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초대한다는 일
*보고 듣고 읽어 기록하기 26번 째.
*본 리뷰에는 책의 내용과 주관적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진출처 : 알라딘
1. 들어가며
고슴도치하면 보통 '가시'를 떠올린다. 몸을 움츠려 자신을 보호하는 까칠한 친구로 말이다. 가시는 날카롭다. 박힌다. 아프다. 그래서 알아서들 방어태세의 고슴도치에게 다가가지 않는다.
귀염성 있는 얼굴을 보면 입을 맞추고 싶고, 몽들몽들한 뱃살을 쓰다듬고 싶게 만드는 매력의 소유자이지만, 일단 가시를 세우면 대책이 없다.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거나 친해지고 싶어도 그 모습을 보면 아! 이 친구가 나와 대화하고 싶은 맘이 없구나 하고 돌아선다.
이 책의 고슴도치는 가시에 날이 서있다. 다만 본인이 인지하지 못할 뿐이다.
2. 당신을 초대합니다. 싫으면 안 와도 돼.
(스포 있음)
책의 줄거리는 대강 이러하다. 소심한 고슴도치 친구가 동물 친구들에게 자신의 집으로 초대하는 편지를 보내려한다.
우리 집에 초대할게. 아, 싫으면 안 와도 돼.
그렇지만 이 편지는 끝내 부치지 못 한다. 편지를 읽고 거절 편지가 올까봐, 오더라도 집을 엉망으로 만들까봐. 손님을 위한 음식이 부족할까봐. 혹은 너무 많을까봐. 집이 불탈까봐. 물에 잠길까봐. 등 많은 이유로.
고슴도치 친구는 대강 40여 번의 시뮬레이션을 돌려본다. 책의 절반이상이 00이 왔을 때 초대한 일을 후회할 것이라는 예상과 상상으로 채워져있다.
갑갑하긴하나 예민한 혹은 타인과의 관계가 쉽지 않은 사람이라면 한 번 쯤은 해볼 이야기다.
초대는 누군가에겐 너무나 쉬운 일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겐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니까.
3. 손을 내민다는 것
초대는 내가 아닌 존재에게 손을 내미는 것이다. 필연적으로 타인에게 나의 몽들몽들한 속살을 보이는 일이다. 때론 거절을 당해 내민 손이 무안해질 수도 있다.
그래서 두렵다. 아플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초대를 하는 이유는 그 모든 것을 뒤집을만큼의 행복이 찾아오기 때문일까.
나는 사실 초대하는 마음을 잘 모른다. 책의 고슴도치처럼 누군가와 함께하고 싶어도 걱정하고 고민하다가 말못하고 놓쳐버린 일이 참 많았다.
남에게 쉽게 손을 내밀어본 적도 없지만, 누군가 나에게 내민 손을 잡지도 못했다. 아니, 그것이 나를 향한 것인지도 전혀 몰랐다. 그런 일을 경험해본 일이 거의 없었으니까.
누군가가 나에게 다가오고, 관심을 갖고,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는 게 두려웠다. 그래서 가까워지려하면 스스로 거리를 뒀다. 그것이 나와 손을 내민 이의 관계를 악화시킨다는 것도 모르고, 애써 내민 손이 무안해지는 것도 모르고. 다만 나를 지키기위해 가시를 세우고 숨어버렸다.
미안하다는 말은 무책임하다. 먼저 사과를 하면 말한 사람의 마음은 편해진다. 그러나 들은 사람에게는 '용서'라는 선택지만 넘겨주는 일이다. 용서하지 않으면, 그냥 관계를 끊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치졸하게 가시를 세우고, 이내 자기비하를 해버리기까지하면 '착한놈/년 코스프레'가 완성되겠다. 건들면 안 되는 그런 존재가 되어버린다.
나는 그랬다. 그렇게 가시를 세우고 관계를 스스로 망쳐왔다. 반성하기엔 늦은 걸 알지만, 그럼에도 이렇게 고백하는 것은 책의 고슴도치처럼 편지를 쓰고 싶기 때문이다.
초대를 하고 싶기 때문이다. 당신과 친해지고 싶어요. 당신과 이야기하고 싶어요 하고.
나의 조그만 가슴에 당신들을 품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싶다. 두렵지만, 무섭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