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하종 Mar 02. 2021

시장님!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니라 '삶'이라고요!

4ㆍ7 보궐선거 파헤치기 1 - 짝퉁 15분 도시를 중심으로

벌써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을 선출하는

보궐선거가 2달 남짓 앞으로 다가왔네요.

아무래도 이번 선거는 이전 시장들의

성폭력 문제로 인해 치러지는 보궐선거인만큼

성평등에 관한 이야기들이 많이 다뤄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2021년 4ㆍ7 보궐선거에서 중점적으로 다루어져야 할

주요 의제는 무엇이 있을까요?


저라면 한치의 고민도 없이

단연 '불평등'과 '기후위기'를 꼽을 것 같습니다.


불평등이 우리 사회를 설명하는

커다란 한 축이 되어버리지 이미 오래입니다.

불평등은 계급ㆍ계층, 성별, 연령뿐만 아니라

태어나서 자라나는 공간, 거주지에 따라서도

크게 작용합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서울은

모든 특권이 집중되어있는 지역 중 하나입니다.


가진 자가 더 많이 가져가는 불평등의 고리는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고

불평등을 해결하겠다고 내놓는 정책이나 공약들은

나오는 족족 가진 자들의 욕망에 부채질하는 불쏘시개로 전락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더군다나 지난 2020년 코로나 19 팬데믹과

최장기간 기록을 갈아치웠던 폭염과 장마는

우리에게 재난마저도 불평등하게 다가온다는

사실을 일깨워주었습니다.


이렇듯 일상적으로 불평등이 만연한 사회에서

'기후위기'는 가뜩이나 어려운 현실을 '생지옥'으로

떨어뜨리고 말 것입니다.

불타는 지구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

UN 환경계획에서는

인류와 지구에게 남은 마지노선을 짧게는 2030년,

길게는 2050년까지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다 급진적인 기후환경 단체나 기후변화연구소는

탄소 예산 등을 고려했을 때 2025년까지

막지 못하면

돌이킬 수 없다고 예견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이번 2021 4ㆍ7 보궐선거는

내년 대통령 선거와 지방자치단체 선거와 함께

매우 중요한 위상을 갖고 있습니다.


이러한 중요한 위상에 놓여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보궐선거에서 기후위기 문제를 주된 의제로 다루고 있는 후보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특히, 당선이 유력시되는

더불어민주당의 박영선 후보는

“21분 만에 모든 것이 해결되는 도시”를

대표 공약으로 제시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98KAK8sE0Pg

박영선 후보의 [시민보고회#3] 21분 도시 - 서울은 어떤 모습일까요? (영상)


짝퉁 15분 도시, 콤팩트 21분 서울



서울을 인구 50만 명 정도의

21개 다핵구조로 분산하고,

각 지역에선 21분 이내 닿는 거리에

직장, 학교, 병원, 공원 등 필수시설들을

모두 배치하겠다는 방안인데요.


박영선 후보는 “코로나 19 이후 서울도 중앙집중에서

자족적인 다핵 분산 도시로 대전환해야 한다”며

“도시 집중화를 다핵화로 바꿔 출퇴근 거리가

긴 고단한 삶을 편안한 삶으로 바꿔야 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본인도 통근시간이 2시간이 넘는 고단한 삶인지라

언뜻 보면 이 공약에 홀라당 넘어가버릴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영상만 보셔도 아실 겁니다.

 '21분 도시' 공약은 겉은 번지르르해

보일지 모르겠지만

내용은 없고 실현 가능성도 없어 보입니다.

박영선 후보의 여의도 '수직정원도시' 구상 개념도

'21분 도시'를 대표적인 기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토건 중심 해결책이라는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그 유명한 수직정원 개념도 부동산 불평등 등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건드릴 수 없고 탄소배출 감축이

가능한 지에 대해서도 부정적이지요.


21분 도시 공약은 ‘21’이란 숫자만 강조되고 있을 뿐,

시간 단축에 담겨 있어야 할 가치와 철학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도시 구조와 운영 원리를 변혁하기 위한 사회경제정책도 보이지 않고요.


최신 유행을 좇기 위해 안간힘을 쓰기는 했지만,

정작 그 안에 담겨 있어야 할 알맹이는 빼놓거나 변질시켰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21분 도시를 5년 안에 실현할 수 있다고

장담하는 데서

철학의 빈곤이 단적으로 드러납니다.

단적인 예로 파리의 15분 도시는 단지

이동 시간의 단축만을 의미하지 않아요.

노동·복지·주거·교통 등 사회경제정책의

전면 개편이 수반되어야 하죠.

이처럼 21분 도시를 5년 안에 실현하겠다는 주장은

오히려 21분 도시의 내용 부재를

고백하고 있다고 밖에는 달리 해석되지 않습니다.


파리의 이달고 시장은

글로벌 생태적·사회적 전환은 필연적이고,

이를 위해 도시가 변화의 주체가 돼야 하며,

지역 행위자들이 역동적인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개방적·포용적 환경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도시 구성원의 연대와 참여를 바탕으로

도시를 바꾸는 하나의 ‘과정’인 셈이죠.


시민의 참여와 능동적 실천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 없이 하향식으로 ‘5년 내 완성’을 장담하는 것은

이런 정신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합니다.



파리의 15분 도시



출처: Paris en Commun. La ville du 1/4 d’heure, qu’est-ce que c’est? (https://annehidalgo2020.com)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이달고 파리 시장의 15분 도시는

‘내일의 도시 파리’(Le Paris de demain)를

이루는 한 요소입니다.


‘내일의 도시 파리’는

1) 도보와 자전거로 통행하는 푸른 도시

2) 연대의 도시

3) ‘모두에게 평등한 파리’를 위한 약속

4) 15분 도시 파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5분 도시는 프랑스 소르본 대학의

카를로스 모레노 교수 등이 주창해

프랑스나 마드리드, 오타와, 멜버른, 디트로이트 등을 비롯한 세계 여러 도시가 채택했습니다.


급격한 도시화가 초래한 각종 사회적 위험과 병리현상,

기후위기라는 전 지구적 재앙에 대응하기 위한

도시계획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달고 시장은 '내일의 도시 파리'를 실현하기 위해

100% 자전거 이용이 가능한 도보 중심 도시를

만드는 것부터

임대료 상한선 제한 조치를 통한 임차인 보호,

시세보다 20% 저렴한 임대주택 제공,

무상교통사업 대상 만 18세 미만으로 확대,

기본진료비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의사를

모든 지구에 배치할 것 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뿐 아니라 ‘모두가 평등한 파리’를 위해

남녀 간의 실질적 평등 보장, 청소년 성 소수자나

망명한 성 소수자를 포용하는 정책 시행을 강조하지요.


15분 도시 파리는 도보로 15분 이내에 서점,

식료품 상점을 비롯한

다양한 소상점, 학교, 문화시설, 의료시설, 공공서비스를 접할 수 있도록 만든다는 구상인데요.


도시를 근거리 서비스에 기반한 15분 생활권으로

새롭게 조직하기 위한 공공서비스 인력 배치 증가,

100% 자전거 통행이 가능하며 장애인의 이동이 자유로운 도시로의 전환,

시립 보건소 확대와 기본진료비로 의료서비스 제공과 같은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또한 시민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시청 직원이 상주하며

생활에 필요한 질문을 상담해 줄 수 있는 ‘시민의 창구’와 같은 공약도 있습니다.


이달고 시장의 15분 도시 구상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각종 시설을 재배치하거나 새로 만들어서

물리적 이동시간을 단축하는 데 머무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도시의 근접성을 높이는 이유도

경제적 효율성 제고가 아니라

생태를 중심으로

평등, 연대, 근거리 서비스에

기반한 살기 좋은 현대 도시를

만들자는 데 있습니다.


즉, 이달고 시장의 '15분 도시'는 가치와 철학이 담긴

종합적인 사회경제정책으로 이뤄진 도시 재설계 프로젝트의 일환인 것입니다.



그런데 박영선 후보의 '21분 도시'는

기후위기 등 환경적 고려보다는

토건과 경제성장 정책으로

둔갑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지역분권이나 지방자치를 강조하니

지역 간 과열 경쟁이 벌어지던 것,

'국토 균형 개발'이라는 허울 좋은 명분 아래

난개발·과잉 관광을 기획하던 것과도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최근 정부는 2050년 탄소중립을 약속하고도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상향하지 않아 UN으로부터

감축목표 수정을 요구받고 있으며


국회에서도 기후위기 비상선언을 한지

얼마 되지 않은 이 시점에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강행 입법하는 등

그 취지와는 정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처럼 기후위기를 맞설 '기후정의'로서의

비전을 가진 15분 도시의 목적과는 달리

복합쇼핑타운과 공항을 짓는

그들의 정책에는 철학도, 정치도 없습니다.

더 이상의 성장 중독 사회는 장기적 관점에서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기존 기후위기를 일으켰던 썩을 때로 썩은

그때 그 방식에서 조금도 나아진 것이 없습니다.


오히려  “수많은 차량이 오가는

테헤란로 10차선을 2차선으로

줄여버리는 과감한 정책,

개발을 중단하고 숨 쉴 수 있는

서울을 만드는 것만이 해답이다”라고

말하는 진보당 송명숙 후보의 주장이

기후위기로 인한 재앙을 막는 데 훨씬 현실적입니다.


이에 다음 시간에는 당선 가능성은 비록 낮지만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비전을 제시하고 있는

패기 넘치는 군소정당(기본소득당, 진보당 등) 서울시장 후보들의

기후 공약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출처 : 진보당 서울시장 송명숙 후보의 트위터

<출처 및 참고>

1. 이수진·허동숙. 2021. 프랑스 안 이달고 파리시장의 ‘내일의 도시 파리’ 정책공약. 국토이슈리포트 21호. 국토연구원

2. 국토연구원, 프랑스 안 이달고(Anne Hidalgo) 파리시장의 ‘내일의 도시 파리’ 정책공약, 국토 이슈리포트, 제32호 2021년 1월 27일.

3. 김혜미, 똑같은 'OO분 도시', 박영선·박형준에겐 없는 이것, 오마이뉴스, 2021년 2월 21일.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717653

4. 이근창, “기후위기 대응의 마지막 기회입니다!” 송명숙 진보당 서울시장 후보, 기후행동 1인 시위, 시사 N라이프, 2021년 2월 26일.

http://sisa-n.com/View.aspx?No=1518017

5. 이유진(녹색전환연구소), [서울마을 이야기-92호_2-2] 정책 안테나_세계도시들의 그린 뉴딜, 서울시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블로그, 2020년 7월 1일.

https://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seoul_maeulstory&logNo=222017643761&proxyReferer=https:%2F%2Fwww.google.com%2F

매거진의 이전글 대학생 기후행동 주간 "전국 집중행동"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