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에세이]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나의 어쭙잖음을 위하여

by 이요마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2016)

*보고 듣고 읽어 기록하기 25번 째.

*본 리뷰에는 주관적인 생각이 들어있습니다.


1.들어가며

앤이 아닌 작가 백영옥의 에세이였다. 예쁜 책 표지, 차용한 빨강머리 앤의 이미지, 그 모든 것을 감싸안는 글까지. 잘 팔리는 책엔 이유가 있다.


백영옥 작가는 담담하게, 감성적이지도 교훈적이지도 않게 지나침 없는 글을 구사한다. 특히 공모전에 응모한 지 13년만에 등단을 할 수 있던 그의 이야기가 멋있게 느껴졌는데,


구구절절하게 쓰지도, 내가 이런 역경을 극복하고 말이야 하는 식의 영웅담처럼 쓰지도 않았다. 그냥 뭐 그렇다고. 하고 툭 던지는 듯 하는 문장들은 무심해서 더 진실하게 느껴졌다.


내가 주목해서 본 파트는 '직업'과 '가능성'의 이야기다.


2. 나의 어쭙잖음


작가는 말한다. 잘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이 있다면 잘하는 일을 택하라고. 직업을 선택한다면 말이다.


물론 잘하는 일을 좋아한다면 금상첨화겠지만 그런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뜨끔하긴 했다. 앞에서 쓴 수많은 리뷰들 중에 '어쭙잖은 재능에 매달리다가 이도저도 아닌 게 되지 않을까?'라고 여러번 썼던 것이 떠올랐다.


어쭙잖은 줄 알면서도 계속 리뷰를 하고 에세이를 쓰고 습작을 쓰는 이유는 말하자면 자기 기만이 아닌가?


맞는 것 같다. 책을 읽고 한 권씩 생각을 기록하면서 나는 끊임없이 나를 속인다. 브런치의 라이킷뽕과 구독뽕을 맞으면 나 자신이 마치 잘하는 일을 하고 있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기분이 좋다고 직업이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3. 쇼 미더 머니


자세히 보면 엄청난 인파가 몰려 있다(오전 7시 30분)

며칠 전 산책을 하다 놀라운 장면을 보았다. 오전 7시 부천 방향으로 걷고 있는데, 이 시간 이 장소에 몰리기 힘든 인파가 있었다.


힙합맨 '복장'을 한 사람들이 '복작복작',

'모자'쓴 이들이 '포화' like '논산'

(라임에 맞춰서 써'보았'다. '고마'해라 '꼴깝'.이다 그려.)


현수막을 정확히 볼 수는 없었지만 분위기를 보아하니 쇼미 더 머니 예선이라도 하는 모양이었다. (더 가까이 찍은 사진도 있지만 초상권을 고려해서 길건너서 찍은 사진을 첨부)


저마다 가수(랩퍼 혹은 MC)를 꿈 꾸며 모인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구나! 한국 힙합의 미래가 밝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단 한 명의 우승자가 되기 위해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새벽부터, 전국적으로 모여들었는데 떨어진 이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수많은 어쭙잖은 재능들이 빈 손으로(목걸이 없이) 돌아가 좌절을 한다는 생각이 들자 괜히 착잡해졌다.


4. 미련한 사람


백영옥 작가도 말한다. 오랜기간 낙방을 겪다보니 어느 순간부터 우승을 한 사람보다는 2등, 혹은 패배한 사람의 표정이 더 이해가 된다고 말이다.


나는 패배에 익숙한 존재다. 일 등 보다는 떨어진 나머지에 가까운 존재다. 그래서 일 등을 하지못해 떨어지는, 포기하는 마음을 이해한다. 그럼에도 어쭙잖게나마 놓지 못하는 것을 대개는 미련이라고들 말한다.


어차피 세상에 난 놈은 쌔고쌨고, 미련은 쥐어봤자 소용 없는 것이라고 말이다. 포기해야할 이유는 수없이 많다.

신춘문예를 이십년간 도전하다가 가족도 친구도 다 연락이 끊어지고, 변변찮은 직업을 구할시기도 놓친 어떤 습작생의 이야기나 가수를 하겠다고 마흔 넘어까지 작곡하고 노래를 부르나 동네 라이브카페나 전전하는 인생을 대개는 다큐의 형식으로 우울하게 조명한다.


마치 반면교사 삼으라는 듯이 '모든 일엔 때가 있다.'는 메시지를 심어준다. 틀린 말은 아니다. 황당한 것이 있다면 그 분야에서 성공한 이들을 인터뷰하며 ~임 에도 극복하고 성공했다는 식의 이야기도 테레비를 통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포기와 성공 어느 쪽이든 '미련'은 남기 마련이다. 다만 미련한 짓을 하다가 포기할 수도 미련맞기에 성공을 할수도 있는 것이다. 중요한건 미련을 미련으로 남겨두지 않고 꿋꿋이 성장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 아닐까.


나는 나의 어쭙잖음을 사랑한다. 어쭙잖기에 잘하고 싶고 잘하고 싶기에 책을, 영화를, 티비프로를 찾아보고 반복해서 글을 쓴다.

미련도 같은 말이라고 생각했다. 좌절이 아닌 기회로, 믿는 구석이 있으니까 미련도 생긴게 아닌가. 어쩌겠나 그냥 계속 해야지.

(생각해보니 잘하는 것도 없잖아!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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