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인간관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준 Mar 01. 2022

충고할 거면 입 좀 닫아.

존재자체로 빛나길 포기한, 해리포터의 디멘터같은 그들에게.


Ariana Grande_shut up



Yeah, maybe you should shut up.
맞아, 넌 좀 입을 닫아야 될 것 같아.



자기 인생보다 남의 인생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있다. SNS를 하루 종일 붙들고 다른 사람의 인생을 눈이 빠져라 본다. 그런 사람들과 만나면 대화가 아니라 인터뷰를 하는 느낌이 든다. 아니, 인터뷰를 넘어서 거의 기자회견 수준이 될 때가 있다. 내 인생을 추궁하고 또 추궁해서 내가 잘못된 인생을 산다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요청하지도 않은 충고를 하면서 나를 깔아뭉개고 본인의 우월감을 채운다.




How you been spending your time?
너 인생을 그런 식으로 살면 되겠니?

How you be using your tongue?
너 말을 그런 식으로 하면 되겠어?



그런 충고들에 상처받는 날들이 있었다. 그런 날이면 내가 빈 껍데기가 되어버린 것만 같은 느낌을 받고는 했다. '나름 열심히 살고 있는데, 다른 사람 눈에는 내가 한심하게 비치는구나.'하며. 특히 바꿀 수 없는 나 자신의 고유한 특성에 대해 비난을 받으면 상처가 더 심했다. 나는 목소리가 높고 가는 편이라, 나이에 비해 어리숙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말투도 조금 느린 편이라 튀는 만큼 지적도 많이 받았다.




You be so worried 'bout mine.
넌 날 너무 많이 걱정해.

Can't even get yourself none.
너 자신도 별거 없으면서.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나를 나이에 비해 생각이 성숙하다고 말한다. 어떤 사람들은 내 말투가 나른해서 매력적이라고 한다. 어떤 사람들은 내가 힘들어도 원하는 길을 가는 모습이 멋지다며 칭찬한다. 어떤 사람들은 내가 성실하고 바르게 살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알아주며, 본인도 그래야겠다고 힘을 얻는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내 걱정을 해주던 사람들은 아무것도 아닌 사람들이었다. 날 목소리만으로 어리숙하다고 느끼던 사람들은 정작 본인들이 미성숙한 사람인 경우가 많았다. 내 말투가 느려서 나중에 어쩌고저쩌고 하던 사람들은 본인의 언어습관부터 돌보아야 할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내가 단지 회사에 다니지 않는다는 이유로 날 무시하던 사람들은 대화의 90%가 본인의 불만족스러운 회사 생활이었다.




Keep opinions muted for the hell of it.
제발 그 어떤 충고든 입 밖으로 꺼내지마.

'Cause I like my shit.
난 이런 내 모습도 좋아.



자신의 별거 아닌 모습을 직면하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까내리기 급급한 것이다. 예전에는 그런 말들에 휘둘리고 넘어가 주고 그랬다. '사소한 말에 상처받는 네가 문제야.'라는 어쭙잖은 충고를 들어줬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원하지도 않은 충고를 정중히 거절해도 계속한다면, 난 그 사람을 다시는 만나지 않는다. 상처 주는 말을 해놓고 상처받는 사람이 문제라는 말은 더 이상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난 조금 부족한 내 모습도 아끼며, 이런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을 만날 시간도 부족하다. 그러니 내가 나를 싫어하게 만드는 사람들을 만나는 데 쓸 시간은 단 1초도 없다.




My presence sweet and my aura bright.
난 존재 자체로 특별하고, 내 아우라는 빛이 나거든.



내 인생에 원하지 않은 충고 따위는 필요하지 않다. 디자인과 특성상 교수님께 피드백을 요청하는 일이 자주 생긴다. 매번 조심스럽고 감사한 마음이 든다. 교수님의 개인 시간을 내어서 내게 꼭 필요한 조언을 해주신다는 게 정말 감사하다. 그런 조언들 덕분에 나는 더 나아질 수 있고 성장할 수 있다. 


그런데 원치 않은 충고들은 내가 어떤 영향을 줬는가. 나를 더 끌어내리고는 지하 감옥에 가둬버렸다. 그들 스스로가 갇혀있는 바로 그 감옥에. 그들은 존재 자체로 빛나기를 포기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빛나지 못하게 끌어내린다. 해리포터의 디멘터같은 그들이 이제는 두렵지 않다. "난 존재 자체로 특별하고, 내 아우라는 빛이 나니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