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문(2018. 12. 11.)

어느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의 죽음에 부쳐

by 김하종

추운 겨울 비정규 청년노동자의 죽음을 애도하러

광장으로 나서는 너의 두 손에 들린

따뜻한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한 잔.


잔혹의 거리를 흐르는 눈물 닦으면서도

차마 커피 한 잔을 내던지지 못하는

너의 이름은 노동자다.


2년 전 구의역 그 자리를 그냥 지나지 못해

한참을 멈춰 서 있던 그 시절을 아직 기억한다.


많이 변하였다고 스스로 위로하더니만,

바뀌었다고 굳게 믿고 싶어하더니만,

기어코 살려내지 못 하였다.


차곡차곡 탐욕의 석탑을 쌓아올리는 동안

홀로 천상의 계단을 오르고 있었구나

형제여!


몰랐는가. 정말 몰랐는가.

너는!!


싸늘한 주검 위에 드리워진 검은 석탄가루

회한의 피눈물로 닦아낸다 한들

이제 와서 무엇 하랴

관물함 속 컵라면은 너의 일상이고

노동자의 시간인 것을…

그의 유품은 우리의 삶이 되어

또 다시 컨베이어벨트 위로 던져지고 말 것을

진상규명 없는 반성은 기만이다.

대책마련 없는 후회는 거짓이다.

죽음의 컨베이어벨트를 멈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