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기타] 와일드가 말하는 오스카

나에게 솔직해지기

by 이요마
와일드가 말하는 오스카(2016)

사진 출처 ㅡ 알라딘


* 매일 하나의 리뷰(혹은 글쓰기) 21일 차

* 본 리뷰에는 주관적인 생각이 담겨있습니다.


1. 들어가며


목표를 운운하며 글을 마감하고 나는 건드려선 안 될 것을 건드렸다고 생각했다. 언젠가는 꼭 한 번 해야 할 고민이긴 했지만 끝없이 미루고 싶었다. 생각한다고 당장 딱 떨어지는 답이 나오지도 않을뿐더러 '현실'적으론 이 짓을 할 것이 아니라 인적성 문제집을 한 권 더 푸는 게 내 미래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그럼에도 내가 브런치 매일 쓰기'를 하는 이유를 찾아야 한다. 그 이유가 마치 삶의 전부인양 매달리고 집착하고 천착하며 살아가야만 한다. 그렇게 휩쓸리고 싶지는 않았다.

그냥 '나 좋아서.'나 '하고 싶어서'라는 이유로 하기엔 나를 둘러싼 환경이 불완전하고 나의 미래가 불확실했다.


2. 라이언스 파크(라팤)의 이승엽 선수


대구의 라이언스 파크(야구장), 오늘은 경기가 없었다.

일이 있어서 대구에 내려갔다. 집에서 대구까지는 버스로 대략 네 시간. 왕복 여덟 시간이 걸렸다. 폰으로 글을 쓰는 지금도 실은 집에 가는 길이다. (수면 안대를 챙겨가길 잘했다!)


라팤 주변은 삼성라이온즈가 수원의 위즈 파크로 출장을 가서였을까 한산했다. 다만 엄청나게 큰 이승엽 선수가 나를 맞이해주었다. 20년 넘게 정상의 자리에 있는 프로선수, 이젠 프로야구의 상징이 된 이승엽 선수는 사진만으로도 아우라를 풍겼다.


2006년부터 야구를 보기 시작한 나는 사실 그를 잘 모른다. 내가 보는 동안은 일본에서 활약했고 다시 돌아온 후에는 은퇴를 앞둔 노장이었기 때문이다. 과거 영상에서 그는 늘 톱클래스였고, 베테랑으로 돌아온 프로야구에서도 클린업(타순에서 3번, 4번, 5번 타자를 이르는 말)에만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멋있었다. 정말 부러웠다. 그가 살아있는 동안 자신의 재능을 백 프로 활용하고 간다는 것이 몹시 부러웠다. 내가 '휩쓸리지 않고 싶어 하고.' 다른 일을 하는 게 맞다고 되뇌는 이유는 아무래도 나의 '어쭙잖음' 때문이다.


3. 관심 결핍


막연한 부러움에서 한 말이지, 이승엽 선수가 '재능빨'로 그 자리에 갔다는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마흔이 넘어서까지 그런 활약을 하는 것은 '엄청난 자기관리' 능력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오해의 소지를 남기는 이야기를 꺼내 든 것은 나의 불치병인 '천재 동경' 때문이다.


세상에 천재는 많다.(노력으로 만들어지는 천재도 마찬가지로 많고.) 그리고 나도 내가 천재인 줄만 알았다. 그러나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 내가 '모차르트' 급의 어릴 때부터 잠재력을 터트리는 천재는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괴로웠다. 그렇지만 나는 가질 수 없는 그들의 센스와 재능이 탐난 것이 아니다. 다만 그들이 날개를 펴고 있을 때 나는 시작도 하지 못하고 앞으로도 평생 시작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괴로웠다. 대구에 내려갔다가 올라오며 읽은 '오스카 와일드'도 천재였다.


'와일드가 말하는 오스카'는 일종의 '오스카 어록집' 같았다. 사실 책 내용은 그의 자만심, 중2병스러운 자신감, 그리고 자기애가 주요한 내용일 뿐 연대기 순으로 쓰이거나 기승전결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의 그 말도 안 되는 '나르시시즘'이 주제라면 주제일 게다.


오스카 와일드는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인물이다. 요즘 말로 '관종'에 가까운 행보를 보이면서도 존재 자체로 매력을 뿜뿜뿜 쏟아낸다. 건방지고 예의가 없어도 충분히 사랑스러웠다. 그가 남긴 말 중에 이런 말이 있더라.


누군가가 와일드에게 모든 시대를 초월한 명작 백 권을 소개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럴 수 없을 것 같은데요." 그가 대답했다. 그 이유를 묻자 와일드는 이렇게 대답했다. "난 아직 다섯 권밖에 쓰지 않았거든요."


웬만한 자신감과 자의식 과잉이 아니면 함부로 할 수 없는 말이다. 처음엔 이 인간 뭐지? 하는 생각으로 책을 읽다가 문득 그의 '자기애'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되었다.


내가 쓴 글은 어차피 명작이다. 대중들이 읽지 않기를 바란다. 그만 유명해지고 싶으니까. 는 식의 진술에서 자신에 대한 프라이드가 강하게 느껴졌다. 남들이 뭐라고 하든 나는 마이웨이를 간다. 왜? 난 내 작업물을 사랑하니까. 이해 못해도 상관없어. 난 나의 길을 가.


나와는 전혀 다른 그 태도에 묘한 감정이 들었다.


자랑.jpg 자랑하려고 올렸다 히히히

오늘 카카오톡 채널에 이전 포스팅 '편의점 인간'이 등록되었기에 자랑 글을 개인 페이지에 올렸기 때문이다. 예술가라면 오스카 와일드처럼 '난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하더라도 나의 작업물을 완성하고 싶어.'라는 독불장군 같은 마인드와 곤조가 있어야 할 것 같은데, 나는 조회수와 좋아요 하나에 일희일비하는 존재였다.


인정하기 싫지만 난 그런 관심이 필요했다. 그래서 솔직히 좋았다. 내가 대외용으로 내세운 '바라는 것'은 예술가처럼 매스터피스를 쓰는 것이라든지, 남들이 뭐라고 해도 내가 증명하고 싶은 가치를 이뤄낸다는 것이든지, 아니면 내가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며 '성장'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내면의 나와 대화를 하면 할수록 그건 내 본심이 아니었던 것 같다.

내게 필요한 것은 그냥 관심이 아니었을까. 인정받고 이것으로 돈을 벌고, 사람들이 내 글을 많이 봤으면 하는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 예술과는 거리가 먼, 세속적이고 추잡스러워 보이는(예술이 경계해야만 할 것 같은) 것이 정말로 내가 원한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


4. 나에게 솔직해진다는 것.


나에게 솔직해진다는 것은 어렵다. 남에게 솔직하게 구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 같다. 내가 정말로 바라는 것과 대외적으로 내세운 가치가 다르기에 나는 점점 쪼그라들었던 것 같다. 무언가 이뤄가고는 있는 것 같은데 사실 만족은 하지 못하는 아이러니가 계속되고, 자존감은 점점 떨어졌다.


나 같은 게 뭐... 하는. 페이스북 페이지에도 썼지만 '조악하다.' '어설프다.' '모자라다.' 같은 겸손을 가장한 자기비하를 둘둘 두르고 있는 이유도 실은 "여러분 나를 좀 봐주세요. 잘했다고 칭찬해주세요." 하고 말하고 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쪽팔린다. 목표고 나발이고. 나는 그냥 관심을 받고 싶었던 것이다.라는 말을 하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 걸렸는가. 그리고 그동안 나를 얼마나 속여온 것일까.


그렇지만 후련하다. 자기기만은 그만둘 수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나한테 맞는 목표를 찾았다. 그냥,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글을 꾸준히 쓰기. 그리고 그 글로 돈 벌어먹고 살기. 오스카 와일드의 높은 자존감까지는 아니더라도, 나 자신에게 솔직하고 자신감 있는 글을 쓰고 싶다. 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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