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통합에 20조원을 지원한다는 정부는 무엇을 기대하는 것일까?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때로는 그 숫자들 사이의 격차가 정부가 바라보는 세상의 본질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지금 대한민국 지방 정책의 저울은 기이할 정도로 기울어져 있다. 정부는 인구 감소로 소멸 위기에 처한 전국 89개 지역이 나누어 쓰는 '지방소멸대응기금'으로 연간 1조 원을 배정했다. 10년간 10조 원을 투입하겠다는 거창한 계획이지만, 이를 쪼개보면 기초지자체 한 곳당 돌아가는 돈은 고작 수십억 원 남짓이다. 언 발에 오줌 누기다.
그런데 최근 정부가 내놓은 '행정통합 인센티브'의 숫자는 공의 개수가 다르다. 대구와 경북이 하나로 합치면, 연간 최대 5조 원씩 4년간 총 20조 원이라는 파격적인 돈을 쏟아붓겠다고 한다. 여기에 '서울시 수준의 위상'이라는 명예까지 얹어준다.
이 극명한 대비가 말해주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작게 버티는 생존(Survival)에는 푼돈을 주겠지만, 덩치를 키워 성장(Growth)하겠다면 큰돈을 주겠다"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전형적인 '머니로직(Money Logic)'의 망령이다. 행정 구역을 합쳐 '메가 시티'를 만들고, 거대한 청사를 짓고, 도로를 넓히면 소멸이 멈출 것이라는 낡은 성장 신화가 2026년에도 여전히 정책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묻자. 그 20조 원이 투입되면 지방은 살아나는가? 우리는 이미 수조 원의 '균형발전특별회계'와 '지방소멸대응기금'이 어떻게 쓰였는지 목격했다. 대부분은 사람이 떠난 자리에 거대한 건물을 짓는 토목 공사로 사라졌다. 인구는 없는데 건물만 남는 '유령 인프라'는 지방 재정을 갉아먹는 애물단지가 되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예산의 '규모'가 아니라 '용처'의 전환이다. 통합 인센티브로 주겠다는 그 20조 원을, 또다시 거대 청사 건립에 낭비해서는 안 된다. 그 돈은 '사람의 서식지(Habitat)'를 복원하는 데 쓰여야 한다. 이것이 바로 내가 제안하는 '살림셀(Salim Cell)' 전략이다.
만약 그 20조 원을 '예산의 혈관 우회술'로 돌려, 주민들에게 직접 투입한다면 어떤 변화가 가능할까?
첫째, 주민들의 주거비와 에너지 비용을 '0'으로 만들 수 있다. (Zero Basic) 통합 청사 지을 돈으로, 지역의 노후 주택 10만 채에 태양광 발전소와 단열 시공을 지원해 보라. 전기세와 난방비 걱정이 사라진 집은 소득이 적은 청년과 은퇴자가 몰려드는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 된다.
둘째, 도로 만들 돈으로 '일자리 소득'을 보장할 수 있다. (Deep Job) 아스팔트를 까는 대신, 마을을 돌보고, 숲을 가꾸고, 이웃을 케어하는 활동에 정당한 임금을 지불하는 '가치 노동 예산'으로 써야 한다. 이것은 사라지는 지방 소멸 기금을 '사람을 살리는 마중물'로 바꾸는 가장 확실한 투자다.
우리가 막아야 할 사회적 갈등 비용과 재난 복구 비용은 연간 200조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비하면, 전 국토를 안전한 살림셀로 바꾸는 데 필요한 비용은 10년간 50조 원이면 족하다.
정부와 지자체장들에게 촉구한다. 20조 원이라는 숫자에 현혹되어 '메가 시티'라는 허상을 좇지 마라. 그 막대한 예산을 쪼개어,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안전하게 숨 쉴 수 있는 '단단한 생존 세포(Salim Cell)'를 만드는 데 써야 한다.
진정한 통합은 행정 구역의 선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무너진 국민의 생존주권(Survival Sovereignty)을 굳건하게 하여 국가의 하부구조를 단단하게 하고, 미래 일자리인 Deep Job이 바로 설 수 있는 상방 기대치를 높이는 길이다. 그것이 바로 기후위기, 양극화, 기술위협 등 다중위기에 동시에 대처하는 대안이다.
2026년, 우리는 '건물'이 아닌 '사람'에게 투자하는 위대한 전환을 시작해야 한다.
>>>> 생존 인프라 구축을 위한 보고서 전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