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보전은 더 이상 선택의 영역이 아닙니다.
어디선가 배웠던 국민의 4대 의무를 기억하시나요? 교육의 의무, 납세의 의무, 근로의 의무, 국방의 의무가 바로 그것입니다. 거기에 공공복리에 적합한 재산권 행사와 환경보전의 의무를 더하여 헌법상 규정된 국민의 6대 의무라고 부릅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135조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 여기서 환경은 사회환경, 자연환경, 문화재까지 포함되며 국가와 국민은 이것들을 보호해야만 합니다.
환경보전의 의무는 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살기 위해 규정하였습니다. 심해지는 환경오염과 환경파괴에, 이를 회복하고 방지하기 위한 의무입니다. 특히, 환경보전은 환경파괴, 산업공해 등에 대한 피해를 예방하고 이미 파괴된 환경을 되살리기 위한 국가와 국민의 의무입니다.
그런데 지금의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아 보입니다. 대체 왜 그러는 걸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 의무를 다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정확히는 한 나라의 정책을 결정할 수 권한이 있는 책임자들의 무관심과 안일함 때문입니다.
대한민국 국민들의 환경의식은 절대 낮은 편이 아닙니다. 2018년 환경보전에 관한 국민의식조사를 살펴보면 일반국민은 78.6%, 전문가는 100%가 환경문제에 관심이 높다는 결과를 보입니다. 거창하게 국민의식조사까지 살펴보지 않아도 우리는 주변에서 수많은 환경지킴이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식목일이 되면 아직도 아버지 손을 잡고 뒷동산으로 올라가 나무 심기에 열중합니다. 학교에서는 어느 학교 할 것 없이 ‘잔반 없는 날’ 캠페인을 진행하고 집에 들어가면 어머니들은 방에서 나올 때는 꼭 불을 끄고 나오라는 잔소리가 끊이지를 않으십니다. 플라스틱 Take-out잔 대신 텀블러를 들고 다니는 건 다반사고 최근에는 스테인리스 다회용 빨대나 대나무 칫솔 등 제로 웨이스트 제품을 사용하는 친구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대체 왜 이렇게나 노력하고 있는데도 큰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걸까요? 여기에 답을 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진단과 처방이 필요합니다.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을 살펴보면 농업과 민간 폐기물을 전부 합해도 0.37억 톤에 불과합니다.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 중 가장 많이 차지하는 분야는 에너지(전기 및 열 생산, 철강, 기타 등)가 87%에 해당합니다. 1인당 전력소비량을 살펴봐도 가정용 전력소비량은 전체 전력 소비 중 14%(2020년 기준) 정도에 불과합니다.
이처럼 민간이 탄소 배출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극미하기 때문에 아무리 개인적인 실천을 통해 노력하다고 해도 역부족입니다. 저탄소, 친환경 제품을 사용하고 채식을 실천하는 등 개인적인 실천은 매우 훌륭하고 좋은 방법이지만 이것 만으로는 충분하지 못합니다.
그렇다면 가정이 아니라 기업과 국가의 대응은 어떠할까요? 2018년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KRI) 자료에 따르면 상위 20개의 다배출 기업이 전체 배출량의 58%를 차지합니다. 온실가스 배출량 영욕의 1위는 11%를 차지하는 포스코로 한 해 배출량이 7300만 톤에 달합니다.
국가의 사정도 다르지 않습니다. 석유 관련 각 부분별 전 세계 TOP10 국가를 살펴보면 석유 생산을 제외하고는 전부 세계 10위권의 반열에 올라있습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하겠다고 선언했고 국회에서도 기후위기 비상사태를 선언하였지만 현실을 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기후위기 해결과 탄소 감축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도 부족합니다. 실제로 국내에 석탄 발전소 7기를 새로 짓고 있을 뿐 아니라 베트남 붕앙-2, 인도네시아 자바 9,10호기 등 아직도 대규모 석탄 발전을 해외로 수출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한국대사관 앞에서는 석탄 화력발전소 투자 중단을 요구하는 현지인들의 시위가 끊이지를 않고 있습니다. 그들의 요구는 우리의 그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의 생존을 위해 석탄 발전을 중단하고 탄소 배출을 대폭적으로 감축하라는 요구를 하고 있습니다. 이제 대한민국은 나라 안팎 어디에 가서도 ‘기후 악당’ 취급을 받는 신세가 되어버렸습니다.
대한민국은 OECD 경제 규모 10위권인 경제 강국입니다. 이제는 더 이상 예전처럼 경제발전을 위해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을 하기에도 낯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대한민국 정부와 기업은 세계적으로 ‘기후 악당 국가’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이제부터 라도 책임 있는 자세로 환경보전의 의무를 다해야 합니다.
그러나 단순히 ‘기후 악당’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보여주는 착한 행동 정도로만 치부해서는 안됩니다. 환경보전의 의무는 헌법 조문에만 적혀 있는 듣기 좋은 문구도 아니요, 매년 시행하는 환경의 날 캠페인으로 퉁칠 수 있는 이벤트도 아닙니다. 이제 환경보전의 의무는 인류 생존과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 반드시 이행해야만 하는 필수과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