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 [기타] 몰입의 즐거움

자신의 삶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

by 이요마
55.몰입의 즐거움.jpg 몰입의 즐거움(2007)

사진 출처 : 알라딘


*임계점을 한 번 넘어보고 싶습니다. 되는 데까지 매일 하루 1 리뷰 도전해봅니다.

*다시 매일 책 한 권 리뷰하기 13일 차

*본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굉장히 많이 들어있습니다! (뒤로 가려면 지금 가야해욧!)

*책의 내용과는 별개로 제가 이해한 대로 글을 썼습니다.




1. 들어가며



게임 '심즈'는 사람의 인생과 닮은 게임이다. 한 심의 유년기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플레이를 하고 있노라면 묘한 기분이 든다. 심즈에서 구현할 수 있는 인생은 다양하다. 나인 투 식스 직장만 죽어라 다니다가 독신으로 고독사하기도 하고, 부모의 유산을 물려받아 밤낮으로 이 사람 저 사람 갈아타며 사랑만 하다가 갈 수도 있다. 낚시에 미쳐 프로 낚시꾼이 될 수도 있고, 대가족을 이뤄 가족의 뒤치다꺼리를 하다가 일생이 끝날 수도 있다.



이 게임을 하면서 내가 '묘한' 기분이 드는 포인트는 '미션' 혹은 '목표'라는 시스템이다. 심의 스킬을 높이기 위해서 목표에 맞는 행동을 능숙하게 할 때까지 반복시킨다. 이를테면 작가는 집필(습작)-투고-집필-투고-집필-투고와 같은 행동을, 요리사는 요리 연습-요리 연습-요리 연습 같은 행동을, 도둑의 경우는 사람들 불쾌하게 만들기-조롱하기-싸우기-불쾌-조롱-싸움과 같은 반복적인 행동을 해야 한다. 스킬이 높아지면 그 심의 위상과 능력도 높아진다. 나는 그렇게 심을 키운다. 그러다가 맵 밖으로 이동을 하는 화면, 잠시 어두워졌다가 밝아지는 그 찰나에 모니터에 비친 내 얼굴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넋을 놓고 반복해서 클릭을 하고 있는 나의 모습은 '목표 지향적인 심'들과 달리 한심해 보였다.



황당했다. 나의 심들이 어제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 수 있도록 반복적인 클릭을 하는 나는 이렇다 할 목표도 의미도 없이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었다. 물론 처음에는 '재미있자고' 혹은 '기분전환'용으로 시작했겠지만 어느새 플레이타임은 4시간이 넘어가고 있었고 내가 만든 '레프트 학곰'은 벌써부터 사별하고 큰 딸이 손주까지 본 시점이었다. 게임을 시작한 목적은 지워지고 관성만이 나를 지배하고 있던 것이다.



어이가 없어서 나는 게임을 저장하고 컴퓨터를 껐다. 새벽 세 시였고 눈이 뻐근했다. 그리고 왠지 모를 불쾌감이 나를 엄습했다. 지금 잔다면 내일 분명히 늦잠을 잘 것이고, 열두 시-한 시쯤 일어나 테레비를 좀 보다가 뒹굴 거리다 보면 세시 네시 즈음될 것이고, 그쯤부터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때 되면 밥을 먹고 다시 잠이 안 와서 이 시간까지 게임을 하게 될 것이었다. 부정적으로 썼지만 사실이었다. 마치 삶의 루틴처럼 거의 매일을 그렇게 살았다. 내가 게임회사에 취직하거나 게이머가 될 것도 아닌데, 그냥저냥 컴퓨터 앞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내 인생에 썩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끊어내기 어려웠다.(게임이 나쁘다는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 사실이 불쾌했다. 또 시간 낭비하는구나 하고 자각하면서도 편하니까, 컴퓨터를 잡고 있는 동안은 불편한 마음이 사라지니까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내가 우스웠다. 다음 날 컴퓨터를 끄는 순간 나는 또 불쾌해질 것이었다.



2. 몰입의 즐거움



책의 저자인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교수는 몰입을


쉽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아주 버겁지도 않은 과제를 극복하는 데
한 사람이 자신의 실력을 온통 쏟아부을 때 나타나는 현상


이라고 책에서 정의한다. 너무 쉬우면 재미가 떨어지고, 너무 난이도가 높으면 좌절감을 느끼기에 그 적정한 수준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흔히 '몰입'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무언가에 '집중'하는 것이라는 의미를 떠올릴 것이다. 매우 집중하여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무언가를 해내는 경험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 처음에는 고개를 갸웃했다. 몰입이면 테레비를 보거나 게임을 하는 것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하는데 몰입 아닌가? 하는 질문이 떠올랐다. 그러나 칙센트미하이 교수는 덧붙인다.



몰입의 순간은 여가를 즐길 때만 찾아오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일을 할 때 더 많이 경험을 하게 된다. 그 이유는 '목표'가 있을 때 사람이 몰입을 할 확률이 크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테레비를 보거나 나와 같은 이유로(시간을 보내면서 불편함을 지우기 위해서) 게임을 한다면 그것은 '몰입'으로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목표가 있다면 이를테면 PD 지망생이 방송 트렌드를 분석하기 위해 몇 시간이고 TV를 보거나 랭커가 되기 위해 게임을 하는 것처럼 '목표'가 있다면 몰입이라고 할 수 있다.



몰입은 다소 추상적인 용어다. 그래서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사람들이 어떤 상황에 처하든 자기 하기 나름이다는 것이 이 책의 주요한 내용이다. 같은 행동을 하더라도 어떤 동기로, 어떤 목표를 갖고, 어떻게 행동하는가가 사람의 퍼포먼스와 발전 가능성을 달리한다는 말이다.


mark-516277_960_720.jpg 몰입은 자기 자신을 파악하는 데서 시작한다.


책은 다소 장황하고 일목요연하지는 않다. 그래서 내가 이해한 대로 정리를 해보자면 아래와 같다.



우선, 사람은 목표가 필요하다. 목표는 일의 동기부여와 효율성을 이끌어낸다. 동기는 '자기 목적성'과 '외재적 목적성'으로 나뉘는데 자기 목적성은 쉽게 말하면 '좋아서 하는 것'이 이유가 될 때를 말한다. 외재적 목적성은 '~을 하기 위해'가 이유가 될 때이다. 동기와 목표 중 무엇이 먼저인가 하는 이야기는 책에서 다루지 않는다. 나는 ~~ 이 좋아서 목표를 세울 수도 있고, 목표를 세우고 하다 보니 ~~ 이 좋아서 일을 하는 경우 둘 다 성립한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칙센트미하이 교수는 '자기 목적성'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좋아서 무언가를 하다 보면 '좋아하는 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그 관심이 유지된다면 일상의 순간에서도 우연한 발견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아르키메데스가 목욕탕에서 물을 넘치는 것을 보고 유레카! 하고 빨가벗고 뛰쳐나간 것도 자신의 목표에 대한 '관심'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이 관심은 투자한 에너지 대비 성장을 만들어낸다. 당구 실력은 당구장과 중국집에 얼마나 많은 돈을 쏟았나에 달렸다는 우스갯소리처럼 매 순간 관심을 가진 것을 생각하고, 그것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다 보면 어느새 자신의 레벨이 올라 더 좋은 실력과 깊은 통찰을 가질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관심을 갖기만 해서는 '몰입'의 순간에 이를 수 없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몰입'은 너무 쉬워도 너무 어려워도 할 수 없다. 때문에 자기 자신이 '목표'로 삼은(이왕이면 자기 목적성을 가진 목표) 일에 대해 나 자신의 현재 실력,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 이 과정을 어떤 책에서는 '메타인지'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내가 유튜브에 단편 드라마를 제작해 올리고 싶다고 가정해보자.(예시일 뿐 실제로 이렇게 작업한다는 것이 아니다.) 먼저 단편 드라마 제작을 위해 필요한 능력을 점검한다. 드라마 대본, 촬영-편집 기술(장비), 연기자, 장소 섭외 등이 필요할 것이다. 그다음에는 현재 나의 능력을 확인한다. 준비된 드라마 대본은 없고, 이렇다 할 카메라 한 대 없다. 연기는 해본 적도 없고, 그나마 나의 자취방은 촬영 장소로 제공할 수 있다. 대강 이렇다면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 단기간에 할 수 있는 일과 장기간에 걸쳐 준비해야 할 일을 나눠야 한다. 내가 평소에 글을 조금 써왔다면 대본을 쓸 수 있을 것이고, 항상 이용할 수 있는 자취방이라는 공간을 쓸 수 있다. 그렇다면 자취방을 주요 장소로 하는 대본을 준비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그에 반해 촬영과 연기는 해본 적이 없다. 이는 그 기술이 있는 사람을 섭외하거나 시간을 들여 자신이 능력을 키워야 한다. 단기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드라마 대본을 어떻게 쓰고, 트리트먼트나 콘티 등 작업은 어떻게 하는지 공부하는 일이다. 장기적으로는 촬영-편집과 연기를 할 인물을 섭외하거나 길게 보고 직접 공부하는 일이다.(이 드라마의 결말이 어떻게 날지는 잘 모르겠다.)



이처럼 자기 자신의 현재 능력을 파악하고,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타인과 협업해야 하는 일)을 가려내는 작업을 하면 내가 지금 어떤 것에 집중해야 '목표'를 효율적으로 이룰 수 있는지 알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목표 설정과 내가 '지금'해야 할 일이 명확히 정해지면 그 일을 규칙적으로 행하되 그 규칙이 유지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를테면 드라마 대본을 쓰기 위해서 컴퓨터에 앉을 일이 많은데 자신이 의지가 약해 관성대로 심즈를 클릭하게 된다면 '심즈가 삭제된' 컴퓨터 앞에서 작업을 하도록 만든다. 아침에 지하철로 두 시간 정도 출근길에 올라야 한다면 지하철에 있는 두 시간은 '드라마 작법책'을 보는 시간으로 설정한다. 잠자기 전 하루 두 시간은 프리미어 프로 교본을 공부하거나 점심시간을 이용해 짬짬이 드라마를 모니터링한다. 이러한 것들이 환경 조성이다.



내가 목표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도록 규칙과 조건까지 정해놓았다면 반복해서 실행해야 한다. 그러나 언제까지고 골방에 갇혀서 혼자 실력을 키우기만 해서는 안 된다. 자신이 올바르게 가는지 아닌 지를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때론 타인과 만나고 자신이 목표를 위해 하는 행동에 대해서 피드백을 받아야 한다. 피드백을 통해서 잘못된 부분은 개선하고, 강점은 강화하면 목표에 한 발자국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고, 삶의 질은 더 나아질 것이다.



이는 꼭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해야만 하는 일에도 적용할 수 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일에 몰입하여 더 나은 퍼포먼스를 이끌어 낼 수 있고, 가정에서도 가족을 위해 몰입하여 더 행복한 경험을 이끌어낼 수도 있다. 이쯤 읽으면서 드는 생각이 있을 것이다.



너무 뻔한 얘기 아니냐. 명확하게 목표 세우고,
내 현상황을 파악해서 규칙을 정하고, 환경 조성하고,
반복해서 실행을 하면서, 피드백을 받으면 뭔들 못하겠냐.



라고 말이다. 하지만 이 뻔한 이야기를 지키는 사람보다 지키지 못하는 사람이 세상엔 더 많다. 나 역시 대단한 법칙을 기대하고 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그런 것은 없었다. 이를테면 '몰입의 3법칙'같이 숏컷이나 '몰입한 후의 결과'를 칭송하는 간증 같은 것(당신도 할 수 있습니다!)을 기다렸는지도 모른다. 칙센트미하이 교수가 제시하는 '몰입'은 스킬이나 결과라기보다는 '삶의 태도'를 중요시한다.



몰입이라는 개념은 '자신의 삶을 통제하는 능력'에 가깝다. 자기 자신이 인생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통제력이 필요하다. 자기통제력이 강하고 자신이 가고자 하는 방향을 확실하게 아는 사람은 세상의 흐름에 휩쓸리지 않는다. 유행이나 대세보다는 자기 자신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을 따르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 요행은 없는 모양이다.



지금은 어찌어찌 컴퓨터의 굴레는 벗어날 수 있었다.(게임을 너무 못해서 욕을 먹다가 정이 떨어졌다.) 그렇지만 여전히 내 인생을 내가 컨트롤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늦었지만 '나의 목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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