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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종 Nov 04. 2020

구호는 단지 구호가 아니다(2020.10.28.)

어느 택배노동자의 죽음에 부쳐

노동을 하지 않으면 굶어죽고

노동을 하면 지쳐 죽는 현실에서

처자식 뒤로하고 끝내 떠나간

그이의 마음을 어찌 달랠 수 있을까.


그를 떠나보낸지 10분도 채 되지않아

물류벨트를 돌리라는 사장 지시 한마디에

새벽 4시 퇴근해서 옷만 갈아입고

다시 일터로 나가야만 하는

동료들의 마음은 어찌 달랠 수 있을까.

추모집회를 준비하며

발언물을 퇴고하는 중간에

사망자 수를 고쳐써야 하는

산 자들의 마음은 또 어찌 달랠 수 있을까.


열사정신 계승하여 노동해방 쟁취하자는 

하늘에 닿을 듯 닿지 않는 그 구호소리가

과연 위안을 줄 수 있을까.


열사정신 계승하여 노동해방 쟁취하자는

역사를 타고 반복되는 그 돌림소리가 

과연 위안을 줄 수 있을까.


평화시장 죽음의 재봉틀을

멈춰세운 전태일, 그 날의 외침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특수고용노동자,

허울좋은 사장님 소리로 포장되어

기계조차 되지 못하고 톱니바퀴 부속품에

지나지 않은 그 특수한 자들의 외침.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하라!

전태일 3법 쟁취하자!"


열사정신은 구호로

구호는 입법을 넘어 실천으로.


멈출 듯 말듯 하던 해방의 역사는

그렇게 다시 흐른다.


아아, 벗이여 해방은 온다. 기어이 온다.

"열사정신 계승하여, 노동해방 쟁취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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