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사랑하는 책
사진 출처 : 영록서점
*임계점을 한 번 넘어보고 싶습니다. 되는 데까지 매일 하루 1 리뷰 도전해봅니다.
*다시 매일 책 한 권 리뷰하기 9일 차
*본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굉장히 많이 들어있습니다! (뒤로 가려면 지금 가야해욧!)
*책의 내용과는 별개로 제가 이해한 대로 글을 썼습니다.
저마다 어릴 때부터 마르고 닳도록 읽은 '최애'책 하나씩은 있을 것이다. 이사를 가거나 고향을 떠나게 될 때 버리지 않고 꼭 간직한 책. 나에게는 그 책이 '세계의 국기와 국가'다. 오늘은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소개하고, '최애'포인트를 글을 읽는 여러분들께도 알리고 싶다.
'세계의 국기와 국가'는 말 그대로 전 세계에 있는 수백 개의 국가가 쓰는 국기를 모아둔 책이다. 나라별로 간단한 소개, 국기의 의미, 수도, 인구, 면적, 기후, 민족, 언어, 종교, 정체(입헌군주제 공화제 같은 것), 화폐 단위, 그리고 지도 상 위치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어린 시절 책장에 꽂혀있던 책들은 대개 어린이의 기호가 반영되어있지 않다. 위인전 전집이나 문학 전집 혹은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이나 유시민의 거꾸로 읽는 세계사, 위기철 선생의 역작 반갑다 논리야와 생명이 들려준 이야기 그도 아니면 환경운동가 최열 아저씨의 환경이야기 등 집집마다 한 권씩은 꽂혀 있음 직한 책이거나 부모님이 생각하기에 아이가 읽었으면 하는 책을 꽂아 놓았을 게다.
내게 책은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어느 순간 보니 책장에 꽂혀 있던 것이었다. 책장에 내가 선택한 책을 채우는 '기회'는 성인이 되고 나서 더 구체적으로는 제대를 하고 내가 책을 사기 시작할 때에야 비로소 생긴 게다. 여하튼 나의 기호가 반영되지 않은 그 책장 속에서 나는 '세계의 국기와 국가'라는 책을 기억이 나지 않는 어느 시점 처음 잡았고, 풀컬러에 형형색색의 국기가 200개도 넘게 있는 이 책에 빠져버렸다.
* 위 사진은 이미지일 뿐 실제 국기 색과 가로세로 비율은 차이가 있습니다!
세계의 국기와 국가라는 책이 좋다고 말을 하면 대개 돌아오는 피드백은 비슷하다. 어;; 그래. 그렇구낰 이거나 국기 알아서 뭐하나 하는 반응이다. 책의 실용성을 따지는 이에게도 나는 기꺼이 이 책을 추천할 수 있다. 사실 국기와 나라 이름을 외우면 좋은 점이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나라 이름대기 퀴즈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고, 이는 끝말잇기에서도 강점을 갖게 한다. 개나리 - 리어카 - 카센터로 이어지는 노잼 끝말잇기를 개나리 - 리어카 - 카자흐스탄과 같은 변수로 활력을 띄게 할 수 있다. 이 밖에도 빙고와 수도 퀴즈 등에도 적용 가능하다. 이 정도면 충분히 알만한 가치가 있지 아니한가.
퀴즈가 아니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 딴지를 걸고넘어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럴 땐 다른 실용적인 예도 제시할 수 있다. 이를테면 올림픽을 볼 때 '저게 무슨 나라야?'하지 않아도 된다. 흠. 우즈베키스탄이 3등이군. 2등은 독일이고. 의외로 1등은 우크라이나가 하고 있군! 과 같은 속마음으로 무지한 상대를 앞에 두고 우월감을 가질 수 있다.
이에 또 시비를 거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올림픽은 4년에 한 번 열리는 데 무엇하러 이 책을 보아야 하는가 말이다. 그러면 굳이 동계올림픽과 하계올림픽과 월드컵과 WBC와 아시안 게임과 육상대회와 빙상대회와 그 이외의 모든 세계 스포츠 경기가 같은 주기로 돌아가지 않고, 거의 매년 다른 세계 대회가 열린다고 반박할 수도 있겠지만 웃으면서 이렇게 말하는 편이 낫다.
그럼 안 보면 되지.
질문이 저쯤 되면 "상대가 왜 이 책을 좋아할까?"라는 질문은 사라지고, 반대를 위한 반대가 된다고 봐야 한다. 마치 이 책을 읽으면 안 되는 이유를 찾는 것처럼 말이다. 책이란 것은 꼭 감동을 주어야 하거나, 나의 어제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습관을 제시해야만 하거나, 공감을 해야 하거나, 새로운 지식을 줘야 하는 것이 아니다. 좋아하는 것에 이유가 있는가. 책도 마찬가지다. 좋으면 좋은 것이고, 싫으면 싫은 것이다.
내가 국기와 나라 이름을 줄줄줄 외는 것은 이 책에서 정보를 얻어 암기를 했기 때문이 아니다. 단기간에 독파하고 이보다 더 발전된 책 예를 들어 먼 나라 이웃나라 같은 시리즈로 레벨 업해서도 아니다. 그냥 이 책의 노란 표지가 좋아서. 책에 있는 국기들의 모양이 좋아서. 지도 보는 것이 좋아서. 긴 나라 이름들이 좋아서(세인트빈센트그레나딘,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같은) 책이 새까매지도록, 낡아서 떨어지도록 골백번 펼쳐봤을 뿐이다. 남이야 뭐라 하든지 그냥 좋은 걸 좋다고 말할 수밖에. 때로는 목적 없는 맹목적인 애정이 필요할 때도 있다.
마무리하며 글을 읽은 여러분께도 한 번 물어보고 싶다.
그냥 좋아서 간직하는 책이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