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의 선물

태양신을 만나다

북한산의 선물

북한산이 부른다.
좀 다녀가라고.
이번엔 새벽 일찍 오란다.
후배 한 명 데리고 같이 가도 되냐 물으니 더 좋단다.
또 선물을 주려나보다.

새벽이슬 발아래로 쓸며,
검은 그림자, 랜턴으로 밀어내며,
주어진 호흡만큼만 욕심없이 한 땀 한 땀 오른다.
행여나 아직 잠자고 있는 북한산의 영물들이
깨어나지는 않을까 음소거 하는 것도 잊지않았다.

무수히도 오랜 세월 짊어졌을 북한산의 허리에

수많은 발자국들로 굳은 살 가득 박혀 있지만
오늘도 넌 어김없이 미물들을 위해 엎드린다.
그 엎드린 허리 위로 부처 한 분도 함께 엎드린다.
정상까지 삼보일배로 수행중인 젊은 스님이시다.

백운대 정상에 당도하니
태극기가 우릴 보고 반가워 춤을 춘다.
표지석은 흥에 겨워 바람의 노래를 부른다.
여명은 청명한 가을하늘과 오색단풍도 내놓는다.
북한산은 미리 준비해둔 경연과 선물꾸러미를 푼다.

차츰 돔구장의 하늘이 열리고 있다.
동쪽방향이 붉게 물들며 우리들을 깨우기 시작한다.
일어나라, 눈을 뜨라, 세상의 빛이여, 희망이여.
순간 붉은 여의주를 입에 문 용 한마리가 승천한다.
저마다의 가슴속에 오늘의 태양이 삼켜진다.

1년중 겨우 30여일 내외만 가능하다는
백운대 일출을 우린 오늘 북한산에게서 선물받았다.
5분 남짓에 불과한 태양을 마주하는 시간은
오랜세월 이 세상을 밝히고 비춰왔을 태양신을,

나약한 인간이 마주한 거룩하고 엄숙한 시간이었다.

오늘도 북한산에게서 한가득 선물을 받고 내려간다.
붉고 고운 자태는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데 쓰고,
푸르른 하늘과 공기는 밝은 사람이 되는데 쓰고,
그리고 백운대의 일출은 항상 겸손하게 낮추고,
남을 배려하고 사는 삶에 써야겠다.

북한산아, 고맙다.
난 매번 받기만 하고 주는 게 없구나.
함께 동행한 후배도 잔뜩 감동받은 눈치더라.
다음번 올 땐 파스와 연고라도 꼭 챙겨올께.
그땐 네 몸 곳곳의 상처 내가 발라주고 치료해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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