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내가 잘 쳐서인 줄로 알았다. 계속 따먹힌다고 외삼촌은 어수선을 떨고, 그러는 외삼촌의 수가 나에겐 거의 다 읽혔으니까. 패가 나쁘게 들어오더라도 아슬아슬 점수가 나버리니까 하마터면 우쭐거릴 뻔했다. 쩜당 십 원인 화투판. 동전들을 야금 야금씩 빼앗아 와 결국 외삼촌이 지갑에서 지폐를 꺼내도록 만들었다. “늦었다. 이 판만 치고 집에 가자.”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이다. 딴 돈을 지켜야만 하는 나는 제삼자인 아빠의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지폐부터 슬그머니 주머니 속에 감췄다. 몇 판만 더 치자고 비는데 얼굴은 싱글벙글인, 외삼촌이 그 순간 내 눈에 들어올 리 없었다.
“학주이는 외삼촌 돌아가셨는데 눈물 안 나나? 니 이제 외삼촌하고 화투도 못 친데이.”
외삼촌 집 마당에 집초상이 열린 가운데 녹초가 된 외숙모가 나에게 던진 말이다. 꼬맹이인 나는 지금이 무슨 상황인지조차 파악이 잘 안돼 대답도, 눈물도 안 나왔다. 그저 마당으로부터 도망쳐 외삼촌 집 안으로 숨어버렸다. 분홍색 화투 통이 저렇게 원래대로 놓여져 있는데, 더 이상 못 친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