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하종 Dec 13. 2020

강화도 조약 보다도 모르는  파리 기후협약

예비교사의 눈으로 바라본 기후환경교육

 지난 2019년 4차례의 기후를 위한 결석 시위를 진행하며 기후 재난의 위협에서 가장 오랜 시간 동안 피해를 입을 뿐 아니라 기성세대가 떠넘긴 그 책임마저 지며 살아가야 하는 청소년들의 미래를 빼앗지 말아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2019년 8월에는 서울시교육청 조희연 교육감과 직접 만나 탈 석탄 금고 지정, 채식급식 선택권 보장, 체계적인 기후위기 교육, 청소년 사회 참여 등을 요구하였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은 즉각 응답하였습니다. 청소년들의 요구사항을 반영하여 교육 예산이 기후위기를 심각하게 하는 석탄에 투자되지 못하도록 교육청의 금고 선정 시 ‘탈 석탄 금고’를 우대하여 선정하겠다는 결정을 하였습니다. 또 ‘생태 전환 중장기 계획안’을 발표하여 청소년들이 기후위기의 위협을 스스로 인식하고 고민하며 행동할 수 있는 힘을 키울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2020년 9월 25일, 청소년 기후행동은 또다시 결석 시위를 벌이며 21대 국회의원에게 행운의 편지를 보내어 국회에 기후위기 해결을 촉구하였습니다. 현재까지 행운의 편지를 받은 국회의원 77명 중 38명만이 응답하였습니다(기준: 2020.12.13.). 이렇듯 학생, 청소년들은 기후위기를 본인의 문제로 인식하고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서고 있습니다.


21대 국회에게 보내는 행운의 편지(출처 : 청소년 기후행동 홈페이지)


 지난 2019년 9월 21일 오후 3시 서울 대학로 혜화역 1번 출구 앞 도로에는 2개의 집회로 수많은 인파가 몰렸습니다. 환경, 농민, 인권, 노동, 종교 등 전국 시민사회단체 330여 개로 구성된 ‘기후위기 비상행동’이 진행한 5,000여 명의 ‘9.21 기후 파업(Climate Strike)’와 전국 7개 교육대학교, 이화여대 초등교육과, 제주대 초등교육과,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로 구성된 ‘전국 교육대학생 연합’이 진행한 1,500여 명의 ‘0921 교육 공동행동’이 바로 그것입니다.


9.21 기후파업(출처 : 기후위기 비상행동 페이스북)


0921 교육공동행동(자료 제공 : 전국교육대학생연합)


 기후 파업 대열에는 결석 시위를 하러 나온 초등학생들도 종종 볼 수 있었습니다. 과연 0921 교육 공동행동에 참석한 교육대학생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온 그 초등학생들을 바라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가장 많이 느꼈던 감정은 ‘놀라움’과 ‘부끄러움’이었습니다. 교육여건 개선을 위해 거리로 나와 싸우고 있었지만 정작 지금 아이들이 어디에 관심이 있었는지는 몰랐기 때문입니다. 몇 년 뒤면 교육현장으로 나아갈 우리는 아직 학생들이 바라는 ‘체계적인 기후위기 교육’을 할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인권단체에서 일하는 것이 꿈인 청소년 기후 활동가 김도현 학생은 전 세계 탄소배출량 7위인 ‘기후 악당’ 대한민국에 사는 것을 부끄러워했고 남태평양 섬나라들이 해수면 상승으로 물이 잠기고, 동남아시아는 태풍과 이상기후로 삶의 터전을 잃고 있다며 그들의 삶을 짓밟고 있는 우리의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일갈했습니다.



“얼마 전 제 인터뷰 기사에 ‘고등학생부터 그런 행동을 한다면 대한민국에 미래가 없다’ ‘시위 말고 삶에 필요한 활동을 해라’ 등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정말 그런가요? 제가 고등학생 때부터 이런 활동을 하는 이유는 할 수 있는 시간이 지금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대학 가고 나서, 취업하고 나서 돌아보면 그땐 이미 늦었을 것입니다. 지금 시위 말고 제 삶에 필요한 행동은 없습니다.”
-청소년 기후 활동가 김도현(단비뉴스 인터뷰 중)-

 오로지 대학입시만 바라보다가 허비했던 지난 학교생활을 돌이켜보면 지금 거리로 나온 중고등학교 후배들과 훗날 만날 제자들에게 미안한 감정뿐입니다. 탄소배출을 가속화했던 지난날의 시스템 속에서 교육을 받았는데 나보고 어쩌라는 거냐고 핑계를 대기에는 그들의 간절한 외침과 행동 앞에서 매우 부끄럽기 짝이 없었습니다. 기후위기와 지구온난화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는 ‘교육대학교 교육과정’을 탓하기에도 우리에게는 너무나 많은 시간이 있었습니다.


 우리 예비교사는 청년 세대로서 기후위기와 탄소배출의 피해자이기도 하지만 앞으로 가르치게 될 우리 아이들에게는 단지 기후위기에 대한 무책임한 대응으로 그들의 권리를 빼앗은 가해자일 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예비교사들은 기후위기의 당사자로서 더 적극적으로 맞서야 합니다.


 그렇다고 거창한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말은 아닙니다. 당장 2021 새내기 새로 배움터와 과별 MT, 학생식당에서 ‘채식 선택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옵션을 마련해야 합니다. 교육대학교 교육과정에 ‘체계적인 기후위기 교육’ 커리큘럼을 반영하도록 요구해야 합니다. 학교에서 반영해주지 않는다면 당장은 우리끼리라도 모여서 함께 공부하고 행동해야 합니다.


 그리고 대학생으로서 ‘대학생 기후행동’과 함께 미래를 위한 ‘대학생 금요행동’에 함께 하면 됩니다. 현재 대학생 기후행동 가입 단위 중 ‘춘천교대 대학생 기후행동’이 캠퍼스 지부로는 유일하며 수도권, 충청권 지역 일부 교대생들이 서울 연합지부에서 함께 활동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기후위기에 대해서 모른다고 치더라도, 적어도 150년 가까이 된 강화도 조약은 그 배경과 경과, 결과 및 영향까지도 상세하게 달달 외우면서 지금 당장 우리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파리 기후협약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는 상황은 피해야 하지 않을까요?


매거진의 이전글 기술이 발전하면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