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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사는 사람이 승자라 무병장수가 최고라고 하면, 그다음은 무엇일까? 고민해 보았다.
아이가 태어나 엄마라고 하거나 처음으로 일어선 순간, 많은 사람이 축복해 준다. 아이를 낳았던 낳지 않았던 그 순간의 기쁨은 우리도 겪었던 일이기 때문이다. 환희와 축복, 행복의 부분집합이다.
단순히 오래 살았을 때만 승리자가 되어 행복해야 한다면, 그게 100살이라고 하면. 행복하기 위한 과정의 99년 364일 23시간 59분 59초는 행복이라고 정의할 수 없는 과정이 될 것이다.
큰 성공과 작은 성공을 나누고 작은 성공을 또 삶의 작은 부분들에 녹아들게 한다. 꽃에 잠시 물을 주는 시간도 기쁨이요, 아이가 학원에서 100점이 아니라 더 나은 성적을 받아 왔을 때, 또 반대의 경우에 위로해 주며 부모의 역할을 체감할 때, 우연찮게 산 물건 안에 하나가 더 들어 있을 때. 행복은 매 순간마다 찾아온다. 백수 생활을 하며, 나에겐 행복이 없다고 생각할 때 전쟁 중 국가의 부동산 부자를 생각한다. 태어나자마자 힘들게 삶을 부여잡고 살고 어린이로 커가고 있는데 미사일이 날아오는 국가를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짓을 자행하며 어쩔 수 없다거나 아무런 느낌도 가지지 않는 사람들을 자각을 위해 이런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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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누기. 무엇인가를 나눈다는 것은 시간을 쪼갠다는 의미가 된다. 그 외에도 많다. 물건을 정리하려고 분류하는 것도 나누기, 폴더를 카테고리 별로 분류하는 것도 나누기. 내가 할 일을 조금씩 정의하는 것도 나누기. 건물의 계단도 나누기의 산물이다. 나눈다는 것으로 주변을 둘러보면 포괄하는 개념이 너무도 많다. 사람은 이런 추상적인 단어를 만들며 개념을 이해하고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을 배운다.
내 삶의 행복한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을 나누어 생각하는 것은 나누기의 핵심이다. 행복한 일이 99개 있어도 1개의 나쁜 일 때문에 불행하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격려 댓글 중 악플 1개 보고 자살할 수도 있는 세상이다. 악플러가 잘못이겠으나 400만 조회수의 영상을 올려본 경험이 있는데 댓글이 수만 개 달렸다. 응답하지 않은 댓글로 필터링이 되기 때문에 몇 년이 지난 지금도 하나씩 응답하고 차단하며 틈틈이 읽어 가는데 정말 생각의 다양성은 수만가지라는 것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악플은 정량적인 것이라 정확하게 나누어서 떼어 버릴 수 있다. 내 삶의 괴롭고 힘든 부분도 잘 나누어서 버리는 연습을 늘 하고 있다. 사실, 그 근간에는 바쁨이라는 무기가 필요하다. 바빠서 악플에 신경 쓰기보다. 선플을 머릿속에 담아 두려고 한다. 나눈다고 해도 기억 속에서 완전히 잊기는 힘들기 때문에 악플 중 논리적 비판이 있는 부분은 자기 객관화에 쓰려고 노력한다. 비판이라도 좋은 말로 할 수도 있었을 텐데...라고 아쉬워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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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피 기술은 게임에서도 매우 큰 기술로 통한다. 상대의 공격을 막으면 대미지가 축적된다. 그러나 회피 기술은 전혀 대미지가 없다. 좋지 않은 것을 막지 않고 회피하는 것. 악플은 우선 회피해 버리고 나중에 충분히 강해 졌을 때, 또 도와줄 주변 사람이 있을 때 읽기 시작하면 된다. 이미 TV에서 유행하는 악플 읽기가 한 예이다.
사람을 나누는 짓은 참 좋지 않다고 생각하고 살았다. 그러나 썩은 우물에서는 썩은 물만 나오듯이, 부정적인 사람은 만나서 이야기를 하면 대부분이 부정적인 이야기이다. 나는 사람을 나누어 그런 사람들은 한 명만 빼고 아예 회피하기로 하고 몇 년 간 삶은 그렇게 유지하고 있다 보니 세상이 점차 밝아졌다. 부정적인 사람 중 한 명은 너무도 박학다식하여 회의론자를 인정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부정적인 것도 지식과 만나면 하나의 매력이 될 수 있구나라고 감탄하며 회피 기술을 쓰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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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굳이 이렇게 쓰지 않아도 나눈다는 것의 개념은 우리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나는 첫째가 무병장수인데 둘째가 나누기라는 개인적 개똥철학을 설파하기보다는 나 스스로가 어떤 증명이 되고 싶을 뿐이다. 나누기는 왕왕 쓰겠지만 언젠가는 나누기에 대해서 매우 비판적인 글을 쓸 때가 올 것이다. 그때에는 스스로가 잘 살았다고 말하는 사람의 글을 가져와서 왜 그의 인생이 잘못되었을지에 대해서 말하고 싶다.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인간 세계에서 나누어야 한다.
사실 이미 그렇게 해서 여러 SNS를 닫게 만들었다. 사람 눈에 피눈물 나게 해서 자기가 잘 살고 있다는 글을 쓰는 사람들 말이다.
글에도 무게가 있다. 글은 각자가 살아온 인생이 녹아져 있다. 각자의 인생의 무게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무거워진다. 경험상 대중의 인기를 얻으려면 정해진 길이 있었고, 또 그런 글도 있었다. 유튜브랑 비슷하다. 철학 영상보다는 아이돌 노래가 인기가 많은 것과 같다. 나누기가 깊어지면 영상도 하나하나 구분이 될 정도로 많은 카테고리가 생긴다. 그 영상 자체가 뿐 아니라 영상을 만든 사람, 출연진, 프로그램 이름, 구성원, PD 등의 정보가 더해질수록 더더욱 많은 카테고리가 생겨난다는 뜻이다. 그리고 어떤 것을 회피해야 할지 영상에 표시하면 검색/추천 알고리즘이 나의 생각에 맞게끔 작동해서 자동으로 회피 기술을 써 준다.
스팸 전화 알림이나 필터링 서비스도 나누기 + 회피의 예를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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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정말 정량화하기 힘들다. 연속적인 것을 부분 부분으로 나누기는 참 힘들다. 삶은 정지해 있지 않다. 마치 파도 위의 서퍼들과 같이 연속적인 파도를 잘 타며 삶을 이어나가는 것이다. 그런 느낌으로 세상을 보면, 나누기와 회피가 삶에서 적용되는 느낌도 정확히 들어맞지는 않지만 그래도 나름 적용된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다.
휴대폰에 앱이 너무 많아져도 메시지가 수천 개 쌓여도 부재중 전화가 수십 통이 되어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살 수 있게 되었다. 40 중반에야 나누기가 무엇인지 알게 된 것 같다. 그리고 나누기와 회피 기술을 쓰면 삶이 점차 밝아지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젊은 친구들에게는 일정 나이까지 추천하고 싶지 않지만, 가족조차도 몇몇은 나누어서 생각하는 것이 좋다는 말을 하고 싶다. 물론, 굳이 나누기 보다 모든 사람과 친할 수는 없다던지 맞지는 않다던지 하는 사회 통념이 있다. 나누기와 생각의 방법이 다른 것은 자신만의 나누기 기준을 가져야 한다는 점이고 그것을 본인이 인지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 기준이 곧 자신이고 자신을 아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