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역사에서 '부자의 도리'를 말할 때 빠지지 않는 이름이 있다. 바로 경주 최부자집이다.
이 가문은 조선 후기부터 일제강점기까지 300년, 12대에 걸쳐 부를 유지하며 존경받는 가문으로 남았다.
그 비결은 단순한 돈벌이 기술이 아니었다. 그들의 부는 '살림'이라는 철학 위에 세워졌다.
최부자집의 여섯 가지 가훈은 부를 지속 가능하게 만든 방파제였다:
> 과거를 보되 진사 이상의 벼슬은 하지 마라: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지역사회에 뿌리내렸다.
> 만석 이상의 재산은 사회에 환원하라: 부의 축적에 한계를 두고 나눔을 실천했다.
> 흉년에는 땅을 늘리지 말라: 위기 속에서도 이웃의 생존을 우선했다.
> 과객을 후하게 대접하라: 누구든지 따뜻하게 맞이하며 신뢰를 쌓았다.
> 사방 백 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공동체 전체의 생존을 책임졌다.
> 시집 온 며느리들은 3년간 무명옷을 입게 하라: 검소함과 겸손을 가문의 덕목으로 삼았다.
이 가훈들은 단순한 도덕 규범이 아니라, 부를 사회와 순환시키는 지혜였다. 흉년에도 땅을 늘리지 않고 이웃을 돕고, 만석 이상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며, 최부자집은 부의 축적이 아닌 '살림'의 가치를 실천했다. 이는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
특히 마지막 12대 당주 최준 선생은 이 철학을 극적으로 보여주었다. 일제강점기, 그는 전 재산을 독립운동 자금으로 내놓았다. 백산무역주식회사를 통해 오늘날 수백억 원에 달하는 자금을 독립군에 지원하며 가문의 재산은 크게 줄었다. 해방 후에는 농지개혁으로 토지를 국가에 내놓고, 남은 재산과 9천여 권의 장서까지 교육과 사회를 위해 기부했다. 1947년 민립대학(현 대구대학) 설립에 사재를 쏟아부으며, 경제적 부는 잃었지만 '살림'의 철학을 완성했다.
'살림'은 단순히 가사나 생계유지가 아니다. 한국 전통에서 '살림'은 생명을 살리고 키우는 모든 행위를 포괄하는 철학이다.
자연생태계는 모든 생물종은 타자의 살림에 이바지하고, 심지어 죽어서도 살림에 기여한다. 미생물과 박테리아는 표토를 비옥하게 하고, 표토는 식물을 살리고, 식물은 초식동물을, 초식동물은 육식동물을 살린다. 그리고 그들은 사체가 되어 다시 흙 속에서 미생물을 살리는 순환이 계속된다. 이 과정에 어떤 폐기물도 없다. 모두 순환되는 것이다. 또한 이 거대한 생태계는 어떠한 중앙통제도 없이 '살림'의 원리로 순환하며, 전체가 조화를 이룬다. 이것이 수억 년을 이어온 ‘순환, 공존, 자율의 에코로직’이다.
한국 전통사회에서 살림은 단순한 경제적 의미를 넘어 구성원들을 돌보고, 한정된 자원을 지혜롭게 활용하며, 관계를 중시하는 창조적이고 지속가능한 생활 경영의 철학이자 실천이다. 이는 물질적 풍요보다는 정신적 안정과 공동체적 유대를 바탕으로 한, 한국 고유의 생활 철학으로, 이웃과 사회와의 상생까지 포괄하는 삶의 지혜를 담고 있다.
장독대 발효음식, 온돌과 순환형 주거 문화, 김장 문화 등도 살림을 드러내는 독특한 모습이다. 품앗이, 두레, 새마을운동, 금모우기 운동 등도 살림의 공동체적 유대강화를 드러낸 활동이다. 또한 산업화, 민주화, 정보화 등 급속한 사회 변화 과정에서도 이러한 살림의 정신이 사회적 결속력과 적응력 그리고 회복력을 제공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안타깝게도 18세기 후반부터 시작된 근대 산업문명의 무한성장주의와 자연 착취적 경향은 ‘지배, 성장, 경쟁의 휴먼로직’을 강화하였다. 생태적 사고와 공동체적 가치들이 존재했지만 휴먼로직의 질주를 막지는 못했다. 결국 휴먼로직은 자연을 착취의 대상으로 삼고, 무한성장을 위해 무한 경쟁을 추구했다. 지금도 우리는 자연은 물론이고 이웃과 심지어는 자신까지도 위험에 빠뜨리는 질펀한 축제를 벌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안타깝게도 그 결과는 기후위기, 생물다양성 파괴, 자원 고갈, 사회 양극화라는 병적 증상의 악화다.
살림자본주의는 기존 자본주의의 '죽임'의 논리를 '살림'의 논리로 바꾸는 대전환이다. 이는 단순히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아니라, 생명을 살리고 공동체를 키우는 부를 추구한다. 살림자본주의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 부의 기준 변화: 부자는 "얼마나 많이 가졌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많이 살렸는가"로 평가받는다. 최 부자집처럼 만석 이상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이웃의 생존을 책임지는 것이 진정한 부의 척도다.
> 자산의 형태 변화: 금, 땅, 주식이 아닌, 생태 복원과 탄소 감축을 위한 '조각탄소크레딧(MCC)'이나 지역 공동체를 살리는 '살림서사' 같은 새로운 자산이 부의 기준이 된다.
> 시장 메커니즘의 전환: 소비 중심이 아닌, 생명을 살리는 활동(예: 재생에너지, 순환경제, 지역 재생)을 시장에서 거래하고 인정받는 구조로 바뀐다.
살림자본주의는 고도비만 환자에게 단식을 강요하는 대신, 살이 빠지는 약을 주는 것과 같다. 자본주의를 멈추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살림'의 가치를 유통시켜 문제를 해결하려는 실용적 대안이다.
기후위기, 자원 고갈, 사회 불평등이라는 삼중 위기는 기존 자본주의로는 해결할 수 없다. 전 세계 부의 80%를 10%가 독점하는 구조는 극심한 사회불안을 낳고, 생태 파괴는 미래 세대를 위협한다. 하지만 살림자본주의를 실천한다면, 변화는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일어날 수 있다.
예를 들어, 상위 부자들이 자본을 생태 복원, 탄소 감축, 공동체 재생에 투자한다면:
> 기후위기 대응 속도는 수십 배 빨라진다.
> 생태 파괴를 복원하는 시간은 세대 단위가 아닌 수십 년으로 단축된다.
> 지속 가능한 사회로의 전환은 한 세대 안에 가능해진다.
최부자집은 이를 이미 보여주었다. 그들은 부를 축적하는 대신, 독립운동과 교육, 공동체를 위해 재산을 내놓았다. 재산은 사라졌지만, 그들의 철학은 다음 세대의 부로 이어졌다.
살림자본주의는 거창한 것만이 아니다. 우리 일상에서도 실천할 수 있다:
> 소비할 때: "이 물건이 누군가의 살림에 도움이 될까?"를 고민하며 윤리적 소비를 선택한다.
예를 들어, 지역 농산물을 사거나, 재활용 제품을 구매하는 것.
> 일할 때: "내 일이 세상의 살림에 기여하는가?"를 생각하며, 환경과 공동체를 살리는 일을 찾는다.
> 공동체에서: 이웃과 품앗이처럼 서로 돕고, 자원을 공유하며 순환을 만든다.
경주 최부자집은 300년간 부를 유지하며, 마지막엔 모든 것을 사회에 환원했다.
그들은 "부자는 많이 가진 사람이 아니라, 많이 살려낸 사람"이라는 진리를 보여주었다.
살림자본주의는 이 철학을 현대에 되살려, 기후위기와 불평등의 시대에 새로운 부의 기준을 제시한다.
우리가 물질적 소유보다 생명을 살리는 데 집중할 때, 진정한 풍요는 찾아온다.
최부자집의 가훈처럼, 절제와 나눔, 책임으로 부를 순환시킬 때, 우리의 사회는 더 많은 '살림부자'로 채워질 것이다. 그리고 그 부는 단지 돈이 아니라, 생명과 공동체, 지속 가능한 미래로 이어질 것이다.경주 최부자와 살림자본주의** ### 300년 부를 지킨 철학, 경주 최부자집 한국 역사에서 '부자의 도리'를 말**경주 최부자와 독자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브런치 글이 되도록 구성했다.할 때 빠**경주 최부자와 살림자본주의** ### 300년 부를 지킨 철학, 경주 최부자집 한국 역사에서 '부자의 도리'를 말할 때 빠지지 않는 이름이 있다. 바로 경주 최부자집이다. 이 가문은 조선 후기부터 일제강점기까지 300년, 12대에 걸쳐 부를 유지하며 존경받는 가문으로 남았다. 그 비결은 단순한 돈벌이 기술이 아니었다. 그들의 부는 '살림'이라는 철학 위에 세워졌다. 최부자집의 여섯 가지 가훈은 부를 지속 가능하게 만든 방파제였다: - **과거를 보되 진사 이상의 벼슬은 하지 마라**: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지역사회에 뿌리내렸다. - **만석 이상의 재산은 사회에 환원하라**: 부의 축적에 한계를 두고 나눔을 실천했다. - **흉년에는 땅을 늘리지 말라**: 위기 속에서도 이웃의 생존을 우선했다. - **과객을 후하게 대접하라**: 누구든지 따뜻하게 맞이하며 신뢰를 쌓았다. - **사방 백 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공동체 전체의 생존을 책임졌다. - **시집 온 며느리들은 3년간 무명옷을 입게 하라**: 검소함과 겸손을 가문의 덕목으로 삼았다. 이 가훈들은 단순한 도덕 규범이 아니라, 부를 사회와 순환시키는 지혜였다. 흉년에도 땅을 늘리지 않고 이웃을 돕고, 만석 이상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며, 최부자집은 부의 축적이 아닌 '살림'의 가치를 실천했다. 이는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 특히 마지막 12대 당주 최준 선생은 이 철학을 극적으로 보여주었다. 일제강점기, 그는 전 재산을 독립운동 자금으로 내놓았다. 백산무역주식회사를 통해 오늘날 수백억 원에 달하는 자금을 독립군에 지원하며 가문의 재산은 크게 줄었다. 해방 후에는 농지개혁으로 토지를 국가에 내놓고, 남은 재산과 9천여 권의 장서까지 교육과 사회를 위해 기부했다. 1947년 민립대학(현 대구대학) 설립에 사재를 쏟아부으며, 최부자집은 경제적 부는 잃었지만 '살림'의 철학을 완성했다. ### '살림'이란 무엇인가? '살림'은 단순히 가사나 생계유지가 아니다. 한국 전통에서 '살림'은 생명을 살리고 키우는 모든 행위를 포괄하는 철학이다. 자연생태계를 생각해보자. 나무는 흙을 살리고, 흙은 식물을, 식물은 동물을, 동물은 다시 흙을 살리는 순환 속에서 어떤 폐기물도 없다. 이처럼 '살림'은 모든 생명이 서로를 살려내는 상호의존의 원리다. 한국 전통사회에서도 '살림'은 단순한 생존을 넘어섰다. 품앗이는 내가 도움을 받은 만큼 남을 돕는 상호부조의 지혜였다. "음식을 남기지 마라"는 가르침은 쌀 한 톨에 담긴 농부의 땀과 자연의 기운에 대한 감사였다. 할머니들이 헌 옷을 기워 입히고, 채소 뿌리까지 우려 국물을 내던 것도 모두 '살림'의 실천이었다. 버려지는 것 없이 모든 것을 되살려 쓰는 순환의 지혜였다. 하지만 근대 산업문명은 이러한 '살림'의 가치를 뒤로 밀어냈다. 무한성장과 경쟁을 추구하는 '죽임의 경제'는 자연을 착취하고, 불평등을 심화시키며, 기후위기를 낳았다. 오늘날 상위 1%가 전 세계 부의 50%, 상위 10%가 80%를 차지하는 불평등은 이 죽임의 경제가 만든 결과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대안, '살림자본주의'를 고민해야 한다. ### 살림자본주의, 새로운 부의 기준 살림자본주의는 기존 자본주의의 '죽임'의 논리를 '살림'의 논리로 바꾸는 대전환이다. 이는 단순히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아니라, 생명을 살리고 공동체를 키우는 부를 추구한다. 살림자본주의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1. **부의 기준 변화**: 부자는 "얼마나 많이 가졌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많이 살렸는가"로 평가받는다. 최부자집처럼 만석 이상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이웃의 생존을 책임지는 것이 진정한 부의 척도다. 2. **자산의 형태 변화**: 금, 땅, 주식이 아닌, 생태 복원과 탄소 감축을 위한 '조각탄소크레딧(MCC)'이나 지역 공동체를 살리는 '살림서사' 같은 새로운 자산이 부의 기준이 된다. 3. **시장 메커니즘의 전환**: 소비 중심이 아닌, 생명을 살리는 활동(예: 재생에너지, 순환경제, 지역 재생)을 시장에서 거래하고 인정받는 구조로 바뀐다. 살림자본주의는 고도비만 환자에게 단식을 강요하는 대신, 살이 빠지는 약을 주는 것과 같다. 자본주의를 멈추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살림'의 가치를 유통시켜 문제를 해결하려는 실용적 대안이다. ### 왜 살림자본주의가 필요한가? 기후위기, 자원 고갈, 사회 불평등이라는 삼중 위기는 기존 자본주의로는 해결할 수 없다. 전 세계 부의 80%를 10%가 독점하는 구조는 극심한 사회불안을 낳고, 생태 파괴는 미래 세대를 위협한다. 하지만 살림자본주의를 실천한다면, 변화는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일어날 수 있다. 예를 들어, 상위 부자들이 자본을 생태 복원, 탄소 감축, 공동체 재생에 투자한다면: - 기후위기 대응 속도는 수십 배 빨라진다. - 생태 파괴를 복원하는 시간은 세대 단위가 아닌 수십 년으로 단축된다. - 지속 가능한 사회로의 전환은 한 세대 안에 가능해진다. 최부자집은 이를 이미 보여주었다. 그들은 부를 축적하는 대신, 독립운동과 교육, 공동체를 위해 재산을 내놓았다. 재산은 사라졌지만, 그들의 철학은 다음 세대의 부로 이어졌다. ### 일상에서 시작하는 살림자본주의 살림자본주의는 거창한 것만이 아니다. 우리 일상에서도 실천할 수 있다: - **소비할 때**: "이 물건이 누군가의 살림에 도움이 될까?"를 고민하며 윤리적 소비를 선택한다. 예를 들어, 지역 농산물을 사거나, 재활용 제품을 구매하는 것. - **일할 때**: "내 일이 세상의 살림에 기여하는가?"를 생각하며, 환경과 공동체를 살리는 일을 찾는다. - **공동체에서**: 이웃과 품앗이처럼 서로 돕고, 자원을 공유하며 순환을 만든다. ### 부자는 많이 살려낸 사람이다 경주 최부자집은 300년간 부를 유지하며, 마지막엔 모든 것을 사회에 환원했다. 그들은 "부자는 많이 가진 사람이 아니라, 많이 살려낸 사람"이라는 진리를 보여주었다. 살림자본주의는 이 철학을 현대에 되살려, 기후위기와 불평등의 시대에 새로운 부의 기준을 제시한다. 우리가 물질적 소유보다 생명을 살리는 데 집중할 때, 진정한 풍요는 찾아온다. 최부자집의 가훈처럼, 절제와 나눔, 책임으로 부를 순환시킬 때, 우리의 사회는 더 많은 '살림부자'로 채워질 것이다. 그리고 그 부는 단지 돈이 아니라, 생명과 공동체, 지속 가능한 미래로 이어질 것이다. --- 이 글은 일반 독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살림'과 '살림자본주의'를 최부자집의 이야기를 통해 구체적으로 풀어냈다. 추상적인 개념은 일상적 예시와 연결하고, 학술적 용어는 배제해 접근성을 높였다. 최부자집의 역사와 철학을 중심으로, 살림자본주의가 왜 필요한지, 어떻게 실천할 수 있는지를 명쾌하게 전달하며 독자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브런치 글이 되도록 구성했다.지지 않는 이름이 있다. 바로 경주 최부자집이다. 이 가문은 조선 후기부터 일제강점기까지 300년, 12대에 걸쳐 부를 유지하며 존경받는 가문으로 남았다. 그 비결은 단순한 돈벌이 기술이 아니었다. 그들의 부는 '살림'이라는 철학 위에 세워졌다. 최부자집의 여섯 가지 가훈은 부를 지속 가능하게 만든 방파제였다: - **과거를 보되 진사 이상의 벼슬은 하지 마라**: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지역사회에 뿌리내렸다. - **만석 이상의 재산은 사회에 환원하라**: 부의 축적에 한계를 두고 나눔을 실천했다. - **흉년에는 땅을 늘리지 말라**: 위기 속에서도 이웃의 생존을 우선했다. - **과객을 후하게 대접하라**: 누구든지 따뜻하게 맞이하며 신뢰를 쌓았다. - **사방 백 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공동체 전체의 생존을 책임졌다. - **시집 온 며느리들은 3년간 무명옷을 입게 하라**: 검소함과 겸손을 가문의 덕목으로 삼았다. 이 가훈들은 단순한 도덕 규범이 아니라, 부를 사회와 순환시키는 지혜였다. 흉년에도 땅을 늘리지 않고 이웃을 돕고, 만석 이상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며, 최부자집은 부의 축적이 아닌 '살림'의 가치를 실천했다. 이는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 특히 마지막 12대 당주 최준 선생은 이 철학을 극적으로 보여주었다. 일제강점기, 그는 전 재산을 독립운동 자금으로 내놓았다. 백산무역주식회사를 통해 오늘날 수백억 원에 달하는 자금을 독립군에 지원하며 가문의 재산은 크게 줄었다. 해방 후에는 농지개혁으로 토지를 국가에 내놓고, 남은 재산과 9천여 권의 장서까지 교육과 사회를 위해 기부했다. 1947년 민립대학(현 대구대학) 설립에 사재를 쏟아부으며, 최부자집은 경제적 부는 잃었지만 '살림'의 철학을 완성했다. ### '살림'이란 무엇인가? '살림'은 단순히 가사나 생계유지가 아니다. 한국 전통에서 '살림'은 생명을 살리고 키우는 모든 행위를 포괄하는 철학이다. 자연생태계를 생각해보자. 나무는 흙을 살리고, 흙은 식물을, 식물은 동물을, 동물은 다시 흙을 살리는 순환 속에서 어떤 폐기물도 없다. 이처럼 '살림'은 모든 생명이 서로를 살려내는 상호의존의 원리다. 한국 전통사회에서도 '살림'은 단순한 생존을 넘어섰다. 품앗이는 내가 도움을 받은 만큼 남을 돕는 상호부조의 지혜였다. "음식을 남기지 마라"는 가르침은 쌀 한 톨에 담긴 농부의 땀과 자연의 기운에 대한 감사였다. 할머니들이 헌 옷을 기워 입히고, 채소 뿌리까지 우려 국물을 내던 것도 모두 '살림'의 실천이었다. 버려지는 것 없이 모든 것을 되살려 쓰는 순환의 지혜였다. 하지만 근대 산업문명은 이러한 '살림'의 가치를 뒤로 밀어냈다. 무한성장과 경쟁을 추구하는 '죽임의 경제'는 자연을 착취하고, 불평등을 심화시키며, 기후위기를 낳았다. 오늘날 상위 1%가 전 세계 부의 50%, 상위 10%가 80%를 차지하는 불평등은 이 죽임의 경제가 만든 결과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대안, '살림자본주의'를 고민해야 한다. ### 살림자본주의, 새로운 부의 기준 살림자본주의는 기존 자본주의의 '죽임'의 논리를 '살림'의 논리로 바꾸는 대전환이다. 이는 단순히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아니라, 생명을 살리고 공동체를 키우는 부를 추구한다. 살림자본주의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1. **부의 기준 변화**: 부자는 "얼마나 많이 가졌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많이 살렸는가"로 평가받는다. 최부자집처럼 만석 이상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이웃의 생존을 책임지는 것이 진정한 부의 척도다. 2. **자산의 형태 변화**: 금, 땅, 주식이 아닌, 생태 복원과 탄소 감축을 위한 '조각탄소크레딧(MCC)'이나 지역 공동체를 살리는 '살림서사' 같은 새로운 자산이 부의 기준이 된다. 3. **시장 메커니즘의 전환**: 소비 중심이 아닌, 생명을 살리는 활동(예: 재생에너지, 순환경제, 지역 재생)을 시장에서 거래하고 인정받는 구조로 바뀐다. 살림자본주의는 고도비만 환자에게 단식을 강요하는 대신, 살이 빠지는 약을 주는 것과 같다. 자본주의를 멈추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살림'의 가치를 유통시켜 문제를 해결하려는 실용적 대안이다. ### 왜 살림자본주의가 필요한가? 기후위기, 자원 고갈, 사회 불평등이라는 삼중 위기는 기존 자본주의로는 해결할 수 없다. 전 세계 부의 80%를 10%가 독점하는 구조는 극심한 사회불안을 낳고, 생태 파괴는 미래 세대를 위협한다. 하지만 살림자본주의를 실천한다면, 변화는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일어날 수 있다. 예를 들어, 상위 부자들이 자본을 생태 복원, 탄소 감축, 공동체 재생에 투자한다면: - 기후위기 대응 속도는 수십 배 빨라진다. - 생태 파괴를 복원하는 시간은 세대 단위가 아닌 수십 년으로 단축된다. - 지속 가능한 사회로의 전환은 한 세대 안에 가능해진다. 최부자집은 이를 이미 보여주었다. 그들은 부를 축적하는 대신, 독립운동과 교육, 공동체를 위해 재산을 내놓았다. 재산은 사라졌지만, 그들의 철학은 다음 세대의 부로 이어졌다. ### 일상에서 시작하는 살림자본주의 살림자본주의는 거창한 것만이 아니다. 우리 일상에서도 실천할 수 있다: - **소비할 때**: "이 물건이 누군가의 살림에 도움이 될까?"를 고민하며 윤리적 소비를 선택한다. 예를 들어, 지역 농산물을 사거나, 재활용 제품을 구매하는 것. - **일할 때**: "내 일이 세상의 살림에 기여하는가?"를 생각하며, 환경과 공동체를 살리는 일을 찾는다. - **공동체에서**: 이웃과 품앗이처럼 서로 돕고, 자원을 공유하며 순환을 만든다. ### 부자는 많이 살려낸 사람이다 경주 최부자집은 300년간 부를 유지하며, 마지막엔 모든 것을 사회에 환원했다. 그들은 "부자는 많이 가진 사람이 아니라, 많이 살려낸 사람"이라는 진리를 보여주었다. 살림자본주의는 이 철학을 현대에 되살려, 기후위기와 불평등의 시대에 새로운 부의 기준을 제시한다. 우리가 물질적 소유보다 생명을 살리는 데 집중할 때, 진정한 풍요는 찾아온다. 최부자집의 가훈처럼, 절제와 나눔, 책임으로 부를 순환시킬 때, 우리의 사회는 더 많은 '살림부자'로 채워질 것이다. 그리고 그 부는 단지 돈이 아니라, 생명과 공동체, 지속 가능한 미래로 이어질 것이다. --- 이 글은 일반 독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살림'과 '살림자본주의'를 최부자집의 이야기를 통해 구체적으로 풀어냈다. 추상적인 개념은 일상적 예시와 연결하고, 학술적 용어는 배제해 접근성을 높였다. 최부자집의 역사와 철학을 중심으로, 살림자본주의가 왜 필요한지, 어떻게 실천할 수 있는지를 명쾌하게 전달하며 독자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브런치 글이 되도록 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