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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학준 Feb 11. 2018

소고기

소고기





 ‘윽.’


 불을 탁 끄고 누웠는데 깜깜한 방 안, 안 보이는 고기 냄새들. 자고로 소고기라면 잘 안 빠져야 맞나. 누릿한 냄새가 보일러 훈기에 섞여서는 혹 자면서 이불을 걷어차면 덮어주겠다고 내 위로 두껍다. 값비싼 소고기. 그나저나 서울에서 마음껏 구워 먹어봤네. 



 내가 “보름 있으면 내려가잖아, 괜찮다” 하고 끊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합의된 듯 오늘 “택배 보냈대이” 그러고 문 앞에 스티로폼 상자. 반갑지 않다고 밀어낼 수도 없다. 그나마 좋지도 싫지도 않게 전화를 끊었던 까닭은 “소고기 보냈으니까 그거부터 구워 먹어봐라.”


 나는 박스가 무거워서 화나는 양 부엌으로 옮겨 테이프 뜯는 걸 열받아하며 열어 서둘러 반찬들 사이를 뒤집었다. 소고기 어디. 나 붉은 자태로 여기 있으니 다른 반찬들 먼저 정리하시고…. 나는 순순히 한쪽 무릎을 꿇고 얼린 국과 딴 반찬통들을 냉장고에 넣었다.


 엄마는 소금과 들기름까지 보내줬다. 프라이팬은 다행히 사놓은 프라이팬으로 달궜다. 잘 구워지라고 부탁이라도 하듯 젓가락으로 한 점 한 점 올려놨다. 집게가 없을 거라는 걸 엄마는 의심이나 했을까. 일일이 젓가락으로 뒤집는 순간 이번 판은 이미 망했다. 다음 판은 선방을, 세 번째 판부터는 사르르 녹았다.  



 누워서 싫은 티를 내는 나조차 안 보이는 깜깜한 가운데 작은 프라이팬 한 판이 그리도 중요했나 싶다. 굽기는 한 판 두 판 더 나아지고 좋았으면서 나는 어느 한 판에서도 고마워하지 않았다. 엄마도 내가 그렇게 맛있게 먹기만을 바랐을 것이다. 다만 값비싼 소고기 냄새. 마음껏 구워 먹고 남은 누릿함마저 싫어하진 못하겠다. 방 안에 누워서 보름 뒤인 설을 떠올려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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