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학준 Sep 16. 2015

첫 문장을 쓰기가 참 어렵더라.

 




 선배의 레스토랑은 하루 장사를 마친 뒤에도 조명 하나를 남겨 둔다. 넓은 실내 중에서도 창문 곁을 밝히는 조명이라 바깥을 지나는 사람들이 가끔 오해를 하고 들어올 때도 있다. 하지만 그 시각 조명 아래는 아무나 모일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레스토랑 주인인 선배와, 선배가 아끼는 후배 단 몇 명. 하루의 일판을 접은 뒤라도 선배가 부르면 다시 펼치는 게 당연한지라, 오늘 내 밤은 이곳으로 달려왔다. 후배들 중에서도 제일 막내인 나는 창문 바로 맞은편에 앉아 선배들의 술잔이 비어서는 안 됨을 속으로 외고 있었다.

  

  “근데, 예전처럼 글을 쓰지는 못할 거 같다.”


 선배가 툭 내뱉은 한 마디는 처음을 까먹은, 긴 이야기의 끝처럼 들렸다. 내 생각이 맞아떨어진 게 선배는 그러고 나서 말이 없어져 버렸다. 취기가 오르면 핸드폰에 자신이 쓴 글을 자랑하듯 보여주곤 했던 선배였기에, 분위기는 금방 심각해졌다. 현재 가게 안에 우리 넷 뿐 임이 새삼 느껴지고, 나는 창문 바깥으로 시선을 돌렸다. 밤공기들은 자기네끼리 부딪히며 놀기 바빴고 그러다가 창문에 머리를 꽝 박기도 하였다. 문득 창유리에 이곳이 다 비친다는 걸 알게 된 까닭은, 선배가 홀로 술잔을 들었기 때문이다. 같이 조용하던 나머지 후배들도 너나 할 것 없이 선배를 따라 했다. 중요한 한마디가 빠져나간 그 속을 과연 술 한 모금이 채울 수 있을까. 술잔을 들며, 아무 말도 내뱉지 않은 내 속이 그렇게 선배를 걱정하고 있었다.   

 

  “첫 문장을 쓰기가 참 어렵더라.”

 

 술 한 모금에 속아 선배의 속은 다시 채워졌나 보다. 선배가 다시 말을 뱉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한마디가 꼭 내 속에서 꺼낸 말같이 느껴져서, ‘첫 문장을 쓰기가 참 어렵더라.’ 한 마디가 빠져나간 내 속을 채우고자 나는 홀로 술을 따라야만 했다.











작가의 이전글 아르바이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