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g Economy 회사는 상장하면 안 된다 - 1

기성 금융의 틀에 갇히는 순간, 긱 이코노미의 정신은 사라진다

by HJH

대한민국의 경제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이들에게 하나의 질문을 던지고 싶다.

과연 긱 이코노미(Gig Economy) 기업이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것은 바람직한가.


최근 긱 이코노미 기반 플랫폼들이 성장세를 보이며 자본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필자는 그것이 곧 긱 이코노미의 몰락을 의미한다고 단언한다. 긱 이코노미의 본질은 자유와 자율성에 있다. 개인은 특정 조직이나 국가의 고용 질서에 종속되지 않고, 기술 플랫폼을 매개로 스스로의 노동과 시간을 거래한다. 이 정신은 기성 제도와의 거리를 전제로 성립한다. 국가의 제도적 안전망이나 기업의 고용 계약이 아닌, 스스로 삶을 조율할 수 있다는 믿음이 긱 이코노미의 출발점이자 존재 이유다. 그러나 주식시장 상장은 이 자유를 철저히 왜곡한다. 상장 기업은 필연적으로 주주 자본주의의 규율을 받아야 한다. 이사회, 회계 기준, 분기 실적, 규제 당국의 감독(all of these)는 기업의 존재 목적을 자율적 실험이 아닌 이익 극대화로 축소시킨다. 주주의 요구는 언제나 더 빠른 성장, 더 높은 수익성이다. 긱 이코노미의 참여자들이 추구하는 것은 자신의 삶의 조율인데, 회사가 상장하는 순간 그 삶은 "투자자의 기대치"라는 또 다른 고용 계약에 종속된다. 이는 긱 이코노미가 태생적으로 피하고자 했던 바로 그 체제, 즉 거대 조직과 금융 자본의 명령에 다시 포획되는 것이다.


이것이 철학적으로 중요한 이유는, 긱 이코노미가 단순한 산업적 형태가 아니라 새로운 사회적 상상력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긱 이코노미는 개인이 곧 기업이라는 패러다임을 통해 노동과 자본의 오래된 경계를 허물었다. 하지만 상장과 금융화는 이 상상력을 질식시킨다. 국가와 금융 시스템은 긱 워커를 다시 노동력으로 환원시키고, 그 위에서 수익을 극대화한다.


결국 긱 이코노미는 자기 해방의 실험장에서
또 다른 착취 구조로 퇴화할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한다면, 우리는 여기서 한 가지를 직시해야 한다. 긱 이코노미의 가치와 생명력은 금융 자본의 장부가 아니라, 사회적 자율성과 혁신적 실험의 공간에서 나온다. 상장은 자본 유입이라는 단기적 이익을 가져올지 모르지만, 그 순간 긱 이코노미는 본질적 정신을 상실한다. 그것은 더 이상 '긱'이 아니라, 단지 "기업"일뿐이다. 긱 이코노미는 제도 밖에서, 제도의 틀을 벗어나야만 살아남는다. 그리고 바로 그곳에서 새로운 미래의 가능성이 움트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