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팬데믹은 여러모로 기후위기라는 한층 더 심각한 ‘다음 위기의 리허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감염병 위기를 대응하는 것은 기후 변화로 인한 더 큰 위기를 대응하는 양상과 거의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 19와 기후변화는 그 자체로도 서로 연결된 위기입니다.
코로나 19가 준 가장 큰 교훈은 세상은 전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는 점입니다. 코로나 19와 같이 동물로부터 옮아간 전염병을 ‘인수공통 감염병'이라 부릅니다. 인수공통 감염병이란 동물과 사람 간에 서로 전파되는 병원체에 의하여 발생되는 감염병으로, 일반적으로는 '동물이 사람에 옮기는' 감염병을 지칭합니다. 전체 감염병 중에서 동물이 사람에 전파하는 감염병은 7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바이러스가 인간에서부터 시작해 야생동물에까지 피해를 끼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와 그로 인해 사라질 생물 다양성, 그 문제에 코로나 19로 연결되어 있다.”
최재천 이화여자대학교 석좌교수
과거 사스나 메르스 그리고 코로나 19까지 모두 박쥐로부터 왔다고 합니다. 원래 박쥐는 열대지방에 서식하던 동물입니다. 하지만 최근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온난화 현상으로 지구 기온이 서서히 올라가면서 기존 온대지방으로 서식지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온대지방에 주로 살아가던 인간은 박쥐와 조금씩 물리적인 거리가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인간이 숲을 파괴하면서 야생동물의 서식지가 훼손되어 이들을 숙주로 하는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옮아왔고 또 숲이 줄어든 결과로 숲이 저장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에 더 많이 배출되면서 기후위기가 심해지는 악순환에 빠집니다.
“신종 인수공통 감염병과 기후변화가 ‘숲의 파괴’에서 비롯되었다.”
윤순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
대한민국은 어쩌다 저출생 때문에 고민이 아주 많습니다. 하지만 지구 생태계를 한꺼번에 놓고 보면 저출생은 반가운 일일지도 모릅니다. 모든 환경문제는 궁극적으로 인구문제에서 기인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환경에 문제가 생기는 것입니다. 과거 산업혁명 이후 미친 듯이 탄소를 배출하여 경제성장을 일군 소위 선진국(고소득 국가)들이 자국민의 숫자가 준다고 출생률을 높여야 한다고 목소리 높이지만 지금도 호모 사피엔스라는 종의 숫자는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생활공간이 더 필요한 인간들은 끊임없이 숲을 베어내고 서식지를 잃어버린 야생동물들은 우왕좌왕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과거엔 만나지 않았던 사람과 야생동물이 환경파괴로 인해 서로 만나게 되면서 코로나 19로 대표되는 인수공통 감염병이 늘고 있습니다. 넓게 보면 이 또한 기후변화의 영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기후변화학회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앞으로 감염병의 발생주기가 3년 이내로 단축될 것으로 예상한다는 답변이 40%에 이릅니다. 이제는 더 이상 인간만 생각하고는 지구에서 살아갈 수 없습니다. 지구에서 인간 아닌 것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더는 애써 부인하고 싶어도 부인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코로나 19에서 기후위기까지, 이제는 인간의 존재 자체가 위협받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선택은 단 한 가지입니다. 전 인류가 하나같이 브레이크 없는 경주를 하다가 다 같이 멸종할 것인가? 아니면 지구 상에 인간 아닌 모든 것들과 함께 속도를 맞춰가며 다 같이 살 것인가? 앞으로의 세계는 지금까지 우리가 알아왔던 세계와 완전히 다를 것입니다. 하지만 그 세계를 어떤 모습으로 만들어 갈 것인지는 온전히 우리 손에 달려있습니다. 이제껏 지구를 망쳐 놓은 무분별한 개발체제와 대량생산 체제 등 온갖 사회체제들은 인간의 탐욕에 기대어 인간 스스로 만들어낸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인간이 가진 이타주의적 사랑에 힘입어 이 체제를 다시 스스로 뒤바꿔 낼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