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간 감축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
영국의 환경단체 '플랫폼 런던'은 '시간을 멈춰라-노동시간 단축의 환경혜택'보고서에서 "영국이 주4일 근무제로 전환하면 202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연간 1억 2700만톤을 줄일 수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영국의 전체 온실가스 배출의 21.3%에 해당하는 양으로, 스위스의 한 해 온실가스 배출량과 맞먹는 수치인데요. 또한 보고서는 개인승용차 2,700만대가 도로에서 사라진는 것과 같은 정도의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추정하였습니다.
주4일 근무제를 시행할 경우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분야는 출퇴근 교통량입니다. 런던의 경우만 해도 자전거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직장인의 3분이 1이 승용차로 출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영국 레딩대학교 연구에 따르면 주4일제로 전환하면 출퇴근 자동차의 운행거리가 매주 9억km(5억 5,800만마일)가 줄어들 것으로 추정합니다.
또한 보고서는 전력 소비량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주4일 근무제를 도입하면 사무실을 하루 더 비워둘 수 있기 때문인데요. 영국의 한 민간단체의 분석에 따르면, 주말 휴일이 3일로 늘어나면 에너지 소비 절감으로 매주 11만 7천톤의 온실가스가 추가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는 연간 1,300만대의 자동차를 거리에서 줄이는 것과 같은 효과입니다. 실제로 2008~2009년까지 미국 유타주는 주 직원들을 대상으로 주 4일제를 시행한 적이 있습니다. 그 결과 사무실 조명, 엘리베이터, 냉난방 등의 사용이 줄어 많은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최근 주4일 근무제에 대한 관심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는데요. 스페인은 전국적으로 시범운영을 시작했고, 스코틀랜드도 시범 도입을 자원한 회사들에게 보조금을 주는 방식으로 사회 실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4일제 도입은 본래 노동자 복지와 노동력 재생산을 위해 검토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노동시간 단축은 단순히 장시간 노동을 개선한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일과 삶의 균형을 유지하고 소득재분배 등을 위한 정책적 수단으로써의 성격이 강해졌습니다.
이제는 기후위기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검토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은 근본적으로 브레이크 없는 생산활동에 있기 때문입니다. 긴 노동시간은 더 많은 생산과 소비로 이어지고, 이는 곧 이산화탄소 배출로 이어집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노동시간은 곧 노동자의 임금을 의미합니다. 이 때문에 구체적인 적용단계에서 임금 보전 등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예상됩니다. 하지만 최근 202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주4일 근무제가 주요쟁점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폭넓게 상상력을 발휘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참고 자료>
한겨레 기사
https://www.hani.co.kr/arti/science/science_general/997224.html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00211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