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이제 현실이다.
지난 1월, 인도네시아 의회에서 수도 이전에 대해 의결하였어요. 인도네시아 수도를 현 자카르타에서 보르네오섬 동칼리만탄으로 이전하는 법안입니다. 새 수도의 이름은 '누산타라(Nusantara)'인데요. 누산타라의 의미는 '많은 섬들의 나라', '열도'라는 의미의 자와어입니다.
인도네시아는 왜 수도를 이전하려고 할까요? 자카르타가 있는 자와섬은 인도네시아 전체 면적의 7%에 불과하지만 인구(2억7500만 명)의 60%가 모여 삽니다. 대기오염은 물론이고 시내의 차량 평균 시속이 10㎞일 정도로 교통 체증도 심각하죠. 장관들은 국무회의에 늦지 않으려고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이동할 정도에요.
더구나 자카르타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가라앉는 도시입니다. 도시의 40%는 해수면 아래에 잠겨 있는데 지금도 매년 지반(땅의 표면)이 25㎝씩 내려앉고 있어요. 자카르타의 위치가 삼각주 범람원에 놓여 있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홍수에 매우 취약한 지역입니다. 이로 인해 매년, 대홍수로 막대한 인명피해를 입고 있어요. 기후위기의 가속화로 인해 지반 침하 속도는 점차 빨라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정치적으로도 인도네시아의 수도 이전은 수카르노 초대 대통령부터 품어 온 숙원이었다어요. 네덜란드와 일본의 식민통치 시절 수도였던 자카르타를 벗어나고 싶었을 뿐 아니라 국가 경제활동의 절반이 자바섬으로 집중된 후로는 국토 균형발전이 필요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그동안 천문학적인 이전 비용이 발목을 잡아왔어요. 자카르타 기득권층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죠. 역대 대통령 9명 중 한 명을 빼고는 모두 자와인입니다. 결국 가라앉는 도시를 더는 고집할 수 없게 되자 자와인이며 자카르타 주지사 출신인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나서게 된 것입니다.
수도 이전은 당초 2024년 신수도 1차 입주 시작을 목표로 했으나, 2019년 3월부터 정부 예산 대부분을 코로나19 대응에 쏟으면서 첫 삽도 못 뜬 상태에요. 게다가 한국의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과 마찬가지로 인도네시아의 신수도법도 위헌소송이 제기돼 실제 건설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죠. 초대 대통령인 수카르노를 시작으로 인도네시아의 거의 모든 정부가 수도 이전을 검토했지만, 천문학적 비용 등 난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흐지부지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천도 의지는 강력해 보여요. 지난 3월, 보르네오섬 수도 이전 예정 부지에서 기원 의식에 이어 캠핑까지 하며 눈길을 끌었죠. 이날 기원 의식에서 인도네시아 전체 34개 주의 주지사 또는 부지사가 각 지역 전통 복장을 하고 가져온 흙과 물을 큰 통에 하나로 섞어 기도를 올렸는데요. 흙과 물은 각 지방의 모든 부족과 종교를 상징하며, 이를 하나로 섞는 행위를 통해 수도이전의 원활한 추진을 기원했어요.
실제 수도를 이전하기까지는 수많은 과제들이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인도네시아의 수도 이전 논란에서 한 가지는 분명하게 알 수 있어요. 기후위기는 먼 미래의 일이 아닌 지금 당장 우리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는 사실을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