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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종 Jan 28. 2022

전기차는 친환경 차가 아니다?

[팩트체크] 전기차와 온실가스 감축 효과에 관한 진실

기후위기 시대, 지구를 지구온난화로부터 지켜줄 대안으로 전기차를 꼽습니다. 전기차를 대안으로 이야기하는 이유는 석유와 가스 등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재생가능에너지로 더 깨끗해질 수 있을 뿐 아니라 가장 에너지 효율이 높은 자동차이기 때문입니다.      


세계 주요국들은 매연을 뿜어대는 내연기관차의 전기차 전환을 매우 서두르고 있습니다. 이에 환경 관련 규제에도 적극적인데요. 노르웨이와 네덜란드는 2025년, 독일은 2030년, 영국은 2035년, 프랑스는 2040년부터 각각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이하 신차 기준)하기로 했어요. 내연기관차 제조 기술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독일, 산업혁명의 발원지인 영국마저 내연기관차 퇴출을 선언한 것이죠. 2016~2019년 사이에 집중적으로 이 같은 정책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미국도 캘리포니아주가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하기로 하는 등 유럽 못잖게 적극적이에요. 최근 미국 의회는 전기차 충전소 확충 등에 75억 달러(약 8조 9,000억원)의 예산을 배정하기도 했어요. 유럽과 함께 세계 양대 전기차 시장을 형성한 중국 역시 2035년부터 자국 내의 내연기관차 생산을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그 사이 우리나라도 전기차 충전소 확충과 보조금 지급 등으로 적극적으로 발을 맞추고 있습니다.     


수년 전만 해도 희소했던, 도로 위를 달리는 전기차를 이제는 어디를 가도 흔하게 볼 수 있을 정도예요. 2015년만 해도 국내 전기차 보급량은 5,712대에 그쳤죠. 그런데 지난해는 13만 4,962대로 불과 5년 만에 23.6배가 되었습니다. 매년 4~5배씩 증가한 셈이에요. 같은 기간 글로벌 전기차 보급량이 72만8,217대에서 685만327대로 9.4배가 된 것과 비교해도 가파른 성장세입니다.     


세계적인 인기 역시 통계로 쉽게 알 수 있어요.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 4월 보고서에서 지난해 4%였던 순수 전기차의 시장점유율(전체 자동차 대비)이 2025년 최대 17%, 2030년 최대 34%까지 급등할 것으로 내다보았어요. 대략 10년 후엔 도로 위의 자동차 5대 중 2대는 전기차일 수 있다는 얘기죠.     


현재 세계 각국의 자동차 회사들은 발 빠르게 기존의 내연기관차를 전기차로 대체해가는 중이에요. 우리나라 현대자동차도 2025년까지 전 세계에서 100만 대의 전기차를 판매하는 등 2045년까지 자동차 생산부터 운행, 폐기까지 전 단계에 걸쳐 탄소 순배출 ‘제로(0)’를 달성하겠다고 공언하였습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전기차도 온실가스를 배출하기 때문에 친환경 차가 아니다’라는 주장이 나옵니다. 주행할 때 나오는 탄소는 없지만, 연료인 전력을 만들 때 여전히 탄소가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전기차가 늘어나도 온실가스 감축에는 큰 효과가 없다는 것입니다. 여전히 석탄 화력발전 비율이 높은 우리나라 상황에 비춰보면 충분히 일리가 있는 주장입니다.     


그렇다면 정말 전기차는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전혀 없을까요?     


에너지경제연구원이 2017년 12월 30일 발행한 <자동차의 전력화(electrification) 확산에 대비한 수송용 에너지 가격 및 세제 개편 방향 연구>에 따르면, 내연기관차는 정유 과정·연료의 수송 및 분배과정·자동차 운행과정을, 전기차는 발전과정·송배전·자동차 운행과정을 포함해 국내 차종별 1km 주행시 평균 온실가스 배출량을 측정한 결과, ▲휘발유차 202.361 ▲경유차 210.535 ▲LPG차량 174.581 ▲전기차 107.877인 것으로 나타났어요.     


각 차종별 평균 온실가스 배출량 비교(이미지 출처 - 자동차의 전력화(electrification) 확산에 대비한 수송용 에너지 가격 및 세제 개편 방향 연구 보고서)


‘전기차도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라는 주장은 연료공급단계를 포함한 자동차 전주기 온실가스 평가체계(LCA)를 적용하면 대체로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때문에 ‘친환경’이 아니라는 주장에는 무리가 있어요. LCA를 적용해도 기존 내연기관 차량보다 최소 절반 이상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보이고 있으며, 발전원의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질수록 효과는 늘어납니다.      


여기서 ‘전 과정 평가(LCA·Life Cycle Assessment)’란 제품 혹은 시스템의 전 과정에 걸쳐 환경영향평가를 하는 기법을 말해요. 최근에는 특정 제품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자주 사용하죠. 특히 기후위기로 인한 탄소 감축이 전 세계의 주요 과제가 되면서 특정 제품의 제조 단계부터 이용까지 배출되는 탄소나 폐기물의 양이 얼마나 되는지를 측정하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이 같은 연구는 탄소배출 규제에 가장 적극적인 유럽에서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지의 2017년 10월 보도에 따르면, 벨기에 VUB 대학교가 차량과 배터리 제조 공정, 연료 소비 등을 포함해 생애주기에 걸친 전기차의 이산화탄소 배출 규모를 경유차와 비교한 결과, 2030년까지 평균 절반일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특히 석탄발전 비중이 높은 폴란드에서는 이산화탄소 배출 규모가 경유차의 4분의 3 수준으로 추정되지만, 유럽 최대 청정에너지 국가인 스웨덴에서는 온실가스 감축 규모가 85%에 이릅니다. 즉, 국가별 발전원에 따라 결과가 다르다는 것이죠.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하면 ‘전기자동차도 연료인 전기를 만들 때 온실가스를 배출하기 때문에 온실가스 감축에 효과가 없다.’는 주장은 대체로 사실이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우리나라 신재생에너지 보급현황과 발전 비율이 아직 10% 이내로 여전히 낮은 현황이기 때문에 상당한 과제를 안고 있는 것도 사실이죠. 이에 한국 정부 역시 2050년 탄소배출 제로를 목표로, 2030년까지 자동차가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지금보다 24% 줄이기로 했어요. 2020년 ㎞당 97g이었던 자동차 온실가스 배출 기준을 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89g으로 낮추고, 2030년에는 70g으로 줄일 계획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온실가스 배출에 관한 규제는 점점 강화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어요. 유럽연합은 배출가스 관련 규칙에 따라 2025년부터 자동차 제조사는 LCA에 기반한 이산화탄소 배출량 자료를 제출해야 합니다. 배출규제가 단순히 운행 중 배출가스만이 아니라 자동차 생산, 이용, 폐기 등 전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배출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일본은 2030년 LCA 기반 규제 도입을 확정했고, 중국도 LCA로 전환을 준비 중입니다.     

출처 : HMG 저널

우리나라도 세계적인 추세에 맞춰 변화를 시도하고 있어요. 지난 2021년 2월 18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제4차 친환경 자동차 기본계획’에 따르면, 2025년까지 283만 대, 2030년까지 785만 대의 친환경 차를 보급할 계획이며, 정부 차원의 자동차 전주기 온실가스 평가체계(LCA), 배터리 전 수명 품질 적합성 기준 도입을 선제적으로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어느새 우리의 삶에 부쩍 가까워진 전기차.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주행가능거리가 짧다거나 충전 속도가 느리다거나 아직 충전소가 매우 부족하다는 여러 불만은 있을 수 있지만, 현재보다 앞으로의 미래가 더 기대되는데요. 한 번에 우리의 삶이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바뀌기는 어려워요. 하지만 우리가 조금씩 마음을 내어 변화하기를 시도한다면 언젠가 지금의 노력이 보람찰 날이 오지 않을까요?     




<참고자료>

그린피스 : 전기차는 정말 친환경차일까?

https://www.greenpeace.org/korea/update/13651/blog-ce-core-contents-ev/

산업통상자원부 : 친환경차 개발·보급 중장기(’21~’25) 기본계획(제4차 친환경자동차 기본계획)

서울경제 : "全 생애주기 고려땐 전기차가 내연차보다 탄소배출 많아"

https://www.sedaily.com/NewsVIew/1ZBOJ11FY8

에너지신문 : 최신 ICT 기술로 전기차 온실가스 감축효과 실증

https://www.energy-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73471

중앙일보 : 전기차 보급, 전 세계 9배 늘 때 한국은 24배로 뛰어 급가속 성장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25307#home

NEWSTOF : [에너지전환 팩트체크] ⑦전기차 온실가스 감축에 큰 효과 없다?

http://www.newstof.com/news/articleView.html?idxno=12229

SOLAR TODAY : 전기차로 온실가스 감축 가능...내연기관의 절반 수준

https://www.solartodaymag.com/news/articleView.html?idxno=7426

김재경(에너지경제연구원) : 자동차의 전력화(electrification) 확산에 대비한 수송용 에너지 가격 및 세제 개편 방향 연구

전승호, 김수덕(대한교통학회) : 배터리 전기차 보조금과 온실가스 감축효과

이진각, 한동희, 오창권, 정철기, 오관교(대한교통학회) ; 전기차 보급전망에 따른 고속도로 온실가스 저감효과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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