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일자리는 지금과 완전히 달라야 한다.
요즘 부모들이 가장 많이 하는 걱정 중에 하나는
“요즘 애들은 왜 일을 안 하려는 거냐?”일 것이다.
그리고 그 뒤에는 늘 같은 질문이 따라온다.
“일을 안 하면, 아니 일을 못 하게 되면 어떻게 먹고 살 수 있나?”
통계청과 고용 관련 조사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에는 일을 하지도, 구직 활동도 하지 않는 2030 청년이 약 160만 명에 이른다.
여기에 단기·불안정 노동을 반복하며 사실상 일자리 밖에 머무는 청년까지 포함하면,
200만 명에 가까운 청년이 ‘노동시장 밖’에 서 있다고 봐야 한다.
이 숫자는 단순한 개인의 나태나 의지 부족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오히려 질문은 이렇게 바뀌어야 한다.
“지금의 사회 구조가, 청년들이 살아갈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하고 있는가?”
부모세대가 살아온 사회는 비교적 명확한 공식이 있었다.
공부 → 취업 → 월급 → 소비 → 자산 → 노후.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했던 것은 ‘머니로직’,
즉 돈을 벌어 A부터 Z까지 해결하는 구조였다.
그러나 지금 청년들이 마주한 현실은 다르다.
첫 직장 진입은 늦어지고, 일자리는 불안정해졌으며, 주거비와 생활비는 소득보다 빠르게 올랐다.
열심히 일해도 ‘살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기 어려운 구조가 된 것이다.
이 상황에서 청년들에게 “일단 열심히 해보라”고 말하는 것은,
토대 없는 건물 위에 더 높이 쌓으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그리고 이 숫자는 전 세대를 거쳐 더욱 확대될 수 밖에 없다.
소비력 감소하는 인구가 늘면 늘수록 사회는 불안해지고,
경제는 침체되며, 결국 파국을 맞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래 세대에게 필요한 것은 거창한 성공담이 아니다.
먼저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이다.
주거, 먹거리, 최소한의 에너지, 기본적인 생활 인프라.
이 네 가지가 불안정한 상태에서는, 누구도 자신의 꿈이나 재능을 제대로 펼치기 어렵다.
불안은 분노가 되고, 분노는 체념이나 사회적 갈등으로 이어진다.
이른바 ‘캥거루족’이나 무기력한 청년이라는 낙인은,
개인의 성향이라기보다, 기초생활을 개인에게만 떠넘긴 사회 구조가 만들어낸 결과에 가깝다.'
문제는 분명하다.
머니로직만으로는 이 기초생활을 더 이상 안정적으로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질문은 다시 바뀐다.
“기초생활은 누가, 어떻게 책임져야 하는가?”
이 지점에서 새로운 개념이 필요하다.
바로 살림셀(Salim Cell)이다.
살림셀은 거창한 실험 공동체도, 복지 시설도 아니다.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살림셀은 개인이 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기초생활을
공동체가 함께 책임지고,
그 위에서 각자의 달란트가 자연스럽게 발아되도록 설계된
최소 단위의 자급자족이 가능한 생활 생태계다.
기초 인프라의 자립 (Zero Basic)
도시 기능의 내재화 (Urban Bsic)
윤리적 창조가 만드는 새로운 문화 및 비즈니스 (Culture Basic)
이러한 요소가 포함되는 새로운 삶의 기본단위를 의미한다.
중요한 점은 순서다.
일을 시키기 전에 살 수 있게 만드는 구조,
그리고 살 수 있게 된 이후에 창조적 활동이 시작되는 구조다.
부모세대가 가장 우려하는 지점이 바로 이것일 것이다.
“그럼 일을 안 해도 되는 사회를 만들자는 건가?”
그렇지 않다.
살림셀은 일을 없애는 모델이 아니라, 일의 정의를 바꾸는 구조다.
임금노동만을 ‘일’로 규정하는 대신,
삶을 유지하고 공동체를 살리고 생태계를 돌보는 활동 자체를
가치 있는 일의 영역으로 포함시키는 방식이다.
농사, 수리, 돌봄, 기록, 설계, 기술 실험, 예술, 교육.
살림셀 안에서는 이런 활동들이 단절되지 않고 하나의 생활 흐름 안에서 연결된다.
일은 생존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삶과 사회를 유지하는 행위로 다시 정의된다.
지금의 교육과 노동시장은 청년에게 너무 이른 결정을 요구한다.
“너는 뭘 잘하니?”
하지만 정작 해볼 시간과 공간은 주지 않는다.
살림셀은 일상을 통해 체험하도록 한다.
살림셀에서의 자급·자립 활동은 다르다.
생활 속에서 직접 해보며 알게 된다.
나는 손으로 만드는 일을 잘하는지
사람을 돌보는 데 강점이 있는지
기획과 연결에 능한 사람인지
기술이나 데이터에 감각이 있는지
살림셀은 청년에게 ‘정답을 찾는 시험장’이 아니라
‘자신을 발견하는 생활 실험실’이 된다.
현재 국가와 지자체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일자리 사업, 단기 보조금, 소비 촉진 정책을 반복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경우, 이는 머니로직을 연명하기 위한 처방에 그친다.
이제 방향을 바꿔야 한다.
지역소멸 예산, 청년 예산, 기후 예산을
‘살림셀 구축’이라는 하나의 목표로 통합해야 한다.
살림셀에 대한 투자는 단순한 복지가 아니다.
기초생활 안정 → 청년 정착
불필요한 소비 감소 → 탄소 감축
윤리적 창조 활동 증가 → 지역경제 회복
살림셀은 기후위기, 양극화, 기술위협을 각각 해결하는 정책이 아니라,
한 번에 구조적으로 줄이는 통합 해법이다.
이제 답은 분명해진다.
그들이 당장 가야 할 곳은 또 다른 경쟁의 현장이 아니라,
먼저 살아볼 수 있는 공간,
실패해도 다시 설 수 있는 토대,
돈이 아니라 삶을 중심에 둔 구조다.
살림셀은 그 출발점이다.
청년을 ‘문제’로 보는 대신,
새로운 사회로 전환할 주체로 맞이하는 최소 단위의 무대다.
살림셀은 통하여
최소한의 생활 안정을 꾀하고
그 과정에서 공동체를 통한 정서적 안정감을 가지고
윤리적 창조활동에 자신의 달란트를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든다.
그리고 살림셀을 통해 자신의 달란트를 발아시켜
이를 통해 전 세계와 소통하며 가치를 확산한다.
새로운 살림경제 모델이 탄생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