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함부로 못 하게 하는 것
정의는 멀리 있는 단어처럼 보이지만,
결국 아주 가까운 장면에서 시작됩니다.
누군가가 쓰러질 때 그걸 개인의 탓으로 돌리지 않는 일,
누군가의 목소리가 문고리까지 닿을 수 있도록 길을 트는 일.
그 모양을, 한 편의 시로 더듬어 보고 싶었습니다.
사람답게 산다는 말은
대단한 꿈이 아니라
오늘이라는 하루를
무사히 건너게 해 주는
낮은 바닥 같은 것
그 바닥이 얇아지면
누군가는 더 빨리 뛰고
누군가는 더 조용해진다
조용해진 쪽이
먼저 사라진다는 걸
우리는 여러 번 보았다
불평등은
돈의 차이만이 아니라
사람을 대하는 거리의 차이
어떤 목소리는
문고리에 곧장 닿고
어떤 목소리는
복도 끝에서
자기 이름을 몇 번이나 불러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나누자고 말한다
빼앗기 위해서가 아니라
추락이 일상이 되지 않게
넘어졌을 때
몸이 먼저 닿을
바닥을 더 두툼하게 하자고
그 말이 누군가에겐
어렵다.
나눔이
손을 내미는 일이 아니라
주머니를 더듬는 손처럼 느껴져
내가 버텨온 흔적이
지워질까 두려워서 그렇다.
나는 그 두려움을
쉽게 욕하지 못한다
어디로 흘러가는지 모르는 밤이면
괜히 마음부터 잠그기 마련이니까
다만 묻고 싶다
우리가 미워해야 할 건
나눔이 아니라
믿음이 새어 나가게 만든 틈들이 아닌지
서로의 눈을 먼저 흐리게 한
탁한 유리들이 아닌지
정의는
누군가의 선의가 아니라
사람이 사람을
함부로 못 하게 하는 장치
약한 쪽이 매번
자기 고통을 증명하지 않아도 되게 하는
작고 단단한 규칙
그래서 나는
더 많이 가지는 꿈보다
덜 무서운 하루를 꿈꾼다
누구의 삶도
한 번의 추락으로
설명되지 않도록
어쩔 수 없었다는 말로
덮이지 않도록
서로의 손이
함부로 향하는 순간
그 손목을 붙잡는
작고 단단한 장치
그게 내가 믿는
정의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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