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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종 Dec 05. 2020

기술이 발전하면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요?

지구는 과학 실험실이 아니에요!

 인류는 지구온난화를 해결하기 위해 CW-7이라는 물질을 개발합니다. CW-7은 대기 중에 살포하면 지구 온도를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습니다. 인류는 결국 세계정상회담을 통해 CW-7을 대기 중에 살포하기로 결정합니다. 그 결과 지구는 기상이변이 발생하고 영하 90℃의 빙하기가 도래하여 모두 멸종하기에 이릅니다. 설국 17년, 지구에는 오직 살아남은 사람들을 태운 기차 한 대만이 끊임없이 달리고 있습니다.


 영화 <설국열차> 속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단지 영화 속 이야기로 치부하기에는 현실과 너무 닮아 있습니다. 우리는 영화를 보며 기술만능주의로 파국을 맞을 미래에 대한 경고로 인식하고 겸허히 받아들여야 합니다. 과거의 역사 속에서도 인간이 만든 기술이 예기치 못한 변수로 인해 큰 낭패를 보았던 숱한 경험들을 찾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예기치 못한 변수 중 가장 큰 변수는 인간의 욕망과 자만심이었습니다.


 다이너마이트는 본래 안전한 보관과 사용을 목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토목공사, 탄광 채굴 등의 평화적 목적으로도 사용되기도 하였지만 훗날 전쟁무기로서 수많은 인류를 죽였습니다. 더 나아가 인류는 점점 강력한 폭탄을 제조하는 데 혈안이 되었고 그렇게 만들어진 원자폭탄과 수소폭탄은 인류 생존을 위협하기에 이르렀습니다.


 1945년 8월,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2개의 원자폭탄은 2차 세계대전이라는 전쟁의 괴로움을 끝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일본에 거주하던 죄 없는 일반 시민 20여만 명의 삶과 두 도시를 한 순간에 끝장 냈습니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두 도시 주변에 살았던 시민들은 무사히 살아남기는 했지만 평생을 피폭으로 인한 방사능 피해 속에서 고통받아야만 했습니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었습니다. 1954년 3월, 미국은 태평양 마셜 군도의 ‘비키니 산호섬’에서 1961년 10월, 구소련은 북극해에 있는 섬에서 실시한 각각 수소폭탄을 실험합니다. 미국 수소폭탄의 폭발력은 TNT 13,000,000톤이었고, 비키니 섬에는 직경 2km, 깊이 73m의 구덩이가 파였으며, 폭심의 온도는 55,000℃로 측정되었습니다. 소련의 차르봄바 수소폭탄의 버섯구름은 에베레스트 산보다 7배 높은 67km 상공까지 올라갔으며, 900km 떨어진 핀란드에서는 창 유리가 파손되기도 했습니다.


 미국과 영국 및 소련은 인류 전체를 몰살할지도 모를 정도의 상상을 초월한 실험을 하고 난 뒤 1963년에 이르러서야 대기권에서 핵폭발 실험을 하지 않기로 의결했습니다. 하지만 이후에도 공공연하게 지하에서 소규모로 종종 실험을 계속 진행했습니다.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직후 발생한 후쿠시마 제1원 전 사고로 인해 다량의 방사능 물질이 유출됩니다. 특히 강한 방사선인 감마선을 배출하는 ‘세슘 137’은 인체 세포를 손상시켜 암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또한 면역기능 상실 및 체내 출혈 상이 나타납니다. 또한 해양생태계의 먹이사슬을 통해 우리 식탁으로 올라올 가능성도 충분합니다.


 그런데 지난 2020년 2월, 일본 당국은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에 보관하고 있는 방사능 오염수를 희석시켜 바다로 방출하겠다는 계획을 세웁니다. 일본 정부는 방류 결정이 내려지면 오염수 농도를 재처리해 방류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오염수의 농도를 희석시키면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삼중수소 방사성 물질은 사라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2번 정화하면 괜찮다고 자신합니다. 이런 숱한 경험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그들의 욕망과 자만심을 주체하지 못하고 똑같은 실수를 끊임없이 반복하고 있습니다.


 정말 기후위기를 막을 과학기술은 없을까요? 현재 과학 및 공학 분야에서 활발히 연구 중입니다. 실제로 비행기로 성층권에 에어로졸(먼지, 연기 등)을 뿌려 햇빛을 막아 온도를 떨어뜨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기술로는 온도만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강수량도 변하고 다른 것들도 함께 변합니다. 이 예상치 못했던 다른 변수들이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영화 <설국열차> 속 이야기가 현실이 되지 않는다고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이산화탄소를 따로 포집하고 저장하는 기술도 해가 다르게 발전을 이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상당한 비용을 감당해야 하고 저장한 이산화탄소를 처리하는 과정도 안정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과학을 통한 기술적 해결은 치명적으로 불확실성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나 기후는 원자폭탄이나 수소폭탄처럼 실험이 불가능합니다. 인류의 미래를 두고서 실험을 감행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우리에게는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는 사실입니다. ‘IPCC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에서 과학자들은 지구 온도 상승 1.5℃ 아래로 제한하기 위해 남은 시간은 불과 10년이라고 말합니다. 지구 평균 온도가 1.5℃가 넘지 않으려면 인류가 사용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 주장은 일부 급진주의자들의 주장이 아닙니다. 전 세계 수백 명의 과학자와 관료들이 모인 IPCC가 내린 결론입니다.


 우리는 인류의 미래를 지킬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이미 배출한 탄소를 주워 담을 생각이 아니라 탄소를 배출하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는 구조적 대안을 고민해야 합니다. 우리는 이미 3년이라는 시간을 허비하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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