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기타] 염소가 된 인간

21일을 넘을 수 있는 그런 목표를 찾자

by 이요마
염소가된 인간.jpg 염소가 된 인간(2017)

사진 출처 : 알라딘


* 매일 하나의 리뷰(혹은 글쓰기) 20일 차

* 본 리뷰에는 주관적인 생각이 들어있습니다.


1. 들어가며


한 가지 고백할 것이 있다. 나는 방금까지 '오늘 너무 쓰기 싫은데, 앞으로 주말은 쉰다고 해야겠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부득이하게 출장(!?)을 가는 바람에 하루 쉬었다가 내리 3일을 쉬었던 기억이 떠올라 억지로 컴퓨터 앞에 앉았다.


매일 마감을 하는 프로그램을 만든 놈을 죽이고 싶었다. 애석하게도 나는 자살할 용기가 없어 뭐라도 잡고 글을 쓴다. 어떤 사람이 테레비에서 이런 말을 한 것을 들은 적이 있다.



같은 일을 21일간 반복하면 습관이 된다.



이 말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생각한다. 나의 프로필(학곰군이라는 글씨 옆에 동그란 사진)을 누르면 '최신 글'부터 쭈욱 표시가 된다. 같은 일을 21일 하면 습관이 될 수밖에는 없을 것이, 쌓여가는 나의 게시물들이 퍽 만족스럽다. 게시물이 2개, 5개 있을 때와는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쉽게 설명하면 산을 올라가는 것과 비슷하다. 오늘 글을 쓰지 않기에는(산에서 내려가기에는) 생각보다 많이 써왔기에(생각보다 많이 올라왔기에). 한 발자국만 더 한 발자국만 더 하면서 글을 쌓아가다 보면 거기서 오는 재미가 생기더라.


한편 21일은 꽤 긴 시간이다. 사실 5일 아니, 3일 연속으로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21일 이상 같은 일을 빼먹지 않고 할 정도의 정신력을 가진 사람은 무얼 해도 잘 할 사람이다. 21일이 아니라 100일 동안 마늘과 쑥만 먹으라고 해도 사람 되어서 동굴 밖으로 나갈 사람들인 것이다.


2. 차라리 염소가 되고 말지


<염소가 된 인간>의 저자 토머스 트웨이츠는 책에서 황당한 명제를 던진다.



'내가 만약 코끼리가 된다면?'



인간으로의 고민(그의 고민은 프리랜서 디자이너로서 자신을 끊임없이 증명해야 하는 것이었다.)에서 벗어나 한가롭게 풀이나 뜯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한심해 보이는 생각이었다.


애석하게도 코끼리는 될 수 없었지만 현실성을 고려해 그는 '염소'가 되어 알프스를 넘겠다는 말도 안 되는 계획을 세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신박한 개소리를 그는 실현한다. 정신승리가 아니라 정말 네발로 기어서 말이다.


그는 사족보행을 위한 의수를 만들고, 염소의 소화기관을 본떠 만든 소화 체계(풀을 뜯어서 소화시키기 위해)를 구현해 되새김질(?)도 하고, 죽은 염소 사체를 받아다가 직접 운전을 하고 병원에 가서 해부를 하기도 한다.


'차라리 염소가 되고 말지.'하는 이 한 마디에 몰입해 미친 듯이 노력(!?)한다. 수개월간 자신이 염소가 되기 위해 육체와 정신을 끊임없이 개조한다. 그리고는 정말 염소가 된다(?)


3. 21일을 넘어, 그 이상의 몰입


토머스 트웨이츠도 '염소 자아'에게 자신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프로젝트를 완수하고는 하던 일을 관뒀겠지만, 그는 분명 수개월의 시간 동안 염소라는 외길을 걸어왔다. 21일을 넘어 200일이 넘는 시간을 오직 '염소가 되는 것'이라는 목표를 갖고 몰입을 한 것이다.


그에 비해 나는 나 좋자고 시작한 이 프로젝트에 몰입하지 못했다. 그 이유가 무엇인고 고민을 해보았다. 사실 답은 알고 있었다. 다만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바로 '목표'가 없었다.


목표. 막연하게 시작했다. [매일 무언가를 하면 뭐라도 되겠지.] 이것이 모토였으니까. 그러던 중 매일 조회수 100회라든지 구독자 수 100명이라든지 하는 목표를 세우긴 했지만, 사실 이 두 목표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의 몫이다.


나는 나를 위한 목표를 세운 적이 없었다. 남에게 보이기 위한 목표는 있었을지언정.


이 글 안에서 '나의 목표'는 무엇이야!라고 쓰면서 마치면 좋겠지만 마땅히 떠오르지는 않는다. 아마도 몇 날 며칠을 고민해야 답이 나오지 않을까.(물론 이 핑계로 쉬지는 않을 게다.)


조만간 몰입할만한 목표를 찾아서 다시 글을 쓰고 싶다. 토머스 트웨이츠처럼 사람들이 '저게 무슨 헛소리야?' 하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여도 '내가 좋아서.' '내가 온전히 하고 싶어서 미칠 것 같은' 그런 목표, 한 번 찾아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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