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소설] 연인

원작 소설을 읽는다는 것

by 이요마
8937461447_f.jpg 연인(1984)

* 2007년 민음사에서 세계문학전집을 읽음


사진 출처 : 알라딘


* 매일 하나의 리뷰(혹은 글쓰기) 19일 차

* 본 리뷰에는 주관적인 생각이 들어있습니다.



1. 들어가며


어떤 외국인 교수님의 영화예술 수업에서 영화로 먼저 보았다. 영화에서 기억남는 것은 아무래도 사랑 장면이었다.(당신이 생각하는 그거 맞다.) 인간의 육체가 그려내는 곡선, 곡선과 곡선이 포개지며 생기는 파동이 침대를 타고 내 시신경으로 때려박혔다.


집에 돌아와 씼으면서 다른 의미의 늘어진 곡선의 내 모습을 보고 운동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다음날 과자를 입에 욱여넣는 나를 발견했다.


나는 (참깨맛이 나는)막대과자를 먹었다. 기상을 하는 동시에 식탁에 올라간 직선을 집어삼켰으니 나의 곡선은 자연히 늘어질밖에.


2. 기억의 파편을 모으는


우리네 인생이 막대과자처럼 올곧게 뻗어있다면 좋으련만, 인간은 태어나면서 곡선같이 살 수밖에 없다. 좋은 날이 있으면 안 좋은 날도 있고 눈물 뚝뚝 떨어지는 날이 있으면 입이 찢어지게 웃다가 눈물이 맺히는 날도 있다. 바이오리듬이 괜히 곡선은 아닌 게다.


1491576520963.JPEG 영화 '연인(1992)'

사진출처 ㅡ 다음 영화


내가 곡선이 가득한 영화를 보고 책을 보게된 것은 아니다.(혹시 오해할까봐 쓰는 말인데 육체의 곡선 뿐만아니라 감정의 곡선도 포함해서 쓴 문장이다!)


함께 수업을 듣던 친구가 '원작 소설'이 있음을 귀띔해주었고, 나는 어떤 묘사가 있고 어떤 흐름으로 쓰인 글을 배우들이 연기했을 지가 궁금했다. 영화에선 한 장면 한 장면 디테일한 묘사들이 있었기에(이를테면 화려한 신발을 클로즈업을 하거나 자동차에서 연인이 처음 손을 잡는 장면)


%EB%8B%A4%EC%9A%B4%EB%A1%9C%EB%93%9C+%282%29.jpg 보는 이들을 숨죽이게 만든 이 장면은 원작엔 없었다.(아-쉽)

사진출처 ㅡ 다음 영화


영화의 시간은 한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 회상이나 결말의 반전(사실은 이러이러 했었음ㅇㅇ) 등으로 왔다리갔다리 할 수는 있겠다만 그런식으로 편집이 된다면 관객들은 두 시간 안에 내용을 알기는커녕 보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온전히 들어맞는 비유는 아니지만 영화 '연인'은 시간의 흐름을 정방향으로 그려내었다.


그에 반해 소설 '연인'은 파편처럼 이야기가 흩뿌려져있다. 70대 노파가 내 열다섯 반 일때 일이야. 라는 말로 시작하는 소설은 한 사건도 단박에 서술되지 않는다.


마치 우리의 기억들이 조각조각 떨어져 두서없이 불쑥불쑥 떠오르듯이, 문단갈이(정확한 표현은 모르겠는데 시에서 연이 바뀔 때 공백을 두듯이 문단과 문단 사이에 엔터 한 번 친 것 같은 그런 것. 한국 소설가 박민규 씨가 주로 쓰는 방법)될 때마다 뜬금 없는 이야기를 한다.


중국인인 연인 얘기를 하다가 망나니인 큰 오빠 이야기를 하고 갑자기 자신이 예쁜 줄 모르는 룸메이트 얘기를 하다가 엄마의 광기에 대해 서술한다.


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시간은 오락가락 왔다가 사라진다. 파편처럼 튀는 서술은 형식이 소설이 아니었다면 표현할 수 없었을 것이다.


기억을 더듬어서 들려준다는 설정부터 이 이야기는 직선이 될 수 없었다. 아니, 애초에 직선 같인 이야기라는 게 있긴할까.


선별적이고 왜곡된 기억들이 조각나서 저장된 점이라면 이야기는 그 조각들을 이어내는 선이다. 그 선을 입체적인 곡선들로 표현하는 것이 연기자고, 그렇게 수없이 연결되어 나오는 것이 영화다.


그렇기에 필연적으로 우리는 한 눈에 영화의 모든 정보를 캐치할 수 없다. 원작소설을 읽는다는 건 영상물과 책을 비교하는 개념이 아니다.

영화는 막연하게 상상으로만 그리던 묘사를 감각으로 즐길 수 있게하고, 책은 시간을 두고 단어와 단어 사이의 의미를 찾아내는 과정이다. 둘의 목적은 다르고 서로가 상호보완적인 관계다.(그래야만 한다. 그러나 한 쪽의 수준히 월등히 높거나 월등히 낮으면 안 되겠다.)


하나의 텍스트를 여러 매체를 통해 읽는 경험은 신선했다.(나는 남들 다 읽었다는 해리포터도 읽지 않아서 따지고보면 원작을 읽은 거의 첫 경험이었다.) 이렇게 교훈적으로 끝내선 안 된다고 자책하며 글을 마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18. [소설] 편의점 인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