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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종 Nov 22. 2020

인간이 활동을 멈추자
지구에게 생긴 일

코로나 19에서 기후위기까지

 코로나 19는 지난 2019년 12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처음 발생한 뒤 전 세계로 확산된, 새로운 유형의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호흡기 감염 질환입니다. 중국 정부는 2020년 1월 21일 우한 의료진 15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며 코로나 19의 사람 간 감염 가능성을 공식 확인하였고  이후 감염 확산세가 이어지자, WHO는 1월 30일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하였습니다. 그러다 코로나 19 확진자가 전 세계에서 속출하였고 WHO는 3월 11일 홍콩독감(1968), 신종플루(2009)에 이어 사상 세 번째로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을 선포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코로나 19 팬데믹 이후 인간은 활동을 멈추었습니다. 얼마 전만 해도 세계화를 통해 전 지구가 하나의 마을이 될 것처럼 ‘지구촌’이라는 말이 대유행이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19는 국가 간에 장벽을 다시 세우게 했고, 지금은 어느 때보다 국경이 선명해졌습니다. 


 하루에도 수백 번 하늘과 바다를 넘나들던 비행기와 선박은 멈추었고 매일 수많은 양의 제품을 찍어내던 전 세계의 공장들이 멈추었습니다. 그러더니 봄철 대한민국을 괴롭히던 중국발 황사와 미세먼지가 사라졌습니다. 지구시스템 과학자 브룩 마셜에 따르면 중국에서 록다운 등의 조치로 탄소배출량이 25%가 감소하고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50% 감소해 2개월 동안 적어도 77,000명의 목숨을 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코로나 19는 많은 지역에서 대기오염과 수질오염을 줄이고 있었습니다.


 멸종위기에 처했던 동물들은 다시 서식지로 돌아오고 점차 시간이 흐르자 파괴되었던 해양생태계는 스스로 복원되기 시작했습니다. 산업화 이후 오늘날까지 인간이 지구 생태계에 얼마나 피해를 끼치고 있었는지는 비로소 인간이 활동을 멈추자 금방 눈에 띄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효과는 14세기 유라시아와 16~17세기 북미와 남미의 과거 유행병 이후에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인간은 스스로도 지구를 망가뜨리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지만 애써 외면해왔습니다. 경제 성장이라는 전 국가적 대의명분을 내세워서 말입니다.


 1997년 12월 일본 교토에서 개최된 기후변화 협약 제3차 당사국총회에서는 교토의정서를 채택하였습니다. 교토 프로토콜이라고 불리는 교토의정서는 지구온난화 규제 및 방지를 위한 국제협약인 기후변화 협약의 구체적 이행방안입니다. 교토의정서가 채택되기까지는 온실가스의 감축목표와 감축 일정, 저소득국가의 참여 문제에 관한 고소득 국가와 저소득국가 간의 의견 차이로 대립을 겪기도 했지만, 2005년 2월 16일 공식 발효되었습니다.


 교토의정서의 주요 내용은 고소득 국가의 구속력 있는 감축 목표 설정과 공동이행, 청정개발체제, 배출권거래제 등 시장원리에 입각한 새로운 온실가스 감축수단의 도입, 국가 간 연합을 통한 공동 감축목표 달성 허용 등을 골자로 합니다. 교토의정서가 채택되고 무언가 바뀔 것처럼 홍보했지만 빈 수레가 요란했을 뿐 지난 20년간 귀중한 시간만 허비해왔습니다. 2020년 교토의정서 만료에 따라 대체되는 파리 기후변화 협약에 따른 각국의 온실가스 저감 계획이 완전히 수행된다고 해도 이번 세기말에 지구 기온은 3도 이상 상승해 파국을 맞을 것이라 전망합니다.


 유럽의 흑사병도, 현대의 코로나 19라는 바이러스도 인류를 전부 멸종시키지는 못하였습니다. 그토록 처참했다던 유럽의 흑사병마저도 유럽 인구의 1/3밖에는 죽이지 못하였습니다. 분명 바이러스는 나머지 2/3도 죽이고 싶어 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바이러스는 전염병이 유행할 때마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사회적 거리가 벌어진 인간들 탓에 그들을 전멸시킬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기후변화는 다릅니다. 최후의 1인까지도 끝까지 찾아내어 죽일 것입니다. 우리가 사력을 다해서 기후위기에 대응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것이 기후위기를 늦추기 위해 탄소 배출을 급격히 줄이는 일이든, 이미 올 수밖에 없는 예정된 기후위기에 적응하는 일이든 말입니다.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오로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행동에 나서는 것뿐입니다. 


 어쩌면 인간은 코로나 19 팬데믹을 통해 기후위기라는 한층 더 심각한 ‘다음 위기의 리허설’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는 인류는 기후위기에 대한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해야 합니다. 위기는 위기로 받아들이고 즉각 대응해야 합니다. 기후위기는 먼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불확실한 목표를 세우는 데에만 만족하고 그치는 문제가 아니라 지금 당장 탈 탄소, 탈 석탄에 필요한 행동을 감행해야만 하는 시급한 문제로 다루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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