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 [일기] 통의동에서 책을 짓다

'나'의 기록에서 '나'를 찾아가는 방법

by 이요마
8932908656_f.jpg 통의동에서 책을 짓다(2009)



*다시 매일 책 한 권 리뷰하기 16일 차




1. 들어가며



시간에는 끝이 없다. 다만 어제로부터 오늘을 거쳐 내일을 향해 한 방향으로 흐를 뿐이다. 해가 뜨고 지는 24시간 주기의 무한한 사이클 속에 우리는 살아간다. 인간은 (아직까지는) 시간의 규칙 속에서 살 수밖엔 없다. 때문에 시간을 얼마나 잘 쓰는가에 따라 개개인의 인생에는 차이가 생긴다.



누구에게나 시간은 평등하게 주어진다고 한다. 그럼에도 '차이'가 생기는 까닭은 자신에 대한 이해로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나 자신이 현재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얼마나 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왜 해야 하는지 자신의 역량을 분석하고, 동기나 목적을 정하면 일이 그런 고민이 없는 사람에 비교해볼 때 더 자신이 설계한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다.(물론 아무리 잘 설계하더라도 일이 늘 뜻대로 풀리지는 않는다.)



자신을 잘 이해하는 사람은 스스로를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으로 만들어갈 수 있다. 그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자신을 '통제'할 수 있다.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통제할 수 있다면 조금 더 효율적으로 시간을 쓸 것이고, 이는 그렇지 않았던 어제의 자신과 비교했을 때 큰 차이를 나타낼 것이다.



중요한 것은 다시 '나 자신을 이해하는 것'이다. 모든 사람은 저마다의 경험을 겪어왔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세상을 보는 시선을 갖는다. 그 과정에서 '나의 스타일'이라는 것이 형성되고, 자기소개를 할 때 "나는 이런 사람이야."라고 말할 거리가 생겨난다. 그러나 몇몇 사람은 착각을 한다. 자신의 직함이나 지위가 자기 자신이라고 생각하는 치들이 그런 부류라고 생각한다.


나는 '스타일'은 나의 현 위치가 아닌 평소 행동과 많이 쓰는 단어들 그리고 타인을 대하는 태도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라 생각한다.



인간의 기억력은 완전하지 않기에 우리는 우리가 했던 행동과 말을 온전히 복기할 수 없다. 다시 말해, 내가 아는 나 자신이 알고 보면 실제의 '나'가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런 '나' 자신을 파악해가는 가장 쉬우면서도 어려운 방법이 바로 '일기'다. 자신의 이야기이기에 포장도 화려함도 없이 술술 기록하면 된다. 그러나 꾸준히 쓰기가 어렵다. 우리네 일상은 특별한 행사(이를테면 여행)가 없으면 대개 어제와 오늘의 행동 패턴이 비슷비슷하기에 기록할 것이 없다고 생각하거나 지겨움을 느낄 수도 있기 때문이다.



2. 일기 속에서 '나'의 스타일을 찾다



'통의동에서 책을 짓다'는 출판사 열린책들의 홍지웅 대표가 2004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단 3일을 제외하고 쓴 일기를 약 800페이지 분량으로 엮은 책이다. 자신의 출판사 업무와 출판계의 이야기, 파주 사옥의 설계 이야기, 가족과의 대화 등 신변잡기 한 이야기들이 날짜순으로 배치되어 있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뼈저리게 느낀 것은


1년은 정말 길구나.


하는 것이었다. 24시간이 365일이나 있어 시간적으로 길다는 말이 아니다. 1년이라는 시간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이렇게 많구나 하는 의미이다. 홍지웅 대표는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한다. 물론 '한 가지만 잘해도 충분할 텐데 너무 많은 일을 벌였나'하며 한숨을 쉬는 기록도 있고 미처 관리하지 못하고 놓친 일에 대해 자책하는 기록도 있다. 그렇지만 그는 자신이 맡은 일을 일기를 쓰듯 하루하루를 쌓아가며 하나씩 이뤄간다.



그의 기록 속에서 파악할 수 있는 삶의 패턴이 몇 있었다. 따로 정리하지는 않았지만 반복해서 나오기에 '그 다움'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한 없이 크지만 한 없이 디테일한 태도다. 그는 큰 그림을 그린다. '공공성'을 염두하고 출판계가 함께 움직이는 일을 한다. 수십 억이 드는 파주 사옥을 계획하고, 회사의 연간 계획을 세운다. 한편으로는 출간을 앞둔 책 원고에서 오탈자를 몇 개씩 발견하거나, 새 사옥의 설계도를 집요할 정도로 상세하게 구상하고 만들어낸다. 매번 그 날의 식사비나 이발비를 기록하기도 한다. 역설적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는 큰 것과 작은 것의 조화는 사실 당연한 이치다. 처음부터 큰 일은 없다. 작은 것에서부터 덩치를 키워나가거나, 수많은 상세한 계획들이 모여 큰 기획이 되는 것이다. 큰 그림을 그리고 넓게 상상하되 놓치기 쉬운 기본에 충실하는 태도가 일기 곳곳에서 드러났다.



둘째, 꾸준함이다. 일기를 매일 썼다는 사실도 대단하지만(몇몇은 밀려썼다고 고백했다.) 거의 매일 같은 생각을 꾸준히 하는 것이 놀라웠다. 1년간의 기록들에서 연초부터 연말까지 반복되는 것은 '열린책들'과 '출판' 그리고 '파주 사옥'이다. 하루에도 여러 번 어떤 식으로 일을 진행해야 할까 고민한다. 그 고민은 밥을 먹을 때도 사람들을 만날 때도 회의를 할 때도 계속된다. 그는 작은 아이디어도 꾸준히 생각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면 점차 실현을 시켜나간다. 아이디어의 구상은 자유롭게 그러나 실제로 일을 처리할 때는 측정 가능하고(예측할 수 있는 방향으로) 현실적으로 구현 가능하게 계획한다. 한 번 계획한 설계는 퇴고를 하듯이 반복해서 고쳐나간다. 임기응변으로 일을 처리하는 것과 매일 그것을 생각하며 더 나은 것으로 꾸준히 수정해가는 것 중 어떤 것이 결과가 더 좋을지는 말하지 않아도 뻔하다. 속된 말로 토가 나올 정도로 미쳐서 일에 매달리는 모습에서 근성도 엿볼 수 있었다.



셋째는, 듣는 자세이다. 업무와 지위의 특성 때문일까 그는 하루에도 수차례, 사람들과 만나는 약속을 기록해 놓았다. 대개의 기록은 일에 대해, 과거의 일에 대해, 시시콜콜한 이야기에 대해 쓰였다. 타인에 대한 평가나 판단은 거의 없는 편이다. 외려 타인의 말을 듣고 자신이 한 생각을 정리하면서 배울 것은 취하고,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은 하지 않으려고 하는 스탠스를 취한다. 스스로 피드백을 하면서 '어제의 자신'과 차이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만들어낸다. 그는 '열린책들'의 직원들에게 반복해서 '차별화'를 말한다. 타사의 아이디어를 표절하는 것은 쓰레기통으로, 오직 '우리'가 할 수 있는 독창성으로 차이를 만들어내자는 원칙, 어쭙잖게 남들 하듯이 하는 것이 아니라 '색'이 확실하게 일을 하려는 철학은 일관적이다. 이러한 원칙과 철학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흔들리지 않는 원본'이 있어야 하고 더불어 '변화와 새로움을 흡수하는 융통성'이 공존해야 한다. 흔히 한 개인 혹은 특정 브랜드의 '스타일'을 말할 때 그것의 변하지 않는 부분에 주목을 하곤 한다. 그렇지만 무엇이든지 변하지 않으면 도태되고 뒤쳐진다. 나는 변하지 않는 '가치'만큼이나 새로운 환경에서 자신을 '변주'하는 능력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변주'는 새로운 것이나 타인의 의견을 듣고 내 것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듣는 자세로부터 시작한다. 지위나 나이의 고하나 새로운 정보에 대한 거부감을 내려놓고 '나'가 더 나은 '나'가 되기 위해 귀를 열어놓는 자세는 본받을만했다.



3. 학곰군의 마감 일기



책을 읽고 독후감 비스무리한 글을 마감하노라면 이상한 기분이 든다. 하루에도 수십 번 오늘 하루만 쉴까 하는 유혹에 뒹굴다가 자정이 다 되어서야 마음을 다잡고 글을 쓴다. 사실 이 글은 일기에 가깝다. 책의 내용보다는 내가 그날 했던 일과 생각했던 것들을 솔직하게 기록하는 편이다.



나는 바란다. 독후감들이 더 많아지기를. 그러나 재미있다 없다는 간단한 평가나, 나 몇 년간 몇 백권 읽었어하는 과시, 혹은 간단한 내용 정리에 그치지는 않았으면 한다. 한 권의 책을 백 명이 읽으면 백 가지의 다른 이야기가 나와야 한다. 우리는 저마다의 시선으로 저마다의 세상을 살아가기에, 서로가 다르기에 나 자신을 확인할 수 있다. 타인과 나의 비교는 같은 기준에서 우열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나와 다른 생각, 행동을 하는 타인의 다름과 때때로 있는 같음 속에서 차별점을 찾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답은 없다.



다만 기록 속에서 나와 내가 아닌 것들의 이야기 속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은, '어제의 나'와 (좋은 방향으로) 차이를 만들어가는 것일 게다. 매일의 흔적 속에서 반복적으로 보이는 일관적인 행동이 '내가 바라는 나의 모습'에 가깝게 하기 위해 나는 다시 반성하고, 계획적으로 오늘을 살아가야겠다 다짐한다. 내가 '나'답게 살기 위해서는 남에게서 핑계를 찾지 말고 나를 조금 더 통제하고 어제의 내가 잘못한 일을 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단순하다. 다만 꾸준히 하는 것이 어려워서 그렇지.(시간을 통제하는 건 쉽진 않을 것이야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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