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국내외 기후생태위기 비폭력ㆍ불복종 운동의 현황
지난 2020년, 문재인 대통령이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였습니다. 하지만 2030년까지의 탄소감축 계획은 전혀 수정하지 않아 UN으로부터 퇴짜를 맞았고 전국에 7기나 있는 신규 석탄 화력발전소는 아직도 건설 중입니다. 거기에 보태어 180석의 거대 여당은 앞에서는 2050 탄소중립을 말하고 뒤에서는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통과시키기에 이르렀습니다.
괜히 옛말에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고 했을까요?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 1위 기업인 포스코’는 미얀마 군부와의 사업 관계를 유지하고 이윤을 배당해 군부에게 경제적 토대를 제공하는 다국적 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군부의 최고위직들은 포스코 주식을 갖고 배당금을 받습니다. 심지어 미얀마 로힝야에서 학살을 주도한 일선 부대들도 포스코 주주 명단에 올라있죠. 이러한 경제적 기반이 미얀마 군부를 강하게 만들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대한민국 정부가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2021년이 아직 3개월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참 많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지난 3월 12일 아침, 기후위기 비상행동 활동가들은 포스코 주주총회가 열리는 포스코 센터(서울 강남) 앞에서 ‘포스코 규탄대회’를 열었습니다. 이들은 기후위기, 산업재해, 미얀마 군부의 인권탄압으로 희생된 시민들과 생명들의 피를 상징하는 빨간 물감을 포스코 센터 건물과 바닥에 뿌렸습니다.
포스코는 삼척블루파워 석탄발전소 건설로 기후악당 평가를 받고 있으며 연이은 산업재해로 인해 철강왕국이 아닌 산재왕국, 노동악당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최근 미얀마에서 쿠데타로 민주주의와 인권을 짓밟은 군부와 포스코가 결탁되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국제적으로는 인권악당이란 비판을 받고 있지요.
이에 ‘포스코 규탄대회’에 참석한 활동가들은 자진 해산하기 전 포스코에 ‘삼척석탄발전소 건설 중단, 산업재해 노동자에 대한 보호 조치 마련, 미얀마 군부 운영 회사와의 협력 중단’을 촉구하였습니다.
지난 3월 15일, 멸종저항서울 활동가들은 더불어민주당사(서울 여의도) 입구에서 가덕도 신공항을 추진하는 더불어민주당을 규탄하는 기습 시위를 벌였습니다.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의 국회 통과를 주도한 더불어민주당에 항의하기 위해서였는데요. 민주당이 국회에서 ‘기후위기 비상선언’을 주도하고 그린뉴딜과 탄소중립을 천명하고도 특별법을 통과를 강행한 것은 대단히 위선적이며 기만적인 행위입니다.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에는 공항 건설에 앞서 경제적 효과와 환경 파괴를 비교하는 객관적 지표인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는 등 각종 특혜가 담겨있는데요. “삶의 터전을 빼앗지 말라는 가덕도 대항동 주민들의 호소는 묵살하며 토건 자본만 배불리는 ‘지역균형발전’의 기만성이 드러나고 있다”며 이날 직접 행동에 나선 이유를 밝혔습니다.
지난 2016년 정부(국토교통부)가 진행한 <영남권 신공항 사전타당성 조사연구> 용역 결과 가덕도 신공항은 다른 경쟁 후보지(밀양, 김해공항)와 비교해서도 건설 시 비용이 커 타당성이 없다는 결론이었습니다. 용역 보고서에서 ‘가덕은 일반적인 공항 후보지가 아니어서 공사 비용이 많이 들고, 외해에 위치해 있어서 시공 리스크도 높을 것’으로 보았습니다. 그들의 행동은 명분도 없고 예비타당성 조사도 통과하지 못 하였음에도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이 ‘반기후 사업’ 대한 저항인 것입니다.
봉쇄·지붕 점거 시위는 최근에는 보기 힘든 ‘센’ 형식의 시위였습니다. 그렇다면 왜 멸종저항서울은 이렇게 나설 수밖에 없었을까요? 그럴만한 절박함이 있었을까요? 멸종저항서울의 활동가 랑은 “환경단체 활동가가 국회의원이 되었는데도 아무 것도 변한 게 없다면 정치에 참여한다고 해도 무엇을 바꿀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활동가 서린은 “기존에 하던 특별법 통과 규탄 기자회견 정도로는 이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기에는 부족했다. 현재 기후운동 안에 이런 급진적 행동이 필요하고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었다고 평가한다.”고도 밝혔는데요.
지금 세대의 눈으로 본 기후환경운동은 현재 자율성이 너무나 쇠퇴하였습니다. 우후죽순처럼 생긴 민관위원회에 오래 참여하다보니 정부의 잘못을 따끔하게 비판하는 것보다 이 위원회를 통해 조금이라도 설득하려 고민하는 모양새이지요. 하지만 이건 시민사회의 힘이 없으면 불가능한데, 지금까지 계속 실패하는데도 똑같은 방식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환경부 장관, 국회의원, 보좌관 등이 환경운동을 하던 사람들이다보니 기존의 기후환경운동은 운동이라기보다 로비집단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린뉴딜이니 탄소중립이니 되려 정부와 국회는 운동의 담론을 가져가 이상한 걸 만들어버렸는데요. 우리는 이제 다른 방식을 모색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이번 시위는 아마도 그 다른 방식 중 하나일 것입니다.
더불어 멸종저항서울은 환경단체가 아닌 ‘기후정의단체’로 불러달라고 밝혔는데요. 기존의 깨끗한 물을 지키는 문제나 플라스틱 없애는 운동도 정말 중요하고 계속 이어져야 합니다. 하지만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는 기존에 하던 일만 해서는 해결할 수 없습니다. 전면적으로 새롭게 고민하고 대처해야 합니다. 기후위기와 노동, 빈곤, 주거, 안전, 젠더 등 기존의 모든 사회불평등 문제까지도 전부 연결이 되어있기 때문입니다.
뿐만아니라 ‘환경’은 인간중심적 표현입니다. 환경보다는 ‘생태’라는 표현이 보다 수평적인데요. ‘기후정의’는 인권 또는 다른 소수적 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다양한 관점에서 지속가능한 세상을 추구하기 위한 행동을 하는 것을 말합니다. 인간과 비인간 동물, 그리고 그를 둘러싼 생태를 포괄하며 모든 생명이 동등하고 평화롭고 안녕한 세상을 꿈꾸어야 합니다.
아직도 우리나라가 가야할 길은 무척이나 멀고 고단해보입니다. 반면에 최근 프랑스 하원에서는 헌법 1조에 “국가는 생물 다양성과 환경 보존을 보장하고 기후변화와 싸운다”는 조항을 추가하는 개정안을 찬성 391표, 반대 47표로 가결하였습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공화국 건립 원칙을 명시한 헌법 첫 조항에 기후변화 대응을 국민투표를 거쳐 추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 법안이 상원을 통과할 경우 프랑스는 2005년 이후 처음으로 국민투표를 하게 됩니다.
헌법 1조에 추가할 예정인 이 문장은 2018년 11월 프랑스 전역을 뒤흔든 ‘노란 조끼 시위’ 이후 설립한 시민협의회(CCC)가 제안했는데요. 이를 마크롱 대통령과 프랑스 하원이 수용한 것입니다. 다만 기업의 이익배당금 중 4%를 환경세로 부과해야 한다거나 헌법 서문을 새로 작성해 기후변화 대응을 주요 목표로 삼는다는 내용을 추가해야 한다는 제안은 거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는 프랑스 하원의 헌법 개정안 통과 사례를 통해 ‘기후위기 해결’은 결국 시민, 즉 우리에게 달려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지난 3월 19일(현지시간)은 그레타 툰베리가 처음 시작한 ‘미래를 위한 금요일’ 학교 파업(등교거부 시위)의 날이었는데요. 기후위기를 걱정하는 젊은 세대들이 파리의 중심부에서 다시 만났습니다. 이는 코로나 19 대유행 이후 6개월만에 있는 일입니다.
현재 대한민국의 현실은 상당히 부정적입니다. 지난 4ㆍ7 재ㆍ보궐선거에서 기후 정책은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2050 탄소배출 제로, 2030 탈석탄’을 달성하기 위해 하루가 급한 이 절체절명의 시점에서 재ㆍ보궐선거 후보들의 안일한 태도는 가뜩이나 어려운 청년세대에게 한숨만 보태어 주었습니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와 UN 환경계획에서는 인류와 지구에게 남은 마지노선을 짧게는 2030년, 길게는 2050년까지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다 급진적인 기후환경 단체나 기후변화연구소는 탄소 예산 등을 고려했을 때 2025년까지 막지 못하면 돌이킬 수 없다고 예견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이번 2021 4ㆍ7 보궐선거와 함께 내년 대통령 선거와 지방자치단체 선거는 매우 중요한 위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번 선거로 뽑힌 사람들이 만든 정책과 법은 앞으로의 5년, 10년을 좌우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만든 정책과 법에 기반하여 만든 건물, 교통체계, 에너지 체계, 먹거리 생산 체계, 폐기물 처리 시스템 등 우리 생활 전반에 미칠 영향의 크기는 지금으로선 가늠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어마어마합니다.
“누군가는 나에게 시위를 할 게 아니라 학교를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누군가는 내게 기후위기를 ‘해결’하려면 공부를 해서 과학자가 돼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기후위기에는 이미 해결책이 있다. 우리는 이미 모든 사실과 해결책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일어나서 바꾸는 것이다.”
-그레타 툰베리(스웨덴의 기후운동가)-
우리는 이제 갈림길에 서있습니다. 우리의 생존을 위해 행동할 것인가? 아니면 방관하며 다함께 죽을 것인가? 하지만 우리에게 방법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이미 그 해결책마저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오직 일어나서 바꾸는 일입니다.
포스트 코로나ㆍ 기후생태위기 시대, 앞으로 변화하는 세상의 모습은 이전과 완전히 다를 것입니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아주 분명한 사실 하나가 있습니다. 미래의 모습이 어떻게 바뀔지는 지금 이 순간,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우리 자신의 손에 달려있습니다. 이제,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출처 및 참고>
1. 김유아, 프랑스 하원, “기후변화와 싸운다.” 헌법 1조 개정안 가결(연합뉴스, 2021.3.18.)
2.김종훈ㆍ유성호, “포스코는 왜 기후ㆍ노동ㆍ인권악당’으로 불리게 됐나?(오마이 뉴스, 2021.3.11.)
3. 김혜윤, [만리재 사진첩] 포스코에 뿌려진 기후위기ㆍ산업재해ㆍ인권탄압 희생의 붉은 피”(한겨레, 2021.3.12.)
4. 멸종저항서울, ‘시민불복종 직접행동’ Extinction Rebellion Seoul _ 멸종저항 서울 시민불복종 직접행동 (XR Seoul occupies Democratic Party Headquarters) - YouTube
5. 최우리, 기후운동단체 “민주당, 가덕도 신공항 밀어붙인 기후파괴정당”(한겨레, 2021.3.15.)
6. 최우리, 민주당사 봉쇄ㆍ점거 시위 후 “민주당에서 연락 없었다.”(한겨레, 2021.3.22.)
7. «Fridays For Future»: manifestation pour le climat à Paris - YouTu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