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일상에서 얼마나 많은 물을 사용하고 있을까요?
'생태적 배낭(ecological rusksack)'이라는 개념을 아시나요? 생태적 배낭이란 특정 제품 하나를 만드는 과정에 관련된 물질 전체 무게에서, 그 제품의 무게를 뺀 값을 말해요. 생태적 배낭의 수치가 커질수록 그 제품의 생산으로 인해 자연이 떠안게 되는 부담이 커진다는 뜻이죠.
독일 부퍼탈 연구소가 정리한 '생태적 배낭' 수치에 따르면, 인간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철의 경우 1kg에 해당하는 생태적 배낭이 무려 20kg에 달해요. 철광석의 채굴에서부터 완제품의 생산에 이르는 과정엔 철 자체 무게의 20배 정도 되는 물질이 관련된다는 뜻이다. 알루미늄 1kg의 생태적 배낭은 35kg, 니켈은 141kg이에요.
휴대전화를 하나 만드는 데 사용되는 자원은 얼마나 될까요? 휴대전화를 생산하는 데 물 약 1,300L, 땅 약 72제곱미터, 30여 가지 광물을 포함한 60여 개의 자원, 이산화탄소 14~30kg이 사용된다고 해요. 더구나 생태적 배낭은 우리가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동안 계속 무거워집니다. 휴대전화를 충전하는 데 쓰이는 전기의 무게, 다시 말해 전기를 생산하는 데 쓰이는 것들의 무게가 더해져요.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어떠한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사용되는 물이 상당한데요. 이러한 물을 버츄얼 워터(가상수)라고 해요. 예를 들어 125ML 커피 한 잔을 만드는데 1.5L 생수병이 약 93병이 필요하죠. 커피나무의 재배와 수확, 포장과 운송과정 등에 소비되는 물은 약 140L에요. 아메리카노 한 잔에 담긴 물의 양에 수백 배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쇠고기 1㎏을 생산하는 데는 물 1만 6,000L가 필요하고 쌀 1㎏에 물 3,000L, 옥수수 1㎏에 물 900L, 밀 1㎏에 물 1,350L, 1L의 우유를 만드는 데는 1,000L의 물이 필요해요. 한 나라의 실제 물 소비량은 버추얼 워터의 국내 소비량에 수입품의 양을 더하고 수출품의 양을 빼야 진짜 계산을 할 수 있죠. 무역을 통해 발생하는 버추얼 워터의 국제적 거래량은 연간 1,600㎦ 정도이고 이 중 80%는 농축수산물, 20%는 공산품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가상수를 포함하면 우리나라는 세계 5위의 물 수입국입니다. 한국물포럼에서 작성한 ‘가상수와 수자원 정책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순수입량은 320억 톤으로 국내에서 쓰이는 물의 75%가 농산물 생산·소비과정에서 쓰인다고 해요. 현재 80개국, 세계 인구의 40% 정도가 물 부족 현상을 겪고 있으며 이대로라면 25년 뒤에는 세계 인구의 절반이 식수와 관개용수 부족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가상수와 비슷한 개념으로 '물 발자국'도 있어요. 물 발자국은 우리가 지나간 자리에 발자국이 남는 것처럼, 제품의 원료 단계부터 제조·운반·폐기 과정 전반에 사용되는 물의 사용량을 의미하죠. 가상수가 생산에 사용되는 물의 양만 포함하는 개념이라면, 물 발자국은 훨씬 넓은 의미예요.
하지만, 가상수의 단순한 총량만으로는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해요. 호주의 물 환경 전문가 Brad Ridoutt는 "어느 지역의 물을 어떻게 사용하는지가 중요하다."라고 말했어요. 예를 들어 인도에서 다국적 기업의 콜라를 1L 생산할 때마다 해당 지역의 물 9L가 소비된다고 표현하거나 불리비아에서 다국적 기업의 맥주 공장이 운영되어 해당 지역의 계곡 물이 말랐다고 표현하는 것이 그 예죠.
물의 소비에서도 국가 간의 불평등을 더욱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앞으로 물 부족은 지구촌 곳곳에서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대두될 것으로 예상되기에 자발적으로 '물 발자국'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해요. 눈에 보이는 물 사용을 줄이는 것만큼 보이지 않는 물의 양을 줄이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일상 속에서 물을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1. 음식물 쓰레기 배출량 줄이기!
가정과 음식점에서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는 무려 하루 1만 3,200 여 톤에 달한다고 해요.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면,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음식을 생산하는 단계에서부터 낭비되는 물을 줄일 수 있어요! 음식은 적당량만 조리하여 남기지 않는 게 중요하죠.
2. 설거지통 사용하기
설거지를 하는 시간에도 물은 계속 낭비됩니다. 물을 계속 틀어놓고 설거지를 하면 약 100리터의 물이 소모된다고 합니다. 이때, 설거지통을 사용하면 무려 60% 정도의 물을 절약할 수 있어요.
3. 커피나 음료 대신 물을 마시기!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만드는 데 필요한 가상수의 양을 확인하셨다면 바로 이해하실 수 있으시겠죠? 오늘 오후, 커피와 음료가 주는 순간의 달콤함도 좋지만 환경을 생각한 건강한 물 한 잔 어떠신가요?
4. 불필요한 의류 소비 줄이기!
유행에 따른 의류 소비는 줄이고 입지 않는 옷은 기부하거나 중고 거래를 통해 다시, 오래 입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아요. 청바지 1장에 필요한 물은 1만 리터, 면 티셔츠 한 장을 만드는데 4,100리터가 필요합니다. 혹시 오늘 청바지와 흰색 면 티셔츠를 구입하셨다면 벌써 1만 4,100리터의 물을 사용한 것과 똑같다는 계산을 할 수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알게 모르게 일상에서 정말 많이 사용되는 ‘버츄얼 워터’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생각보다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물이 참 많죠? 오늘부터 지속 가능한 미래와 우리의 환경을 위해 일상 속에서 보이지 않는 물, 버츄얼 워터를 생각하며 물 절약을 실천해보시는 건 어떠실까요?
<참고자료>
머니투데이 : “청바지 1장 = 물 1만 리터”
https://news.mt.co.kr/mtview.php?no=2010032112523101643
한국환경재단 공식 블로그 : 버츄얼 워터? 보이지 않는 물, 가상수와 물 발자국
https://blog.naver.com/kecoprumy/222500613699
환경부 공식 블로그 : 가상수란 무엇일까요?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18248661&memberNo=534190&vType=VERTICAL
환경부 한강유역환경청 공식 블로그 : [필수 환경정책] 눈에 보이지 않는 물? 가상수 버츄얼 워터!
https://blog.naver.com/hg_wmc/222515595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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