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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주전자(찻집 ‘아리솔’에서)

by 이학준

나는 몇 번 따르지도 않았는데, 흰색 찻주전자 주둥이의 끝이 벌써 새파랗게 물들어 있다. 한쪽 눈을 지그시 감은 상태로 그 좁다란 구멍을 들여다본다. 누군가는 茶道를 알아 너를 소중히 따랐겠고, 나처럼 한꺼번에 무척 따르다 놀라기도 했겠지. 그 흥겨운 손짓들이 돌고 돌아 여러 이파리의 색을 새파랗게 토해낸 거로구나. 찻잎을 굴리고자 최대한 속내를 감추는 것이 찻주전자의 生이라지만, 주둥이 끝에 물든 색깔을 들켰으니, 너와 나는 바야흐로 속을 통한 사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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