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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요마 Apr 01. 2019

할 수는 있는데 하지 않은 시간들을 위하여

『매일 아침 써봤니?』을 읽고


매일 아침 써봤니?

김민식 / 위즈덤하우스

1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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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할 수는 있는데 하지 않은 시간들을 위하여>

* 이 글은 『매일 아침 써봤니?』의 리뷰보다는 개인적인 에세이에 가깝습니다. 책에 대한 정보를 찾기 위해 들어온 분들께는 심심한 사과를 드립니다.


  지난 주말 함께 글쓰기 모임을 하는 친구 U를 만났다. 우리 모임은 주제어를 선정하여 매일 글쓰기 연습을 하는 '작담'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미안하게도 나는 모임 내에서 작담에 불성실하게 임하면서 하지 못한 핑계와 내일은 꼭 하겠다는 다짐하는 포지션을 맡고 있다. 그에 반해 U는 매일 일정한 분량의 글을 쓴다. 다른 주제의 다른 이야기를 일정 분량 이상 써서 올린다. 마찬가지로 오늘도 나는 회사를 핑계로 작담을 걸렀고 내일은 한 줄이라도 쓰겠다는 다짐을 한다. 앗! U는 오늘의 글을 벌써 올려놓았다.  

  글을 쓰지 않고, 쓰지 않는 나의 모습에 죄책감을 갖는 시간이 반복되고 있다. 해야지 해야지 미루던 시간의 공백은 벌써 햇수로 3년이 다 되어간다. 여건이 안 되어서, 쓸 시간이 없어서, 야근이 생겨서, 약속이 생겨서 등등 다양한 이유들이 나의 글쓰기를 가로막았고, 내게는 '맘만 먹으면 잘 쓸 수 있는데~ 쓰지 못해 아쉽고 괴로워하는 이상한 글쓰기 자아'가 생기고 말았다. 내가 이렇게 변하고 있는 동안 U는 꾸준히 글을 썼다. 서너 편의 단편 소설을 쓰고 매일 작담을 하고 보여주지는 않지만 시도 쓴다고 한다. 지금처럼 앞으로를 살아간다면 당연하게도 U는 점점 글을 잘 쓰게 될 것이고, 아마도 나는 점점 자책감이 커지는 사람이 될 것이다.

  나는 U에게 쓰지 못함에 대해, 앞으로 열심히 할 것이라는 다짐에 대해 평소처럼 이야기했다. 그러자 U는 내 이야기를 듣더니 이렇게 말했다.


글쓰기라는 게 매일 쓰지 않으면 저항감이 생기는 것 같아. 


저항감. 이 단어를 듣고 깜짝 놀랐다. 이미 알고는 있었지만 콕 집어 단어로 이야기할 수 없었던 그 마음을 불현듯 대면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U의 말마따나 나는 저항감으로 말미암아 글쓰기와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시나위의 기타리스트 신대철 씨가 했다는 말, "기타가 팬더면 뭐하나? 손가락이 팬더야지."를 가슴에 새기며 좋은 장비를 갖추는 사람이 아니라, 어떤 장비로도 좋은 것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되겠노라고 마음먹던 시절이 나에게도 있었다. 핸드폰 메모장을 켜고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화장실에서, 아르바이트 중에, 때로는 여행 중 오른 산에서까지 아이디어가 생기면 어디서나 적고 빠르게 완성하여 브런치에 업로드하던 그런 시간이 있었다. 미친 사람처럼 글을 쓰고 업로드를 하던 동기는 그저 '재미'였던 것 같다.

  하지만 왕복 3시간 40분 ~ 4시간의 통근시간, 가끔 있는 야근, 떨어지는 체력 등 내가 하지 못할 핑곗거리는 많았고 하루 이틀 외면하다 보니 다시 빈 페이지에 글을 채워나가기 어려워졌다. 예전에 재미있었던 건데 못할게 뭐 있어?라고 묻는다면 황당할 수도 있겠지만 '부담이 되어서 쓰기 어렵다.'라고 말할 것 같다. 고료를 받고 쓰는 글도 아니오, 목숨 걸고 생계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경우도 아닌 개인 브런치 하나 쓰기를 부담까지 되느냐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내가 느끼는 부담감은 공백의 시간이 있었던 만큼 전보다 더 나은 글을 써야 한다는 강박으로부터 왔다.

  그 강박의 근원은 다시 '맘만 먹으면 잘할 수 있는데 하지 않아 자책감이 생기는 자아'다. 수능을 100여 일 앞두고 많이 나타나는 증상으로 내가 생각하는 나의 위치와 현재의 나의 실력이 어긋나면서 끝없는 괴로움의 굴레로 빠지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사실 U가 저항감이라고 말하기 전까지는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여전히 '하면 하는 사람'이기에 박살 나는 글들을 언제고 뽑아낼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자의식 무엇) 허나 U가 말한 포인트는 '맘만 먹으면 잘할 수 있는데 하지 않아 자책감이 생기는 자아' 즉, 하지 않음에 방점이 찍혀있었다. 어쨌거나 달리기 경주를 할 때 한 발자국 뗀 사람과 10초 안에 결승점까지 주파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에는 전자가 골인 지점에는 더 가까이 나아간 것이다. 먼저 한 발 디딘 사람은 제 속도로 걸어갈 수 있지만 그 사람이 성큼성큼 걸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생각만 하는 사람의 마음은 점점 복잡해진다. 잘난 척은 해놓았는데 혹여 앞서 걸어가는 저 사람한테 처참하게 지면 어떡하지 하는 두려움이 엄습한다. 이 고민이 사실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다는 사실을 제3자는 잘 안다. 허나 이런 딜레마에 빠져본 사람만이, 자신의 할 수 없음을 인정하는 게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불행을 전시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을 때


  최근에 이사를 하게 되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선택한 결정이었지만 가장 큰 계기는 한마디 말 때문이었다. 통근 시간이 길었기에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피폐해지던 나는 친구들에게 자주 힘듦을 토로했다. 출퇴근이 길어서 힘들다. 시간적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내 삶이 없어지는 것 같다. 비슷한 레퍼토리였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때처럼 나의 힘든 삶에 대해 하소연하던 중에 문득 습관적으로 불행을 전시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내가 여기 있는 너희들보다 제ㅡ일로 불행해!라고 의기양양하게 얘기하며 약간의 우월감 같은 것까지 느끼고 있었으니까. 허나 그게 다였다. 그 순간 무리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이 되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사는 사람이 되는 것 같았지만 그저 기분뿐이었다.  

  만약에 나를 모르는 어떤 사람이 학곰씨는 계속 출퇴근한 거예요?라는 질문을 누군가 하고, 나는 전처럼 네~ 제가 너무 힘들고 어쩌고저쩌고~라고 이야기했을 때, 상대가 "왜 환경을 바꿔볼 생각은 안 해보셨어요? 그렇게 자기 시간 없고, 힘드시면 방을 구해서라도 나왔어야죠~"라고 한다면 그땐 나는 어떻게 답할 것인가. 할 말이 없었다. 마찬가지로 맘만 먹으면 집 구해서 나올 수 있는데~ 00한 이유로~ 하지 못했어요.라는 말밖에는 달리 할 말이 없지 않은가. 그리고 그 사이 '할 수 있는데 하지 않는 시간들'은 나의 불쌍함을 키워주기보다는 무능력함을 뜻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짧은 순간에 했다. 남들이 나를 불쌍하게 보는 것도 다시 생각해보면 기분 나쁜 일이었다.


일단 매일 아침 일어나 써보세요.

  

  『매일 아침 써봤니?』는 나에게 많은 자극을 준 책이다. 책에서 저자 김민식이 던지는 메시지는 간단하고 명확하다. 일단 시작해보고, 이왕이면 재미있는 일을 하고, 꾸준히 하고, 나만이 할 수 있는 것을 해보라. 이게 전부다. 혹자는 빤한 얘기 또 하고 있네라고 생각할지도 모르는 이야기지만, 여타 자기 계발서들이 그러하듯 책의 내용을 실천만 한다면 뻔한 이야기는 뻔하지 않은 변화로 찾아온다. 다만 실천으로 이어가는 사람들이 적을 뿐이다.
  저자는 자신이 매일 블로그에 글쓰기를 하면서 생긴 일들에 대해, 평소에 친하게 지내던 옆집 아저씨와 맥심 모카골드 커피 한 잔 때리면서 얘기하듯 풀어낸다. 블로그 글을 매일 써서 그의 삶은 달라졌지만 인생 역전 로또 당첨 같은 드라마틱한 전개를 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매일에 충실하고 다음 날 글을 쓰기 위해 전날 일찍 잠드는 '기대가 되는 내일 / 아침'을 만드는 이야기를 담았다. 물론 몇몇 부분은 에피소드가 겹쳐 중복이 되지만 오직 결과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이 살아가는 궤적을 따라가면서 과정 과정의 맥락을 풀어냈다는 것이, 내가 난 사람이 아니더라도 나도 일상의 작은 균열을 내어 미래에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게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작은 희망(?)을 준다.

 

  아마 나의 글들은 일확천금이나 엄청난 부와 명예를 가져다주지는 못할 것이다. 허나 U가 그랬듯이, 김민식 PD가 그랬듯이 한 발자국씩 나아가는 사람이 되는 편이, 지난 3년간 생각만 하던 시절보다는 나을 것 같다. 여전히 두렵고 저항감이 생긴다. 괜히 이런 글 썼다가 또 망할까 봐 걱정도 된다. 


허나 나의,

할 수 있는데 하지 않았던 시간들을 위하여

매일은 어렵더라도 이따금씩 일단 해봐야겠다.


  이렇게 한 권 한 권씩 좋은 내용들을 실천해보고, 공유하면서 좋은 것들을 흡수하다 보면 언젠가는 드래곤볼에 나오는 셀처럼 겁나 짱 쎈 무언가가 되어있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글을 마친다.

(*일단 작담을 하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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