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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김하종
Nov 04. 2020
반성문(2018. 12. 11.)
어느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의 죽음에 부쳐
추운 겨울 비정규 청년노동자의 죽음을 애도하러
광장으로 나서는 너의 두 손에 들린
따뜻한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한 잔.
잔혹의 거리를 흐르는 눈물 닦으면서도
차마 커피 한 잔을 내던지지 못하는
너의 이름은 노동자다.
2년 전 구의역 그 자리를 그냥 지나지 못해
한참을 멈춰 서 있던 그 시절을 아직 기억한다.
많이 변하였다고 스스로 위로하더니만,
바뀌었다고 굳게 믿고 싶어하더니만,
기어코 살려내지 못 하였다.
차곡차곡 탐욕의 석탑을 쌓아올리는 동안
홀로 천상의 계단을 오르고 있었구나
형제여!
몰랐는가. 정말 몰랐는가.
너는!!
싸늘한 주검 위에 드리워진 검은 석탄가루
회한의 피눈물로 닦아낸다 한들
이제 와서 무엇 하랴
관물함 속 컵라면은 너의 일상이고
노동자의 시간인 것을…
그의 유품은 우리의 삶이 되어
또 다시 컨베이어벨트 위로 던져지고 말 것을
진상규명 없는 반성은 기만이다.
대책마련 없는 후회는 거짓이다.
죽음의 컨베이어벨트를 멈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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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비정규직
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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