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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o Mar 11. 2019

기획자도 1인 기업을 할 수 있을까?

기획자 공유의 시대

예전에 근무했던 부서 중 하나가 '브랜드 플래닝'이라는 조직명을 가지고 있었다. 조직의 마케팅과 브랜드의 큰 전략을 만들고 가이드하는 부서였는데, 마케팅/브랜드 전반의 업무를 하는 부서라 업무 영역이 매우 광범위했다. 같은 상위 조직 안에는 '디자인팀', '광고팀', '이벤트팀', '스포츠마케팅팀' 등 각 기능이 매우 분명한 옆 부서들이 같은 부서장을 모시고 있었는데, 그들 사이에서 간혹 우스개 소리로 우리 부서의 업무 영역을 'grey area'(회색 영역)를 맡고 있다고 얘기했던 기억이 난다.


세상은 전문가와 기획자로 나뉜다. 


자신의 업무 영역이 분명하고, 객관적 성과 측정이 가능한 (예를 들어, 회계사, 변호사, SW 엔지니어, 카메라 기자, 시나리오 작가, 카피라이터, 데이터 분석가, 일러스트레이터, 노무사, 타일공, 항해사 등) 분야에 종사하는 직종을 전문가 집단이라고 하고, 전문가의 각 기능과 기능 사이의 영역을 담당하는 직무(예를 들어, 전략 기획자, 마케팅 기획자, 디자인 기획자, 광고 기획자, 전시 기획자, UX 기획자, 인사 기획자 등)를 가진 사람을 통칭하여 기획자라고 부르는 듯했다. 


2016년 첫 브런치 글 '기획자, 당신은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를 쓰고 나서 생각지도 않게 이 글이 여기저기 많이 공유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 나만의 고민이라고 생각했던 '기획자'에 대한 정체성 이슈가 많은 사람들의 공통 관심사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첫 글에 대한 반응은 이후에 내가 고민하는 여러 글들을 쓰는 동기부여가 되었다. 


'기획자들이 참 많구나!'




모든 세대가 '일자리'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젊은 20대는 취업문이 좁아서 문제이고, 30대는 지금 하는 일이 맞는지 걱정이고, 40대는 언제 잘릴지 몰라서 두렵고, 50대는 남은 50년을 어떻게 버틸지 고민이다. 저성장 시대가 펼쳐졌으니, 언제 다시 경기가 살아날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데다, AI를 비롯한 새로운 기술은 향후 사라질 직업에 대해서 연일 뉴스 기사를 뿜어내고 있다. 직장이 불안한 세대들 사이에서 '퇴사' 열풍이 트렌드처럼 확산되고 있고, '직장'이 아닌 '직업'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래~ 직업!


회색 영역(grey area)을 담당하고 있는 '기획자'는 이 시대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진짜 기획자에게는 황금의 찬스!!!



나는 이 시대가 기획자 전성시대가 될 것이라고 자신한다.


첫 번째 이유는, 변화에 가장 민감한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기획이라는 업무의 특성상, 변화하는 세상의 특성을 누구보다 빠르게 파악하여, 남들과 차별화된 자신만의 영역을 찾아낼 힘이 있다. 스스로 창업을 하거나, 새로운 자신만의 아이템을 찾을 때, 시장을 이해하고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는 기획력은 모호한 미래를 누구보다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전문성'이 될 것이다. 세상이 변할 때는 모든 것이 grey area 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창의적인 콘셉트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2019년 트렌드 코리아에서도 'play the concetp'이라는 말로 표현했듯이 이제는 콘셉트를 기획할 수 있고 생각의 힘을 가진 사람들이 돋보이는 시대가 될 것이다. 과거의 성공 경험으로는 더 이상 미래의 성공을 약속할 수 없는 시대이다. 남들과 같은 방식으로는 주목받을 수 없는 시대이고, 자본의 힘만으로는 트렌드를 이끌 수 없는 세상이다. 콘셉트의 전문가가 귀한 시대가 된 것이다. 


이 두 가지 이유 때문에, 앞으로는 기획자에게는 새로운 기회들이 많이 생길 수밖에 없다. 다만, 변화에 민감하고, 창의성이 돋보이는 '진짜 기획자'일 경우에만 해당될 것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큰 조직에 묻혀서 어정쩡한 위치를 오히려 만끽하고 있는 상황을 탈피해서 자신의 기획력을 자기 자신을 위해 쓸 수 있는 실행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나 혼자 잘하면 뭐하나? 세상이 알아줘야지~


이제부터는 동일한 시작점에서 내가 실천할 방법을 소개하겠다.


자신이 세상을 먼저 읽어낼 수 있는 트렌드 리더임을 알리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콘셉트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브랜드'를 갖는 것이 매우 매우 중요하다. 온전히 자신의 생각으로 만들어낸 '브랜드'가 있어야 한다. 그것은 한 권의 '책'일 수도 있고, 자신만의 '유튜브 채널'일 수도 있고, 자기만의 생각을 담은 '브런치'일 수도 있다. 남들과 다른 새로운 '서비스'일 수도 있고, 새로 개발한 '앱'의 형태일 수도 있다. 다만, 온전히 자기의 생각을 담아내서 구체화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직장생활과 병행하며 틈틈이 만들 수도 있고, 휴직을 하고 준비할 수도 있고, 퇴사를 하고 전업으로 뛰어들 수도 있다. 다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2가지 역량을 입증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1. 온전한 자기 브랜드를 만들어라.

자신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과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신념을 표현해야 한다. 그것의 사업성과 시장성을 가질 필요는 없다. 이 단계에서는 사업성은 중요하지 않다. 나는 미래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고, 정말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담을 수 있으면 된다. 그것이 사업 아이템일 수도, 출판의 형태이거나 동영상 콘텐츠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 브랜드를 통해서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느냐를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실체가 있는 아이템이 아니더라도, 브랜드 기획서를 만들어서, 제3자에게 공감하게 해봐야 한다. 전달하는 메시지가 가치만 있다면 좋은 시작이 될 것이다.


2. 새로운 커리어에 도전하라.

당장 자신의 브랜드를 실행하지 않더라도, 새로운 분야에 과감하게 도전해보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기획자는 새로운 영역을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경험하지 않았던 세계에서는 늘 얻는 것이 있다. 다양한 사람을 포용할 수 있고, 전혀 다른 관점을 배울 수 있다. 그렇게 새로운 Dots를 연결해갈 때, 남들과 전혀 다른 자신만의 커리어 패스를 만들어갈 수 있다. 그것이 당신의 브랜드에 큰 힘이 될 것이다. 


3. 느슨한 모임을 다양하게 가져라.

사람은 사람으로부터 가장 많이 배운다. 좋은 것이든, 피해야 할 것이든, 사람으로부터 얻는 인사이트는 커리어나 독서만큼 유익한 것이다. 사람은 곧 관점이다. 여러 사람을 만날수록 다양한 관점이 공생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세상이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이유도 깨닫게 된다. 그러면서 자신의 브랜드를 정교화 해갈 수 있다. '느슨한 모임'이라고 표현한 것은 모임 자체가 부담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적당한 거리의 느슨한 모임이 오히려 새로운 인연으로 이어질 확률도 높다.


4. 글과 문서로 정리하라.

기획자는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결과물이다. 생각을 유형화하는 것은 기획자의 가장 중요한 스킬 중의 하나이어야 한다. 단어와 문장을 창과 방패로 쓸 수 있어야 하고, 이야기와 사례로 마음을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복잡한 상황을 단순하게 요약할 수 있어야 하고, 본질을 간파할 수 있는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많이 읽어야 하고, 많이 들어야 하고, 많이 표현해봐야 한다. 




과거에는 상상할 수도 없는 아이템이 사업이 되고, 유니콘 기업을 만들어내는 시대이다. 당장 이익이 나지 않는 사업이라도 미래 가치가 있다면 투자자가 몰리는 시대이다. 모든 사람을 고객으로 생각할 필요도 없고, 모두의 공감을 얻을 필요도 없는 세상이다. 그만큼 다양성이 확보된 시대에 살고 있다. 누구든 자기 그릇을 펼치면 그 그릇을 채울 수 있는 시대라고 생각한다. 


실행해보지도 않은 생각과 기획을 누군가의 어설픈 감으로 재단당하는 일만큼 슬픈 것은 없다.

우리 주변에 모차르트가 사라진 이유이기도 하다.


'하면 된다'가 아니라,

'해도 된다'



p.s. '느슨한 기획자의 모임'을 희망하시는 분은 메일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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