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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종 Nov 29. 2020

지구온난화,
그거 거짓말 아니었어요?

거짓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아남는 법

 기후위기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일이 아닙니다. 2020년 8월 말 그린피스 서울사무소는 부산 해안가와 인천공항 대부분이 물에 잠긴 시뮬레이션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2019년 10월 국제 환경단체 ‘클라이밋 센트럴’이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온실가스 감축 노력 없이 기후변화가 지속될 경우 물에 잠길 수 있는 한반도 해안가 저지대를 보여줍니다.


 향후 10년간의 해수면 상승과 대형 홍수가 결합하면 서울 면적의 10배가 넘는 지역이 물에 잠기고, 332만 명의 시민이 직접적인 침수 피해를 당한다는 결과도 있습니다. 그린피스는 2030년 해수면 상승과 10년에 한 번 꼴로 발생하는 강도의 태풍이 더해지면 부산 해안가와 인천공항(왼쪽부터) 등 한국 영토 일부가 물에 잠길 것으로 전망합니다.

2030년 기후변화 시나리오 <출처 : 그린피스>


 그런데 주변 사람들에게 ‘2030년에 인천공항이 잠긴다는데?’라는 말을 넌지시 해보면 대부분 별일도 아닌 듯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곤 합니다. 대학생 기후행동 강원지부 세미나를 하는 중에도 지부원들이 친구들에게 기후위기가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고 이야기하면 거짓말 아니냐는 반문을 자주 듣는다고 하소연을 합니다.


 왜 주변 사람들은 그런 반응을 하는 걸까요? 우선 기후위기의 현실이 터무니없이 거대하기 때문일 겁니다. 마치, 재난영화 속에나 나올 법한 일들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너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거나, 실제로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거대해서 현실 도피를 위해 애써 부정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주변 지인이나 친구들에게 기후위기를 부정하는 이야기들을 들을 때는 기후 행동을 더 열심히 해야 할 명분을 찾은 것 같아 오히려 더 긍정적입니다. 


 하지만 그 대상이 정치인이거나 기업 총수일 경우 상황은 매우 다릅니다. 특히, 결정할 수 있는 영역이 넓고 권한이 많은 사람일수록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훨씬 치명적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적인 기후 부정론자를 꼽으라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표적입니다. 


 2019년 초 미국 중서부와 동북부에 남극보다 추운 한파가 덮쳤습니다. CNN은 북극에서 불어오는 바람으로 미국 중부에 기록적인 한파가 몰아쳐 최저기온이 영하 53도를 기록할 수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특히, 시카고 지역은 25년 만에 사상 최고의 한파를 기록했습니다. 오대호 주변인 미시간, 위스콘신주 일대는 최저기온이 영하 25도까지 떨어졌습니다. 미국을 공포로 몰아넣은 이 역대급 한파는 북극 주변 바람이 남하하면서 발생했습니다. 아프리카 북서부의 모로코에서 이상기후로 기온이 급상승하면서 북극의 기온도 상승했고 결국 북극의 '극 소용돌이'(polar vortex)로 불리는 차가운 바람을 밀어내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미국 중서부의 체감온도가 영하 51도를 기록하고 있다"면서 "지구온난화는 도대체 어떻게 된 건가? 지금 당장 (지구온난화가) 필요하다"라는 바보 같은 트윗을 남겼습니다. 이에 미국 국립 해양대기국은 트위터에 "겨울 폭풍은 지구온난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한다"라고 반박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지구온난화는 거짓이라며 기후 부정론자로서 일관된 태도를 이어왔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파리 기후협약을 선언하고 급기야 2019년 최종적으로 탈퇴가 이루어졌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중지를 모아 도출한 온실가스 감축 합의를 세계 최강국 미국이 발을 빼면서 국제적 합의에 대한 신뢰에 큰 타격을 입은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지구와 다른 나라에게 떠넘겨지는 부담의 크기는 이루 말하기 어렵습니다. 현재 유럽연합(UN)은 탄소 배출량을 1990년 기준 40%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고수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미국의 탈퇴로 인해 각국이 목표량을 도달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10년 전만 해도 ‘지구온난화 음모론’, ‘지구온난화는 가짜다’라는 말들이 공공연히 떠돌았고, 그 결과 기후위기와 지구온난화는 우리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졌습니다. 어쩌다가 우리가 이토록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에 대해 무디어지게 된 걸까요? 지구온난화를 처음 인지하기 시작한 것은 1950년대 후반입니다. 이때 이산화탄소가 대기에 쌓인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를 온실효과라고 명명했습니다. 우리는 온실효과로 인해 지구의 기온이 상승하는 과정을 지구온난화라고 부릅니다.


 미국에서 지구온난화는 종종 정치적으로 소비되었습니다. 지구온난화를 부정하는 단체들을 비롯하여 이산화탄소 다배출기업들은 정치인에게 로비를 통해 지구온난화에 대한 의심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특히, 2012년에는 지구온난화 허구설의 대표주자인 미국 하트랜드 연구소에서 에너지 기업, 석유회사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정책을 저지할 목적으로 고위 관료들에게 주기적으로 돈을 상납해 온 정황이 폭로되었습니다. 하트랜드 연구소는 꾸준히 담배회사 필립 모리스의 후원을 받아 간접흡연과 암과의 연관 관계에 대해 이의 제기를 하고 미국의 건강보험 개혁을 반대하는 로비를 진행하는 등 썩 아름답지 않은 행보를 보이는 단체입니다. 지구온난화의 부정 근거로 사용하고 있는 하트랜드 기후 컨퍼런스에 참석하는 학자들 역시 엑손 모빌 등 화석 연료 기업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고 있었던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에 나오미 클라인은 저서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 - 자본주의 대 기후>에서 “기후 문제는 과학과 과학의 대립이 아니라 과학과 신자유주의의 대립”으로 파악했습니다. 기후 변화 대책은 필연적으로 정부의 강력한 개입과 규제, 한정적인 자원에 대한 범세계적 재분배를 요구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신자유주의 세력들에게 치명적인 타격으로 여겨질 것입니다. 실제로 기후 부정론을 주도하는 세력은 기후과학에 종사하는 전문 과학자 집단이 아니라 각종 로비스트, 언론인, 정치인, 다른 분야를 연구하는 과학자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어느 정치적인 유머

 우리는 거짓 정보의 홍수 속에서 비판적인 관점을 바탕으로 상식적인 태도를 견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사실처럼 보일 수 있는 주장들을 잘 가려내야 합니다. 심지어는 내세우는 근거마저도 그럴듯해 보여 혼란스러울지도 모릅니다. 그럴수록 넘치는 정보들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의심하면서 구태여 시간을 내어 관련 정보를 찾아보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 과정을 통해 어쩌면 아주 중요한 사실 하나를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기후 과학자의 97%는 기후 변화 문제를 과학적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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