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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종 Dec 05. 2020

IPCC 1.5℃ 특별보고서와
세계 기후 비상사태 선포

'기후 비상사태'엔 비상한 행동을!


 세계 각국의 기후과학자들과 관료들이 모여 기후변화에 관한 공신력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대표적인 곳은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입니다. IPCC란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로 기후변화에 관련하여 인류의 경제ㆍ사회 활동 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여 과학적, 기술적 사실에 대한 평가를 제공하고 국제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유엔 산하 정부 간 협의체입니다. IPCC는 유엔 환경계획(UNEP)과 세계 기상기구(WMO)가 기후변화를 분석하기 위해 1988년 11월 공동으로 설립하였으며, 현재 195개국의 관료와 과학자 등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IPCC에서는 전 세계 과학자와 관련 전문가들이 모여 5~6년에 한 번씩 지구온난화가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 등을 평가하여 기후변화 평가보고서를 작성합니다. 2007년 발간된 4차 보고서에서는 인류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어떠한 노력도 기울이지 않을 경우 막대한 환경적ㆍ경제적 피해가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지난 100년(1906년~2005년) 간 전 세계 평균기온은 0.74℃나 상승했으며, 온실가스를 지금처럼 방치하면 기온이 매년 1.1%씩 상승해 2100년이 되면 최대 6.4℃ 이상 상승할 것으로 추정함으로써 국제사회에 경종을 울렸습니다.


 지난 2015년, 파리협정을 채택한 기후변화 협약(UNFCCC) 제21차 당사국총회 결정문에서 IPCC에게 산업화 이전 수준 대비 1. 5℃ 높은 지구온난화의 영향 및 이와 관련된 온실가스 배출 경로에 대한 특별보고서를 2018년에 제공하도록 요청하였습니다. 이에 IPCC는 2018년 10월 1일부터 6일까지 인천 송도서 열린 제48차 IPCC 총회에서 ‘IPCC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를 만장일치로 최종 승인, 채택하였습니다. 이 보고서는 40개국 91명 전문가가 6,000여 편의 과학논문을 검토해 작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번 회의에는 회원국과 국제기구 관계자, 기후 전문가, 환경단체 활동가 등 500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특별보고서의 핵심 내용은 산업화 이전 수준과 비교했을 때 지구의 평균온도를 기존 2015년 파리 기후변화 협약에서 설정했던 2.0℃ 상승 목표에서 한 발 더 나아간 목표인 1.5℃ 상승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인간 활동으로 산업화 이전 수준 대비 약 1℃의 지구온난화를 유발한 것으로 추정합니다. 지구온난화가 현재 속도로 지속된다면 2030년에서 2052년 사이에 1.5℃ 상승에 도달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합니다.


 특별보고서에 따르면 2100년까지 온도 상승폭을 1.5℃로 제한하기 위해서 사회 전분야에서 전례 없는 강력한 변화가 필요합니다. 특히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45%’를 감축해야 하고 2050년까지는 순 제로(Net-ZERO) 배출이 달성되어야 합니다. 여기서 순 제로는 어느 특정 기간 동안의 인위적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인위적 흡수량과 똑같은 때를 말합니다.


 그렇다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45%를 감축해야 하고 2050년까지는 순 제로(Net-ZERO) 배출이 달성되어야 한다?”는 건 대체 어떤 의미일까요? 이를 위해서는 2050년까지 모든 석탄 발전을 거의 중단해야 합니다. 재생 에너지가 1차 에너지 공급의 50~65%와 전기 사용량의 70~85%를 공급해야 하고 산업계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0년 수준에서 2050년에 75~90%로 낮추어야 합니다. 이제 탈석탄과 재생에너지 확대는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인 흐름이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산업계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낮추기 위해서는 생산량 감소와 이로 인한 경제성장률 감소는 어느 정도 필연적입니다. 특히 산업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의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 경제구조의 특성을 고려할 때 그 충격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강의 기적을 일구고 세계 경제규모 10위권이 이제 코앞으로 다가온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보면 상당히 가슴 아픈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분명히 알아야만 합니다. 우리가 당장 손해 보는 것 같을지도 모를 ‘기후 행동’은 나중에 겪게 될 큰 피해와 비교했을 때 아주 미미하다는 것을 말입니다. 


 1.5℃ 특별보고서가 채택된 이후 세계는 지금 기후 비상사태(Climate emergency)를 선포하고 있습니다. 기후 변화로 인한 잠재적이고 되돌릴 수 없는 환경적, 재산적, 인적 피해를 위해 더 긴급한 대응이 필요한 상황임을 인정한 것입니다. 2019년 5월 영국을 시작으로 캐나다, 프랑스, 아일랜드 의회가 기후 비상사태를 선언하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2020년에 당진시(1월), 인천광역시(4월)를 시작으로 219개의 기초지방정부가 기후위기 비상사태를 선언하였고 지난 9월 24일 국회에서는 ‘기후위기 비상대응 결의안’을 통과시켰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나라의 기후위기 대응 행동은 ‘기후 악당’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기후위기에 미친 영향과 그 책임은 크지만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행동은 가진 역량에 비해 매우 불충분합니다. 기후과학자를 비롯한 관련 전문가들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수차례 경고해왔고 해결책마저 이미 제시되어 있습니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것은 ‘기후 비상사태’에 걸맞은 비상한 행동뿐입니다. 


 오늘 하루 우리는 우물쭈물 흘려버린 그 시간만큼 기후위기를 막을 귀중한 시간을 또 그렇게 날려버렸습니다. 엎질러진 물만 주워 담을 수 없는 것이 아닙니다. 이미 배출된 온실가스와 이로 인한 지구온난화도 다시 되돌릴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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