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 [소설] 82년생 김지영

이해하지 않고 듣는 태도

by 이요마
82년생 김지영(2016)

사진 출처 : 알라딘


*임계점을 한 번 넘어보고 싶습니다. 되는 데까지 매일 하루 1 리뷰 도전해봅니다.

*다시 매일 책 한 권 리뷰하기 10일 차

*본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굉장히 많이 들어있습니다! (뒤로 가려면 지금 가야해욧!)

*책의 내용과는 별개로 제가 이해한 대로 글을 썼습니다.




1. 들어가며



책을 구하는 데 두 달 반이 걸렸다. 집 앞 도서관의 시스템은 한 권에 세 명까지 예약을 할 수 있다. 대출 기한이 2주씩이니 산술적으로는 읽고 있는 사람과 내 앞의 두 명. 딱 6주면 돌아올 텐데 예약 알람은 오질 않았다. 책이 두꺼우면 말을 안 한다. 190페이지 정도 되는 경장편 소설집을 보는데 연체를 할 정도로 시간이 필요한가 싶었다. 그래 봐야 소설인데. 그것도 도서관 책을 그렇게 오래 들고 있을 이유가 무엇인가.



이렇게 생각했으면서 책 반납기한을 하루 남기고야 82년생 김지영을 읽은 나를 발견한다. 읽고 싶어 오랜 시간을 기다렸지만 나는 왜 쉽게 손대지 못했을까.



2. 이해할 수 없기에



여러 가지 말들로 포장할 수 있겠지만, 솔직하게 말하면 한 마디로



불편할까 봐.



이다. 알면서도 눈 감고 살던 세계. 나와 아주 가까이 아니, 함께 살아가면서도 전혀 모르는 세계. 그리고 굳이 알고 싶지 않았던 어떤 세계를 마주할까 봐.



때문에 두려웠고,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렇지만 소설의 이야기가 실은 나의 가족이 나의 친구들이 매일 마주하는 세상이라는 데까지 생각이 닿자 내가 경계해야 할 것은 '내가 모르는 세상을 확인하면서 불편해질 나의 상황'이 아니라, 그럼에도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못 본 척하거나 없는 이야기인양 고개를 돌리는 것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그렇게 책을 읽었다.



이 책을 읽은 여자인 친구들에게 물었을 때 돌아오는 반응은 비슷했다.



내 얘기 같았어. 그리고 앞으로 계속 그럴 것 같아서 화가 나.


대강 이런 반응이 돌아왔다. 에이 소설인데 이건.이라고 눙치고 넘어가기엔 그들의 증언이 생생했고 책을 넘어 현실에 닿아있었다. 내가 책에서 목격한 세상은 들어서 알게 되거나 미처 생각도 못한 이야기였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이 르포가 되어 다가오는 순간 불현듯 찾아오는 공포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 책을 읽은 '남자'의 리뷰는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인지조차 하지 못했던 세상에 대한 경악이나 자신의 과오에 대한 반성. 그리고 부인, 친구, 누이, 가족에 이입하여 간접 경험을 하고 나서의 소감 정도. 그마저도 책장을 덮는 순간 끝이 난다. 어쨌든 평생 경험한 적도 할 일도 없는 남 일이기 때문이다.


echo-1983513_960_720.png 인간에 대한 분류가 편해질수록 세상은 절망스러워진다.


나는 한국에서 살아가는 여성을 이해할 수 없다. 그들이 겪는 일을 전에도 앞으로도 온전히 이해할 수가 없다. 때문에 내가 해야 할 일은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듣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당사자가 아니면 겪을 수 없는 세계가 있다. 그리고 그런 세계는 이 세상에서 숨 쉬는 사람 수만큼 많이 있다. 누구도 남의 경험을 이해할 수는 없다. 내가 그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의 이야기를 나의 잣대로 판단해서도 안 된다. 그러나 우리는 너무 쉽게 타인을 판단하고, 쉽게 명명한다. 상대의 뒤에 있는 맥락도 모르면서 표면만 보고 속된 말로 어떤 부류로 후려친다. 그런 방법에 너무도 익숙하다. 인간에 대한 분류가 편해질수록 세상은 절망스러워진다고 생각한다.



3. 나가며



듣는 세상이 되기를 바란다. 타인의 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누구나 사람으로 대우받는 세상이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눈 감지 않고 얼렁뚱땅 넘어가지 않는 내가 되기를 바란다. 나부터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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