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하진 Feb 04. 2022

ESG, RE100, LCA?

데드라인이 있는 인류의 문제 해결을 위한 제언

  기후위기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지 못하면 우리는 국제사회에서 고립되고 말 것이다. 따라서 모든 산업은 기후위기 대응을 전제로 재편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에너지 사용이나, 재료 선택 그리고 생산과정과 유통과정 심지어 폐기되는 과정까지 전 과정을 평가(LCA : Life Cycle Assessment)하여 탄소배출이 최소화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만 향후 부과가 확실시 되는 탄소배출에 따른 페널티를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후위기 대응에 함께 참여한다는 점이다. 이미 앞서가는 기업들은 자발적으로 RE100을 선언하고 실천에 나서고 있다. RE100은 Renewable Energy 100%를 뜻하는 용어로 초기에 미국, 유럽기업 위주에서 중국, 인도기업 등으로 저변이 확대되었으며, 구글, 이케아, 나이키 등 글로벌 기업이 참여중이다. 현재는 자회사까지만 적용하고 있지만 향후 무역이나 국가정책에 신재생에너지가 주요규범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국내에서도 이에 대한 준비가 시급하다.


  또한 전 세계 주요 투자자들이 기후위기 대응의 일환으로 ESG경영을 하는 곳에만 투자를 하겠다고 선언을 한 상태다. 환경과 재무적 요소를 동시에 고려하여 매출액이 증가하면서도 탄소 배출량은 감소하는 기업에 주목하고, 다양한 ESG 활동을 통해 사회적 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기업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ESG는 2004년 6월 유엔 글로벌 콤팩트가 20개 대형 금융기관과 함께 "기업들의 성공적인 경영을 위해서는 기업의 환경적인(E), 사회적인(S) 그리고 거버넌스(G) 측면의 이슈를 관리해야 한다"라고 밝히면서 처음 공식적으로 사용되었는데 현재는 ESG경영 평가가 낮으면 상거래나 투자유치가 어려울 정도로 기업 경영의 핵심 화두가 되었다. 이 역시도 기후위기 대응에 지구시민 모두가 동참해야만 하는 절박한 상황에서 벌어지는 궁여지책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2007년에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6차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위기 대응의 마지노선인 1.5도 상승까지는 이제 불과 0.43도만 남겨두고 있으며 이대로라면 2040년 안에 1.5도 상승에 도달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지금 태어난 아이가 20살도 되기 전에 인류는 되돌아올 수 없는 멸종에 길로 접어들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전 세계 지구시민 모두가 최선을 다해 탄소배출을 줄여야 하는 이유다. 앞으로 더 많은 기상이변을 지구촌 곳곳에서 경험하게 될 것이며 그로 인한 피해를 오롯이 감내해야 한다.


  지구가 멸망을 하든 말든 자기만 잘 살면 된다는 이기적인 인간들이 존재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점점 많은 사람들이 이런 문제에 대처하고자 머리를 맞대고 새로운 대안을 찾아 나설 것이고 그렇게 되면 그들은 도태된다. 그것이 역사가 말해주는 혁신의 과정이다. 초기에 자동차가 발명되고 나서 영국 의회는 마부들의 저항에 1856년 ‘붉은깃발법’을 제정하고, 시속 30km로 달릴 수 있는 증기자동차를 위험하다는 이유로 붉은 깃발을 들고 가는 조수를 뒤따르게 했다. 택시회사들의 생존을 위해 공유차량 서비스를 제한하는 것도 현대판 ‘붉은깃발법’에 하나다. 하지만 그렇다고 공유서비스나 자율주행차를 막을 수는 없다. 시간문제일 뿐이다.




  그런데 기후위기 대응은 특이하게도 데드라인이 있다. 1.5도 상승을 벗어나지 말아야 하며 그 시기도 앞으로 20년 남짓 안에 해결해야 하는 과제다. 아마도 전 인류가 이렇게 데드라인이 걸린 문제를 접한 것은 처음인 듯 하다. 조금 늦출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시기를 놓치면 끝인 문제인 것이다. 6개월 뒤에 지구와 충돌이 예정되어 있는 행성을 막아 보려고 노력하는 ‘돈룩업’이라는 영화에서도 결국 인류는 지혜를 하나로 모우지 못하고 종말을 맞이한다. 기후위기 대응도 이제 데드라인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인류의 지혜를 총동원해도 될까 말까 한 일인데 지금의 현실은 안타깝게도 그럴 가능성이 매우 낮아 보인다. 몇 십 년 후에 뜨거운 지구에서 고통스럽게 살다가 결국 멸종당하는 우리의 미래가 현실이 아니길 바라지만 말이다.


   너무 극단적인 예측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어찌되었던 간에 인류는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더욱 더 노력할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빠르게 늘어날수록 인류의 지혜는 한층 업그레이드되면서 새로운 문명세계로 뛰어넘을 가능성도 커지게 되리라 기대한다. 그런데 이런 문명의 변화를 예상해 보면 아마도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도록 소비가 억제되어 자연히 생산이 줄고 Reuse, Reform, Recycling 등이 활성화되는 식으로 변할 지 모른다. 지금의 경제시스템으로는 이해되지 않은 형태로 말이다. 어쩌면  위기에 대응하는 인류의 진화과정일수 있다. 이런 가운데 아주 다른형태의 삶의 방식이 자리잡게 될 지 누가 알겠는가.


   기후위기가 더욱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이익을 극대화하겠다고 탄소를 마구 배출하면서 아무리 좋은 물건을 만든다고 해도 소비자들에게 외면당할 것이 뻔하다. 인터넷 시대가 올 때에도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고 투자 버블이 있어 사기꾼들이 득실대기도 했지만 불과 20여년 만에 인터넷은 우리는 신경세포와 같은 존재가 되었다. 최근에 화두가 되고 있는 ESG경영도 머지않아 기업의 교과서가 될 것이다. 국가든 기업이든 간에 지금의 상식을 깨지 못한다면 결과는 뻔하다. 주주이익의 극대화, 경제 활성화를 외치며 기후위기를 앞당기는 행동을 한다면 지구시민들의 공적이 되는 길이다. 이 거대한 흐름은 인식하지 못한다고 멈출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결코 과거로 회귀하지도 않을 것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그러므로 지금의 상식을 유지하는 것은 퇴보를 의미한다. 아니 종말을 의미한다고 할 수도 있겠다.


   상식을 깨지 못하고 무의미하게 흘러가는 일은 우리 주변에 너무나 많다. 상식을 깨지 못하고 자녀들에게 새로운 삶을 위한 교육의 기회를 박탈하는 일도 그 중에 하나다. 지금의 교육이 20년 뒤에 어떤 효과가 있을지 심각하게 따져 본다면 교육제도나 과정을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는 일이다. AI나 로봇이 우리의 일을 상당부분 대신 해 주는 미래 사회에 지금의 영어교육이, 암기위주의 수능시험이 얼마나 도움이 될 것으로 보는가. 지도자 누구도 이런 문제에 대한 언급조차 없으니 정말 종말의 시계를 앞당기려는 것인지 안타깝기만 하다. 지금의 교육제도에 안주하고 있는 기득권세력들의 이런 안이한 생각은 정말 후세들에게 큰 죄를 범하고 있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냥 ’어떻게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망치고 있는 것이다.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아무리 봐도 거대한 쓰나미를 해쳐나갈 지혜가 보이질 않는다. 우리의 엄청난 물적, 인적자원을 지구를 구하는 어벤져스로 활용하겠다는 절실한 비전을 가진 리더가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기후위기 대응은 크게는 인류를 구하는 일이지만 작게는 새로운 산업을 키우는 일이다. 우리가 지구의 어벤저스가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의미있는 일이 될 것인가. 그런데 그것이 바로 우리 산업을 키우고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담보하는 길이라면 이거야 말로 일석이조가 아니고 무었이겠는가. 여전히 상식에 얽메여 과거방식의 경제 활성화나 복지문제로 갑론을박 할 때가 아닌 것이다. 이런 문제에 함몰되어 있다가 결국 우리의 미래가 기후위기라는 거대한 쓰나미에 힘도 못써보고 무너질 지 모르는 것이다. 


   초기에 닷컴버블이 있었지만 인터넷은 없어서는 안될 유익한 인프라로 자리 잡았던 것 처럼 또한 블록체인 기술도 메타버스, NFT등으로 진화하면서 상식을 깨고 있다. 멍청한 지도자들이 이들의 진화를 방해하거나 애써 외면하려고 했지만 소용없는 일이다. 이러한 디지털 세계의 확산은 바로 탄소배출을 최소화하면서 인류의 지혜를 한층 업그레이드하려는 진화의 과정일 지 모른다. 현실세계는 이제 지속가능한 형태로 전화되어야 하는  관리대상이 되어버렸다. 마치 더 이상 성장이 멈춘 인간에게 육체는 관리대상인 것 처럼 말이다. 하늘도 답답했던지 코로나19를 보내 인간들의 게걸스러운 양적 팽창을 막아주면서 우리에게 닥친 위기를 극복하라고 재촉하는 듯 하다. 아무튼 지금 우리에게는 지구촌의 위기를 극복할 혁신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것도 20년이라는 데드라인을 가지고 말이다. 우리는 이 위기에 어벤저스로 나서야 한다. 그것이 우리의 사명이요 기회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 또한 한 차원 높은 인류 문명을 위해서 앞으로는 덜 쓰고, 덜 먹고, 덜 돌아다니는 것이 상식이 될 지 모른다. 메타버스와 같은 디지털 세상을 활용하여 탄소를 덜 배출하면서 더 많은 고민과 사색과 지적 교류를 통해 하나의 물건, 한 번의 만남이 지금보다 수 십 내지 수백 배 귀한 것이 되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인류 문명을 업그레이드 하면서도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런 일을 해낼 엄청난 자원과 인력이 있다. 다만 그 길로 안내할 가이드가 없다는 점이 안타까울 뿐이다.  어찌되었건 우리 모두 힘을 모아 하루 빨리 나서서 새로운 길을 개척하지 않으면 안된다. 상식을 깨고, 디지털세상을 통해 정신세계를 확산하면서 지구는 20년 안에 건강하게 되돌려 놔야 한다. 인류를 위해 그리고 우리를 위해서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SDX재단의 2022년 미리보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