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택배노동자의 죽음에 부쳐
노동을 하지 않으면 굶어죽고
노동을 하면 지쳐 죽는 현실에서
처자식 뒤로하고 끝내 떠나간
그이의 마음을 어찌 달랠 수 있을까.
그를 떠나보낸지 10분도 채 되지않아
물류벨트를 돌리라는 사장 지시 한마디에
새벽 4시 퇴근해서 옷만 갈아입고
다시 일터로 나가야만 하는
동료들의 마음은 어찌 달랠 수 있을까.
추모집회를 준비하며
발언물을 퇴고하는 중간에
사망자 수를 고쳐써야 하는
산 자들의 마음은 또 어찌 달랠 수 있을까.
열사정신 계승하여 노동해방 쟁취하자는
하늘에 닿을 듯 닿지 않는 그 구호소리가
과연 위안을 줄 수 있을까.
열사정신 계승하여 노동해방 쟁취하자는
역사를 타고 반복되는 그 돌림소리가
과연 위안을 줄 수 있을까.
평화시장 죽음의 재봉틀을
멈춰세운 전태일, 그 날의 외침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특수고용노동자,
허울좋은 사장님 소리로 포장되어
기계조차 되지 못하고 톱니바퀴 부속품에
지나지 않은 그 특수한 자들의 외침.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하라!
전태일 3법 쟁취하자!"
열사정신은 구호로
구호는 입법을 넘어 실천으로.
멈출 듯 말듯 하던 해방의 역사는
그렇게 다시 흐른다.
아아, 벗이여 해방은 온다. 기어이 온다.
"열사정신 계승하여, 노동해방 쟁취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