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의 다섯 단계
사진 출처 : 알라딘
*임계점을 한 번 넘어보고 싶습니다. 되는 데까지 매일 하루 1 리뷰 도전해봅니다.
*다시 매일 책 한 권 리뷰하기 7일 차
*본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굉장히 많이 들어있습니다! (뒤로 가려면 지금 가야해욧!)
*책의 내용과는 별개로 제가 이해한 대로 글을 썼습니다.
계속되는 열대야에 잠 못 드는 밤이 많아지고 있다. 침대에 누워 지그시 눈을 감고 있으면 등판부터 시작해서 장판을 깐 것처럼 체온이 매트리스에 묻어난다. 귀찮아서 그대로 누워있으면 슬금슬금 땀이 맺힌다. 샤워를 하고 얼마 안 되었는데 몸은 어느새 다시 끈적거린다.
잠들지 못해 한참을 뒤척이다가 핸드폰을 들게 되고 유튜브나 페이스북을 켜는 순간 두 시간이 날아가 있다. 아! 더 늦게 자면 내일 분명히 늦게 일어날 거야. 무조건 지금 잠들어야 해.라고 생각하며 휴대폰을 끄고 던져놓는다. 그리고 나면 왜 새삼 들리지도 않던 시계 소리가 째깍째깍 들려오는지. 그 소리가 왜 그렇게도 큰지. 내일 아침도 망했구나. 하면서 눈을 감는다. 잠시 눈을 감았을 뿐인데 어느 순간 알람 소리가 들린다. 아! 나는 잠을 자긴 잔 것이구나! 꿈을 꾸긴 했던 것 같은데 눈을 뜨고 나선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겁나 피곤할 뿐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잠'은 총 2권으로 구성되어있다. 나는 현재 1권만 읽었기에 아직 결말을 모른다. 그래서 이번 포스팅은 책의 내용보다는 책에서 다루는 이론적인 '수면의 단계'를 중심으로 '짧게'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책의 주인공 자크 클라인은 신경 생리학을 전공하여 의대를 다니는 학생이다. 그의 주 종목은 <잠>인데, 이는 그의 어머니 카롤린 클라인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카롤린은 <잠>에 있어 유명한 신경 생리학자이며 수면의 새로운 단계를 연구하는 '비밀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그녀가 밝히고자 하는 수면의 단계는 6단계. 즉, 5단계까지는 (책에 따르면) 이미 연구결과가 밝혀졌단다.
1단계 : 느리고 아주 얕은 잠
2단계 : 느리고 얕은 수면
3단계 : 느리지만 깊은 잠
4단계 : 느리고 아주 깊은 수면
5단계 : 역설수면
써놓고 보니 '느린'과 '얕은' 그리고 '깊은'을 조합해놓은 단어다. 그렇지만 수면의 특징을 생각하면 납득할만한 설명이다. 잠을 자는 동안 사람은 움직일 수 없고(몽유병을 제외한다면), 주위 환경에 반응하지 않으며, 깨어있을 때와 비교하여 긴장은 풀어지고 이완된 상태이다. 따라서 '수동적인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고 템포는 느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얕고 깊은 정도는 잠을 자는 상태에서 의식이 있는 상태(깨어있는 상태)로 얼마나 빠르게 복귀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일 게다.
위의 5단계를 책에서는 다음과 같이 쉽게 풀어서 설명하고 있다.
1단계 : 몸의 긴장이 풀어지고 회복되기 시작함. 옆에서 누가 말을 하면 다 들리고 이해도 되지만 대답하기는 싫어짐.
2단계 : 여전히 말소리는 들리지만 의미는 이해가 안 됨. 단어들이 시끄러운 소리로 변하기 때문.
3단계 : 밖에서 벌어지는 일을 전혀 듣지 못하는 상태에서 온몸이 이완되고 호흡이 느려짐.
4단계 : 우리 몸이 온전한 휴식을 취하는 단계. 4단계에서 질병에 대항하는 저항력이 생기고 성장을 돕는 물질이 생성됨. 낮에 배운 것을 기억에 저장하는 단계이기도 함. 이때부터 꿈을 꾸기 시작함.(주로 괴로운 꿈)
5단계 : 4단계가 꿈에서 위험에 처한다고 하면 5단계는 해결책을 찾는 단계임. 역설수면 동안 사람은 더 건강해지고, 낮에 벌어진 일을 여과하게 됨. 거짓은 잊고 중요한 것을 선별하여 기억하는 단계.
*이 다섯 단계는 우리가 잠을 자는 시간 동안 반복됨.
사실 내가 잠에 대해 알고 있는 지식이라곤, 언제 배웠는지는 모르지만 어렴풋이 알고는 있는 단어 '램수면'뿐이다. 그나마도 그 램수면이 얕은 잠인지 깊은 잠인지, 알파파가 나오는지 무슨 파가 나오는지 잘 모를뿐더러 굳이 알고 싶지도 않았었다. 하지만 그런 용어들을 걷어내고 일상어로 쉽게 설명을 풀어놓으니 훨씬 이해하기가 수월했다.
이 단계 구분에 따라서 내 수면 패턴을 분석해보았다.(과학적이거나 논리적인 것은 아니니 재미로 보시길)
우선 불을 끄고 침대에 눕는 순간은 1단계로 진입하는 과정일 것이다. 이때 주변의 소리 이를테면 시계 소리나 선풍기 소리, 내가 부스럭거리는 소리 등 소리는 들린다. 이 시기를 놓치면 '아! 오늘도 잠자는 것은 글렀구나!'라고 생각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나는 이 1단계가 길다. 몸에서 스멀스멀 땀이 올라오기 전에 잠들지 못하면 방안의 물건들의 소리며 창밖에서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 하며 다 귀에 들어온다.
1단계를 넘기지 못하고 유튜브나 페이스북을 켠다. 1단계에서 보낸 시간이 무색하게 나는 각성상태가 된다. 어둠 속에서 강한 휴대폰 빛을 쐬며 나는 더더욱 잠과 멀어진다. 그렇게 한두 시간을 흘려보내고. 휴대폰을 끄고 나서 다시 1단계로. 이번엔 처음보다 더 나쁜 상황이다. 침대는 내가 충분히 따뜻하게 데워놓았고, 몸은 이미 끈적이고, 휴대폰의 빛은 잔상이 되어 눈 앞에 어른거린다.(눈도 아프다.) 그렇게 잠이 안 오는 와중에 이전에도 넘지 못했던 '소리'의 벽 앞에서 처절하게 뒹굴거린다.
눈을 감고 자세를 바꿔가며 움직이다가 어느 순간 꿈을 꾸기 시작한다. 아마 내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2단계와 3단계를 지나 4단계에 접근한 것일 게다. 꿈은 거의 대부분 개꿈이다. 한 번은 그 꿈이 너무 생생해 잠에서 깨자마자 휴대폰 메모장에 적어놨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 나는 꿈에서 고등학생이 되었음. 근데 단체로 3년 타임슬립한거임.
- 군대 후임 A가 자취를 시작했음.
- 그게 무슨 개소리야.
- 다 3년 돌아간 거 아니냐.
- 몰랔ㅋㅋ(이런 것들도 메모장에서 그대로 옮긴것이다.)
- 꼭 서울로 가라. 그렇지만 난 안 될 운명이야.
- 근데 3년 타임슬립이면 군대는 안 간 것이 되는건가.
- 으휴
- 담임은 도덕선생. 맨날 빡침.
- 옆반 담임은 초등학교 0학년 때 담임. 맨날 뺨침.
지금 글을 쓰면서 다시 읽어보아도 무슨 소리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군대와 초등학교와 고등학교가 섞인 종합적인 개꿈인데 메모로 참작해보면 이 꿈에서 나는 괴로웠고 수동적으로 끌려다녔고 더불어 '체념'한 것으로 보인다. 말하자면 해결책보다는 꿈이 만들어낸 상황에 허우적거리다가 불현듯 잠에서 깬 것일 게다. 이는 소설 <잠>의 카롤린이 설명해준 단계에서 4단계로 볼 수 있다. 역설수면으로 넘어가 능동적으로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면서 나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그런 모습을 찾을 수가 없다.
그런데, 요즘 꿈의 대부분이 이렇다. 매번 쫓기고, 갇히고, 도망가고, 짜증 나는 사람과 엮이고, 혼난다. 이를 두고 5단계로 넘어가는 연습을 하라고 말할 수도 있겠고, '기'와 연결시켜서 기력이 쇠했으니 보양식을 먹으라 라고 조언할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답은 이미 나온 것 같다.
나도 잘 모르게 반복해서 하는 행동들이 있다. 그리고 그것이 나의 수면 혹은 일상생활에 방해가 되는 것을 알면서도 별생각 없이 반복하는 그런 것들 말이다. 오늘 밤은 자기 전에 스마트폰을 손에 닿지 않는 곳에 두고 자보려고 한다. 어떻게 될는지는 다음 <잠 2> 편에서 이야기해보겠다. 글을 읽는 분들께서는 부디 편안한 밤이 되시고, 5단계에 이르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