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는 접혀도 길은 접히지 않는다
졸업장은
작은 종이 한 장일 뿐인데
그날부터 바람은
더 거세게 분다
교문 밖은
표지 없는 책처럼
첫 장이 어디인지
가늠할 수 없다
누군가는
겉만 반짝이는 표지 하나를
먼저 쥐고 나가고
누군가는
아직 이름이 붙지 않은 문턱 위에서
서성이곤 한다
여러 번의 계절을 지나며
넘어지지 않는 법이 아니라
다시 일어서는 법을 배웠다
불안은 늘
먼저 와 문지방에 앉아 있지만
네 발목을 묶어 두지는 못한다
오늘 너의 손에는
먼 훗날의 약속보다
지나온 하루들의 땀방울이
남아 있다
그 노력이
너를 여기까지 데려왔듯
앞으로도
조금씩 앞으로 옮겨 놓을 것이다
서두르지 말고
너답게 걸어가자
지도는 접혀도
길은 접히지 않는다
그렇게
해온 대로
끝내 닿을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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