로 감히 도전하기 힘들었던 금융시스템이나 경제시스템 등에 서서히 저항하며 새로운 거래방식 그리고 새로운 삶의 방식을 구축해 나갈 것이다. 이렇게 서로 공유하고 정교하게 나누고, 가진 만큼, 노력한 만큼 대가를 주고 받는 새로운 경제시스템을 구축하게 되면 인류는 호모 사피엔스가 아닌 또 다른 인류의 종으로 거듭 태어나게 될 지 모른다.


그러므로 블록체인 기술은 적어도 지금의 경제시스템을 닮지 말아야 한다. 그것을 개선하겠다는 생각 보다는 획기적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의 경제시스템을 창조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물론 기존의 기득권의 강력한 저항이 예상되지만 기술혁명을 이기는 기득권이 역사 상 단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다. 설사 그 혁명을 지연시킬 수 있을 지언정 결코 그 혁명을 이긴 기득권은 존재하지 않는 다는 점이다.


블록체인 기술도 앞으로 더 많은 기득권의 압력에 힘든 과정이 이어지겠지만 결국 인류는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끊임없이 진화되어 갈 것이다. 그 때 누가 그 의미있는 여정의 승리자가 될 지는 두고 볼 일이다. 하지만 그 길을 향해 나아가는 자들 모두는 의미있는 삶의 주인공임에 틀림없다.


작가의 이전글 암호화폐, 광풍 이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