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 [에세이] 만화가의 여행

취미로 하는 그림에 대하여

by 이요마
8990641950_f.jpg 만화가의 여행(2013)

사진 출처 : 알라딘


*임계점을 한 번 넘어보고 싶습니다. 되는 데까지 매일 하루 1 리뷰 도전해봅니다.

*다시 매일 책 한 권 리뷰하기 11일 차

*본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굉장히 많이 들어있습니다! (뒤로 가려면 지금 가야해욧!)

*책의 내용과는 별개로 제가 이해한 대로 글을 썼습니다.




1. 들어가며



그림에 대한 막연한 로망이 있다. 여행을 다니며 사진기가 아닌 그림으로 순간을 포착해서 그리는 것.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보겠다. 햇살이 내리쬐는 어느 날 노천카페에서 모르는 사람과 합석해서 "wait a minute."이라고 툭 말을 던지고는 가방에서 스케치북과 4B연필을 꺼낸다. 쓱싹쓱싹 그림을 그려내고 종이를 북 찢어서 상대에게 건넨다. 이 말과 함께.


This is for you.



문법이 맞지 않아도 좋다. 얼마나 멋진가.



2. 사실 그렇게 낭만적이지는 않은 여행



'만화가의 여행'은 만화가 크레이그 톰슨이 2004년 3월 5일부터 5월 14일까지 모로코와 프랑스, 스페인을 여행하는 그림 에세이다. 그는 사진 한 장 없이 오직 그림으로만 자신이 보고 듣긴 모든 것을 스케치북에 담아냈다. 주로 지역의 모습이 묻어나는 건물 양식들과 풍경들부터 여행하면서 만난 각 나라의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있는데, 생생한 그림 덕에 마치 나도 크레이그와 함께 여행을 다니는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였다.



책으로 엮인 멋진 결과물에 비해 내용은 조금 애달팠다. 한적한 곳에서 풍류를 즐기며 그림을 그리기보다는 사람들이 북적이는 곳에서 빡빡하게 하루에도 몇십여 장의 그림을 찍어내는 모양새였다. 타지의 음식이 맞지 않아 배탈이 나거나 미술 도구를 잃어버리는 에피소드부터 발을 삐끗해 절뚝이며 다녔던 경험, 초상화를 그려주고도 모델비를 요구하는 각다귀들을 연달아 상대하다가 지친 경험 등 여행 중의 애로사항도 그대로 재현되었다. 특히 스페인 여행의 경우 사인회 스케줄을 돌다가 멘탈이 무너져버리는 모습에서 '여행=행복을 찾는 여정'이라는 환상성을 박살 내버린다.



하지만 그는 말한다.



나는 행복할 때에 가장 생산성이 높아.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을 그림으로 그리고, 그 모든 아름다움을 기록하기 위해 필사적이 된다고.



이 여행기를 그리기 7년 전 미국 횡단 여행을 할 때 친구에게 건넨 말이라고 하는데, 그의 그림에 대한 애정과 행복관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그러나 그 밑에 있던 지극히 현실적인 한 마디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웃프게 그려낸다.



내가 이 책을 마무리하는 것은 내가 행복하기 때문일까? 아니, 사실은 훨씬 더 따분하고 한심한 이유 때문이다. 그 이유는 바로 "마감"이라는 것이다.



그렇다. 마감은 창작자를 움직이게 하는 마법의 주문이다.(결론이 이상해!)



3. 나와 그림



들어가며에서 그림에 대한 로망을 말했다. 그리고 나는 그 로망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찔끔찔끔 노력 중이다.


2014년 5월의 그림(좌)과 2017년 오늘 그린 그림



여전히 잘 못 그리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그래도 그림을 그리는 이유는 어제보다 조금 더 나아지고 있다는 확신 때문이다. 나는 그림을 그릴 때 한 가지 '똥고집(!?)'을 부리는 데, 그것은 누구에게 배우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변에서 그림 접어라, 학원을 다녀봐라 하는 말을 들으면서 더 마음을 굳히게 되었다.



세상에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은 정말 많다. 그리고 취미로 스케치를 시작한 나는 그 사람들보다 잘 그릴 수 없다. 나는 인정한다. 내가 그림에 소질도 없고 센스도 없다는 것을. 그럼에도 내가 배우지 않는 이유는 '누구보다 잘 그리고 싶은 생각'도 없고 '빨리 실력을 키우고 싶은 생각'도 없기 때문이다. 10년 정도 후면 모를까. 내가 당장 그림으로 돈을 벌거나 전시를 할 일이 없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놓지 않고 천천히 갈 수 있다.



그렇지만 한 가지 바라는 점은 있다. 언젠가 실력이 올라서 남들에게 내보일 만큼 그리게 된다면



잘 그렸다는 말보다 학곰 그림 같다 라는 말을 듣고 싶다.



남들과 다른 나의 색을 갖고 싶다. 천천히 가지만 방향은 제대로, 계속 그림을 그릴 것이다.(친구들이랑 하는 그림 모임도 열심히 하고!)



마지막은 그림 그리는 취미의 좋은 점 두 가지를 말하면서 마무리하려 한다.

첫째로, 나이를 먹으면서도 종이와 연필만 있다면 언제나 할 수 있다. 게다가 꾸준히만 하면 경력도 쌓이니 나중에는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로 스르륵 그릴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로, 잘 들여다본다는 것이다. 그림을 그리려면 그리는 대상을 잘 보아야 한다. 보고, 또 보고, 다시 한번 봐야 한다. 그렇게 오랫동안 보다 보면 대상(모델 )에 관심이 생기고 애정이 생긴다. 애정은 대개 긍정적인 에너지다. 쉽게 말해 그림을 그리며 잘 관찰하다 보면 긍정적인 에너지가 뿜뿜빰빰 나온다는 것이다. 그러니 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그림을 그려보자! 취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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