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을 변화시키는 여러 가지 요인들
급격한 강의 변화
우리의 삶과 밀접한 강의 모습은 오랜 시간에 걸쳐 항상 변해왔습니다. 흐르는 물은 지속적인 침식과 퇴적을 일으킵니다. 강의 상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폭포나 V자형의 가파른 골짜기 등은 침식에 의해 형성된 지형들이고 반대로 산과 평지가 만나는 지역에 형성된 부채꼴 모양의 넓은 지형이나 바다가 만나는 곳에 형성되는 삼각주 등은 퇴적이 만들어 낸 지형들입니다.
이처럼 강은 끊임없이 변화하며 이전에 없던 생태계가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수천 년에서 수만 년 이상의 아주 긴 시간에 걸쳐 일어나는데요. 최근 강을 무분별한 사용으로 인해 수년에서 수십 년 사이에 짧은 기간에도 강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수도권의 중심에서 흐르고 있는 한강도 예외가 아닙니다. 특히 인간의 개입과 기후변화가 급격한 강의 변화를 일으키는 주된 요인인데요. 하나씩 알아보도록 합시다.
인공 댐이 미치는 영향
먼저 인간이 건설한 대표적인 인공물인 댐은 강을 변화시키는 대표적인 요인입니다. 물을 가둬 댐 하류의 평균적인 물의 흐름이 줄면 하류의 수위가 낮아지는데요. 이렇게 드러난 땅 위에 씨앗이 뿌리를 내려 풀과 나무 등이 자라납니다. 댐이 지어진 지역에 공통으로 나타나는 육상화 현상은 최근 댐이 없는 곳에서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2015년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 ‘친수가치 제고를 위한 홍수터 관리 기술 개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국가하천의 약 34%가 식생에 의해 잠식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2010년대 이후 빠르게 증가했는데요. 한강의 지류인 강원도 섬강과 경기도 청미천의 2016년 초본 식생 면적은 각각 54.7%와 77.5%로 2010년에 비해 각각 1.7배, 2배 증가했습니다.
또한 댐 건설은 강바닥이 깊어지는 것과 관련이 있는데요. 이 과정으로 인해 강을 따라 흐르는 지하수면이 낮아지고 지하수면이 변화되면 강바닥에 살고 있던 어류와 무척추동물을 위한 서식지가 줄어들게 됩니다. 서식지의 상태가 변하면 기존에 생활하고 있던 여러 생물 종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합니다.
하수처리가 미치는 영향
한강에는 하수처리장 800여 곳에서 내뿜는 방류수가 한꺼번에 모여드는데요. 대부분 생활하수는 여러 처리 과정을 거쳐 깨끗한 상태로 방류되지만, 이 과정에서 걸러지지 못하고 한강 물에 계속 남아 있는 의약품 성분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지난 5월, 김현욱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 교수팀은 한강 탄천과 중랑천 등 한강 지류에서 ‘포스포다이에스터레이스(PDE)-5 억제제’를 검출했는데요. 비아그라, 시알리스 등의 이름으로 팔리고 있는 발기부전 치료제의 주성분인 PDE-5 억제제가 탄천에서는 강물 1L에 88ng(나노그램·1ng은 10억 분의 1g), 중랑천에서는 62ng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는 하수처리장을 지나기 전과 거의 같은 수준으로, 의약품 성분이 현재의 하수처리기술로는 제대로 제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특히 신종플루가 유행한 2009년 이후 한강에서 타미플루가 지속적으로 검출되는 등 새로운 의약품이 계속 등장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이렇게 강으로 배출된 의약품들이 생태계로 흘러가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가 없습니다. 더구나 최근에는 배터리에 주된 소재로 사용되는 리튬도 한강에서 발견되었는데요. 류종식 부경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팀은 한강 수계 22개 지점에서 리튬 농도를 조사해 북한강과 남한강에서는 국제 평균의 절반 이하이던 리튬 농도가 서울 구간에서는 6배까지 증가한다는 사실을 확인하였습니다.
기후변화가 미치는 영향
최근에는 관개ㆍ토지관리와 같은 인간 활동보다 기후변화로 인한 홍수와 가뭄이 잦아지고 있는데요. 기후변화는 세계 강의 흐름마저도 바꾸고 있습니다. 지난 3월, 스위스와 미국 등 12개국 연구자들로 구성된 국제 연구팀이 전 세계 하천 7250곳의 유량 변화를 조사한 결과, 기후변화가 지난 40년 동안 전 세계 강의 흐름을 바꿔놨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특정 지역은 물이 말라가고, 특정 지역은 물이 많아지는 현상이 뚜렷해졌다는 분석인데요. 이 때문에 전 지구적으로 극심한 홍수 또는 가뭄이 잦게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장기적인 기후변화의 결과는 한강 유역에서도 다양한 형태로 나타납니다. 2013년 이동률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수자원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기상학적 조건이 변했을 때 한강 지역이 어떻게 변화할지 알아보았습니다. 분석 결과 비나 눈으로 내린 물이 유역을 통과해 흘러갔을 때 그 양을 의미하는 ‘유출량’은 기후변화가 심한 경우(RCP 8.5)가 그렇지 않은 경우(RCP 4.5)에 비해 평균 10% 이상 감소했습니다. 이렇게 유출량이 감소하면 하천 수질이 악화되고, 빗물과 함께 오염물이 유출돼 나오는 경우도 증가해 환경적으로 악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남한강 상류나 달천 유역은 원래 유출량의 상당량이 눈이 녹은 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기후변화가 진행되면 두 시나리오 모두에서 겨울철 눈 녹은 물의 양이 줄어들면서 한강 유역은 봄에 극심한 가뭄이 찾아올 수도 있음을 알려줍니다.
인공물을 설치할 때뿐 아니라 기후변화에 따른 강수의 패턴 변화도 식물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요. 여름 강우량의 감소는 하천 주변 식생을 증가시키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하천 주변에 식생 분포가 늘면 상대적으로 강폭이 줄어드는데 이는 곧 홍수 위험을 높입니다. 또한 이러한 하천의 육상화로 하천의 폭이 좁아지면 유속이 빨라지고 서서히 강바닥이 패이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강이 깊어지는 만큼 지하수위는 낮아져 저수지나 정수장에 유입되는 물이 부족해지고 그 결과 농경지에 용수 공급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기후변화로 한강을 가장 극적으로 변화시킬 요인은 해수면 상승입니다. 지난해 국립해양조사원이 1990년부터 2019년까지 30년 동안 한반도 해수면을 관측한 자료에 따르면, 한반도의 평균 해수면은 매년 3.12mm씩 높아지고 있는데요. 해수면이 상승하면 한강은 하류 퇴적지부터 조금씩 바다에 침식되다가 잠기게 될 것입니다. 강의 자연적인 회복력이 충분히 높다면 강을 따라 내려오는 퇴적물이 유실된 부분을 메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산업이 발전하면서 인공 댐이 여러 개 생겨났고, 그 결과 퇴적물이 하류로 내려오지 못해 유실된 지역을 회복하지 못 할 가능성이 큽니다.
결국 인간이 미친 여러 가지 영향이 현재 한강 곳곳에서 급격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우리의 행동 변화에 따라 한강의 미래가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우리의 선택이 바뀌면 한강의 미래도 바뀔 테니까요. 우리는 이제 선택해야 합니다. 우리에게 달린 한강의 미래를 포기할 것인지, 아니면 반드시 지켜낼 것인지 말입니다.
<참고 자료>
기후변화행동연구소 : 기후변화와 강의 위기
http://climateaction.re.kr/index.php?mid=news01&document_srl=178292
네이버 학생백과 : 침식·퇴적에 따른 지표의 변화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1524120&cid=47341&categoryId=47341
동아사이언스 : [프리미엄 리포트] 인간 영향으로 한강의 미래가 바뀌고 있다
https://m.dongascience.com/news.php?idx=47654
동아사이언스 : 기후변화가 세계 강의 흐름을 바꿨다
https://m.dongascience.com/news.php?idx=44762
리서치페이퍼 공식 블로그 : '인공 댐 건설' 우리에게 주는 악영향은?...사용 부적합 물 될
수도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aver?volumeNo=24275140&memberNo=3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