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소설] 잠 2

우리는 상상해야합니다. 그리고 끊임없이 대화해야만 합니다.

by 이요마
50. 잠2.jpg 잠 2(2017)

사진 출처 : 알라딘


*임계점을 한 번 넘어보고 싶습니다. 되는 데까지 매일 하루 1 리뷰 도전해봅니다.

*다시 매일 책 한 권 리뷰하기 8일 차

*본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굉장히 많이 들어있습니다! (뒤로 가려면 지금 가야해욧!)

*책의 내용과는 별개로 제가 이해한 대로 글을 썼습니다.

*드디어 50번째 리뷰입니다! 하지만 게시물 수로 따지면 51번째 리뷰랍니다. 18번을 두 번 썼어요... 이 사실을 30번대 후반대 발견했지만 언젠가 말할 날을 기약하며 미뤄두었습니다. 후후. 여하튼, 파워 자축!




1. 들어가며


인간은 시간 속에서 살아간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는 순간까지 시간은 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지나간 시간은 돌이킬 수 없고 다가올 시간만이 우리 앞에 있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현재의 '나'는 과거의 시간을 통과하여 지금 이곳에 존재한다.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나 역시 지금의 나를 통과하여 존재할 것이다.



사학자 E.H. 카는 이런 말을 남겼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이다.


내가 이해한 바로 이 말은 '현재를 사는 역사가가 과거의 사실을 그 시대의 입장을 고려하여 서술하는 것.'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과거의 사실은 사실 그대로 의미를 갖지 않고, 역사가의 해석(혹은 평가)이 반영되어야 역사가 되는 것이다.



이 의미를 '개인'에 한정시킨다면 나의 (기억하는) 과거는 현재의 입장에서 그때의 상황을 고려(혹은 회고)하여 평가를 한 '사실'들이다. 이러한 평가는 나이를 먹으면서 달라질 수 있고, 때론 폐기되며(망각), 불현듯 떠오를 수도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변하지 않는 사실은 나의 '과거'들은 무의식의 영역에 전부 기록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평가'를 할 수 있는 의식의 영역에 올라와 있지 않을 뿐이다.



2. 잠은 현재와 미래의 대화이다?



<잠>의 주인공 자크 클라인은 신경 생리학을 전공하는 의대생이다. 그는 마찬가지로 신경 생리학, 그중 '잠'연구에서 저명한 학자인 어머니 카롤린 클라인의 영향을 받아 의대를 진학했다.(이 영향은 긍정과 부정적인 요소 둘 다 가지고 있다. 자세한 것은 책에 있다.)



카롤린 클라인은 연구로 밝혀진 수면의 5단계(이전 포스팅인 잠 1을 참고!)를 넘어서는 제6단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신의 인생을 잠의 6단계를 밝히는 '비밀 프로젝트'에 바친다. 그러던 어느 날 '비밀 프로젝트' 중 피험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고, 카롤린은 병원에서 해고당한다.


그런데, 해고당한 다음날 카롤린은 갑자기 사라져 버린다. 스물여덟의 자크는 어머니를 찾아 방황한다. 쇼크로 인해 불면의 밤에 시달리고, 마약에 빠지기도 한다. 그러던 중 그는 자신의 꿈속에서 '20년 후의 자신'을 만나게 된다. JK48(책에서는 자크 클라인의 이름과 20년 후의 나이를 줄여 JK48으로 표기한다.)은 JK28(스물여덟의 자크 클라인을 의미)에게 다짜고짜 말한다.



엄마가 위험에 처해있어! 말레이시아로 가!



자크는 JK48의 조언에 따라 말레이시아로 떠나고, 어머니가 꿈 연구를 위해 유목 민족인 '세노이 족'을 찾아간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그는 전직 군인 프랑키와 함께 어머니를 찾는 모험을 떠나는데...


infinity-2155823_960_720.jpg 20년 후 미래의 '나'가 나의 꿈 속에 나타난다면?


여기까지가 <잠>의 초반 줄거리다.(책을 읽으실 분들을 위해 여기까지만 줄거리를 쓰겠습니다.) 특이한 설정인 '20년 후 미래의 나가 나의 꿈속에 나타난다면?'이 주요한 사건이 된다. 미래의 '나'는 현재의 '나'에게 조언자가 된다. 그렇지만 현재의 '나'에게 미래를 직접 알려주지는 않는다. 자유의지에 따라 원래와 다른 선택을 하면 미래가 어그러지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며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한다. 미래의 내가 현재의 나의 꿈에 나타나 조력자가 되고, 나의 선택은 미래의 나의 조언에 따라 결정되는데 이는 인생에 이미 정해진 길이 있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여기서 우리가 한 방향으로 흐른다고 생각하는 '시간' 개념이 뒤틀린다. 과거의 경험의 합이 현재를 그리고 현재 내가 하는 행동이 미래를 만든다는 생각과 반대로, 어차피 일어날 일은 일어나고 인생은 그 길을 따라갈 뿐이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나는 이 복잡한 말을 '대화'라는 키워드로 한 번 풀어보려고 한다. 대화는 양방향의 소통이다. 한쪽만 말을 한다면 명령 혹은 통보가 되고, 상대의 말을 듣지 않으면 단절이 생긴다. 즉, 나의 의견을 상대에게 주고, 상대의 의견을 받는 일련의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여기서 '의견'이라는 단어를 다시 짚어야 한다. 의견은 개인이 어떤 상황이나 대상에 대해 갖는 '생각'이다. 생각은 사람마다 다르고 시간에 따라 또 다르다. 그렇기에 '의견'개인의 주관적인 해석이자, 현재 자신이 느끼는 것을 해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렇게 '주관적'이며 '현재성'을 가진 의견을 교환하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저마다의 생각과 판단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물며 같은 경험과 사고를 하는 미래의 '나'와의 대화도 '현재성'의 차이가 있기에 의견이 갈리게 된다. 내가 겪은 과거의 경험치와 20년 후 미래에 온 나의 경험치는 분명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3. 우리에겐 상상력이 필요합니다.



JK48과 JK28은 '꿈'에서만 만날 수 있다. JK48은 선지자처럼 과거의 자신에게 힌트를 주고, JK28은 그의 생각에 저항하면서도 결국은 그의 뜻을 따른다. 시간을 건너서 이루어지는 '나'와의 만남은 왜 꿈에서만 이룰 수 있을까?



sunset-485016_960_720.png 자크 클라인은 미래의 자신과 자신만의 공간 '붉은 모래섬'에서 만난다


'자각몽'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스스로 꿈속 세상을 창조할 수 있다. 꿈속 세상은 사람들에 따라 다르게 만들어진다. 환경이나 생생한 정도는 꿈꾸는 자의 '상상력'에 달렸다. 상상력은 '실제로 경험하지 않은 현상이나 사물에 대하여 마음속으로 그려 보는 힘.'이라는 정의를 갖는다. 이를 다른 말로 풀어보면 '내가 직접 경험하지 않은 것에 대해 겪은 것처럼 공감하는 정도'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



꿈에서는 인간이 날 수도 있고, 유니콘이 하늘을 날며, 기타로 오도바이를 탈 수도 있고, 수박으로 개미를 탈 수도 있다. 경험하지 않은 일, 아마도 우리 생이 끝나기 전까지는 결코 겪을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부터는 '상상력'의 싸움이다.



이 말도 안 되는 꿈속 세상을 얼마나 받아들일 수 있는가?



가 꿈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이 된다. JK48을 만난 JK28은 처음엔 그의 존재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JK48이 수면 마비 현상을 유도 시킨 후에야 그의 존재를 '얼추' 인정하는데 이는 스물여덟의 자크 클라인이 꿈속에서 JK48이라는 말도 안 되는 인물(혹은 상황)에 대해 받아들이지 못하기에 생기는 모습이다. 그의 상상력이 JK48이라는 존재에까지 미치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대화를 통해서 그들은 서로를 알아간다. 서로의 다른 '현재성'을 인정하며 상대의 입장을 고려해서 이야기한다. JK28은 점차 JK48이 '있을 수도 있는 존재.'로 믿어간다. 이 과정은 자신이 직접 경험하지 않은 상황에 대해 공감하고, 느낄 수 있는 여지가 만들어지는 과정이다. 즉, JK28의 상상력이 확장되는 과정인 것이다. 두 JK의 만남은 '타인에 대한 상상력'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타인은 나의 경험을 겪을 수 없다. 또한 나도 타인의 경험을 겪을 수 없다. 다만 상상력을 발휘해 상대의 경험에 닿을 수 있고, 직접 겪은 것처럼 공감을 할 수는 있다. 물론, 백 프로 공감하는 것은 아닐 게다.



나와 타인의 '차이'를 인지하는 것. 그리고 나의 입장에서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상상력을 발휘해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공감을 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해석'과 '평가'에는 근거가 있다. 이 근거는 대개 '사실'을 바탕으로 한다. 그러나 그 '사실'이 늘 합당한 근거가 되는 것은 아니다.



E.H. 카가 현재를 사는 역사가가 과거의 상황을 참작하여 평가를 하는 일종의 '대화'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던 것처럼, 우리도 일상에서 타인을 대할 때 '대화'가 필요하다. 이 대화는 타인에 대한 '상상력'을 기반으로 해야 하며 선을 긋고 옳다 그르다 판단을 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상대를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하다. '사실'이 인간의 모든 것을 대변하지는 못한다고 생각한다.



그보다도 중요한 것은 맥락이다.



타인의 시간이 어떤 경험을 거쳐 지금의 '그(혹은 그녀)'가 되어왔는지를, 앞으로 그가 어떤 존재가 되기 위해 오늘을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우리는 상상을 통해 겪어봐야 한다. 맥락을 따라가면 상대의 현재(혹은 미래)의 행동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를 확인할 수 있다. 평가는 그 후에 해도 늦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손쉽게 넘겨짚는다. 서로 다른 사람을 퉁쳐서 하나로 '분류'해버리고, 이들에 대해 상상은커녕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그 부류'로 눙쳐진 존재들은 내가 처음 내린 평가가 마치 그들을 대변하는 것마냥 인식된다. 여기에는 수정도, 재평가도 없다. 역으로 생각하면 당신에 대한 평가도 당신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떻게 살고 있는지는 묵살된 채로 이뤄질 수 있다. 막상 당신이 그 입장에 처한다면 기분이 좋지는 않을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보고 싶은 대로만 세상을 본다. 이는 스스로 볼 수 있는 범위를 줄이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는 상상해야 한다. 그리고 '나'를 포함한 모든 존재와 대화해야 한다. 나와 세상을 넓히는 일은 그렇게 거창한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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