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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요마 Mar 29. 2019

어쨌거나 오각형 책리뷰는 계속되어야 하기에

뒤늦게 쓰는 인트로와, 이원석, 『서평 쓰는 법』을 읽고


서평 쓰는 법

이원석 / 유유

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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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뒤늦게 쓰는 인트로 + 서평 아닌 책리뷰에 대하여>

* 이 글은 『서평 쓰는 법』의 리뷰보다는 개인적인 에세이에 가깝습니다. 책에 대한 정보를 찾기 위해 들어온 분들께는 심심한 사과를 드립니다.



  오각형 책리뷰는 2018년 여름 내가 불현듯 책 리뷰에 꽂혀, 독서 모임 <느빌> 친구들을 충동질하면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진행이 여의치 않아(지난 글 참고 <시작하기를 두려워하는 당신에게 킾 허쓸! 일단 가보자!> ) 얼마간 조용한 시기를 보냈고, 지난 글을 기점으로 다시 매거진 연재를 시작했다. 

  허슬이라는 말은 내 가슴에 불을 지폈고 빡세게 데이터를 쌓기 위해 다시 글을 썼다. 애석하게도 개인적인 일들과 회사의 야근이 겹치며 의욕은 조금씩 사그라들었고 다시 아무것도 쓰지 않는 상황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쓰다만 작가의 서랍 속 미완성 글들을 삭제하다가 문득 처음 오각형 책리뷰를 시작하던 때가 떠올랐다. 지금과 다를 것은 없었다.

  첫 문단에서 불현듯이라는 세 글자로 요약했지만, 이 프로젝트의 탄생에는 나름의 맥락이 있다. 2018년 여름,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어느 날 점심. 나는 인천의 한 예비군 훈련장, 식당으로 쓰이는 컨테이너에서 6,000원짜리 도시락을 먹으며 바깥을 보고 있었다. 비가 더 내려서 실내 교육이나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나 하며 마냥 하늘을 보는데 문득 구름에 가려졌던 산봉우리와 능선이 슬쩍 보이다가 사라지더라. 그 모습을 보고 나도 모르게 이런 혼잣말을 뱉었다. 


저 순간은 지금에나 볼 수 있겠지.


  말을 해놓고 누가 혼잣말하고 있는 나를 볼까 주변을 살폈지만 다행히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나를 신경 쓰지 않았다. 내가 한 말이지만 왠지 그 한 마디가 멋있게 느껴져, 주머니에 있던 수첩에다 그 문장을 냉큼 적었다. 그리고 남은 오후 시간 나는 이런 생각을 계속했던 것 같다. 순간의 느낌은 딱 그 순간에만 존재한다는 것, 오직 나만 보고 느낄 수 있다는 것,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기보다는 나의 느낌에 집중하는 게 낫다는 것(혼잣말을 하고 두리번거리던 것이 영 마음에 걸렸다.) 등등... 그러한 생각들은 영감이 되어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졌고 가장 많이 하는 일인 읽는 일과 가장 하고 싶은 일인 글쓰기가 합해진 '책 리뷰'의 영역으로 확장되어 갔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오각형 책리뷰는 체계보다는 의욕이 앞선 기획이었고, 기획자인 나도 순간 떠올라 남에게는 설명할 수 없는 느낌적인 느낌만 있는 피상적인 프로젝트였다. 나는 구체화를 위해서 구성원들을 설득해 일단 쓰다 보면 뭔가 생길 거야 라는 말만 반복할 수밖엔 없었고 그렇다 보니 머리말이나 인트로 하나 없이 일단 글부터 올리게 되었다. 

  파일럿으로 몇 개의 글을 쓰면서 형식을 다듬고, 본격적인 론칭을 하려던 시점에 인트로를 쓰려고 하긴 했었다. '대한민국 출판과 서평 문화의 한 획을 긋기 위해 거국적으로 조직한 서평 암살단(?)' 같은 거창한 부제를 몇 번 쓰다 지우다가 결국은 폐기하게 되었고, 다시 쓰다 보면 뭔가 생기겠지 하는 마음으로 구성원들을 추동하여 인트로 없이 스무 개의 글을 쌓게 되었다.(목표도 방향도 없는 기획에 참여해준 모든 이들에게 고맙다.)

  뒤늦게라도 인트로를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건 두 명의 빅-로직-맨과의 상담 때문이다. 상담을 받기 위해 만난 것은 아니었지만 그들은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었고 효율적인 대안을 얘기해주었다.


네가 지치지 않는 시스템을 만들어 보자.


  첫 번째 빅-로직-맨은 느빌의 에디터 동석이다. 그는 냉철한 이성의 소유자로 데이터의 정확성과 지속가능성을 내게 수차례 조언했지만 나는 번번이 그의 말을 듣지 않았더랬다. 수없이 엎어지더라도 시행착오를 반복하다 보면 감이 잡히고 그것으로 말미암아 좋은 콘텐츠가 나올 거라는 내 말에 그는 늘 고개를 저었다. 그는 위험 /방해 요소를 제거하고,  작업을 최대한 간결하게 만드는 시스템을 구축하기를 제안했다. 그래야 내가 지치지 않고 더 멀리 갈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맞는 말이었다. 오각형 책리뷰의 장점은 여러 명의 에디터가 '자신이 읽었던 순간의 기록'을 남기고, 그 기록들이 차곡차곡 쌓이는 것이다. 이 콘텐츠의 최장점은 5년이고 10년이고 플랫폼만 망하지 않는다면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글 쓴 사람의 흔적들을 모을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쌓이는 글의 개수와 조회수는 유의미하다. 글 쓴 사람이 다음 글을 쓰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조회수보다는 특히 더) 글의 개수에 천착했다. 일주일에 12개 정도의 글이 업로드된다면 최소한 브런치 '오늘은 이런 책' 섹션은 장악할 수 있고, 한 달에 50여 편이 업로드된다면 최근에 이슈가 된 책들은 대부분 커버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렇게 자리를 잡을 때까지만 나를 갈아 넣는다면 매거진을 잘 정착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더랬다. 하지만 구성원 모두가 직장을 다니는 <느빌 에디터>들이 주 2회 이상 글을 쓰는 일은 쉽지 않았고,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기대에 못 미치는 업로드 속도에 예고 연재, 서평 공모전 연계 업로드, 마감일 픽스 등 많은 방법을 시도해보았지만 떨어지는 에너지 레벨을 한 두 사람 갈아서 만들어낼 수는 없었다.


너 되게 조급해 보여.


  빨리 이 매거진을 궤도에 올려놓고 알아서 굴러가게 해야 하는데... 하는 생각을 항상 했다. 하지만 말은 그렇게 해도 실천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외려 쓰지 못했다는 죄책감, 나는 이 정도밖에 안 된다는 열패감, 그리고 이 콘텐츠로 말미암아 셀럽이 되겠다는 빅-피쳐를 한때 그렸던 것에 대한 쪽팔림이 함께 몰려와 <오각형 책리뷰>는 언제나 마음속 부채로 남아있었다. 보란 듯이 잘 키워보겠어. 괜찮은 글들을 큐레이션 하겠어 생각할수록 글쓰기는 어려워졌고, 나중에는 부담감에 한 문장도 쓰기 어려워졌다. 

  에디터 동석과 이야기를 나눈 다음날 종로에서 고시공부를 하는 친구 B를 만났다. 그는 모 국가고시를 4년째 준비 중이고, 2차 시험을 100일 정도 남긴 상황이었다. 군대에서 만난 B는 서로의 바닥까지 경험했기 때문일까 나를 잘 알았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녀석은 내게 조급해 보인다는 말을 했다. 응? 내가?라고 말하면서 나는 퍽 큰 충격을 받았는데 배수진을 치고 공부하는 고시생에게 그런 말을 들은 탓도 있겠지만 그렇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으나 틀린 말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내가 한다는 허쓸은 사실 조급한 마음을 떨쳐버리려 안달복달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 나는 B에게 에디터 동석과 나눴던 '계획'에 대해 털어놓았고, 녀석은 내 얘기를 한참 동안 듣다가 이렇게 말했다.


너를 최대한 낮게 평가하고 계획을 다시 짜 봐!


  정확한 워딩으로는 "너를 개쓰레기라고 생각하고 계획을 짜야해. 오후 2시쯤 일어나서 2시간 정도 유튜브 보다가 밥 먹는데 1시간 쓰고 다시 인터넷 서핑도 좀 하다가 화장실도 갔다가 하고 나서 일을 한다고 계획을 세워야 해!" B는 긴 고시 생활에 계획에는 이골이 났을 텐데,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 건지 의아했다. 그는 이내 이 말을 덧붙였다. "그분(에디터 동석)이 네 계획을 효율적으로 잘 줄여줬잖아. 근데 그것도 너무 빡빡해. 네 계획은 1,000페이지 자리 이론서를 일주일 만에 두 번 보겠다는 얘기 같은 거야."

  녀석은 고시생만 할 수 있는 언어로 나의 조급함을 정확히 짚어줬다. 브런치의 한 섹션을 정복하겠다거나 서평계의 총아가 되겠다는 계획은 실은 꾸준히 무언가를 한 결과로 따라오는 부산물이지 그 자체로 목표가 될 수는 없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나는 조급했다. 프로젝트의 텐션이 떨어지고 후순위로 계속 밀리면서 결국 글을 쓰는 것이 두려워졌던 것도 결과를 증명할 수 없다는 것이 비참했기 때문이었을 게다. 빅-로직-맨들은 잔인한 정도로 맞는 말만 한다. 그래서 그들이 짜증 나면서도(?) 참 고맙다.


독후감은 독자만의 고유한 느낌을 표현하는 데 초점을 두어...(중략) 서평은 이와 다릅니다. 서평은 그 서평을 읽어 줄 다른 이의 세계로 나가고자 합니다. (중략) 서평의 일차 목적은 서평을 읽는 독자를 자기의 주장으로 끌어들이고, 독자에게 서평자의 생각을 받아들이게 하는 데 있습니다. 
-『서평 쓰는 법』, 「서평과 독후감」中


  나는 다시 어떻게 해야 하는가. 새로운 목표를 새우고 정진해야 하는가. 다시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추진해야 하는가. 서평 씬의 총아가 되기 위해 달려야 하는가. B에게 뜻밖의 말을 듣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전자책 TTS 기능으로 『서평 쓰는 법』이라는 책을 들었다. 서평이란 무엇인가, 좋은 서평은 무엇이고 나쁜 서평은 무엇인가, 어떻게 써야 하는가, 왜 써야 하는가 등등 책의 저자 이원석은 친절하게 때론 시크하게 서평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나눈다. 그의 모든 말에 동의할 수는 없었지만 많은 부분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들었는데, 인상적인 부분이 바로 위에 발췌한 부분이었다.

  <오각형 책리뷰>를 시작하기 전 나름대로 몇십 개의 책리뷰를 브런치에 기록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누가 읽을 것이라는 생각도 하지 않고 나 좋자고 쓴 글들이었다. 나는 서평이라고 생각하던 그 글들은 『서평 쓰는 법』의 분류에 의하면 '독후감'이었다. 대부분의 글이 "나는 이 책을 읽고 이런 감상을 느꼈답니다!"에서 그쳤다. 서평은 서평 자체로 주장이 있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내 독후감들이 서평이 되려면 책을 읽는 '순간'을 표현하는데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객관적으로 책을 '평가'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고, 그러한 평가로 말미암아 서평을 읽은 사람이 책을 볼 지, 보지 않을지 결정할 수 있게 만들어야 '의미'가 생긴다는 것이다. 때문에 나는 책을 읽고 평하는 글을 쓸 때 책임을 지어야 한다. 빠르게 많이 글을 쌓아 검색에 많이 걸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좋은 책을 고르고 그 책을 더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도록 설득하고 제안하는 일이라는 것을 비로소 깨닫는다.

  좋은 서평은 독자들 그리고 저자들에게도 닿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본다. 나는 <오각형 책리뷰>를 통해 좋은 책들을 공유하고, 묻혔지만 의미 있는 책들을 발굴해내며 책 읽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 더 나아가 이런 작은 글들이 모여 대한민국의 독서문화에 기여할 수 있다면 좋겠다.『서평 쓰는 법』의 저자가 제안한 대로 책의 제목부터 목차, 구성 책 밖의 주변 지식까지 포괄하여 독자들에게 새로운 맥락을 제시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아직은 나의 역량이 부족하다. 그래서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책 읽기와 책 리뷰를 하려고 한다.


책의 한 페이지, 한 문장일지어도 나에게 의미가 된 책들을 소개할 것이다.

어쨌거나 오각형 책리뷰는 계속되어야 하기에 다만 최선을 다해 읽고, 생각하고 나의 맥락을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 

그렇게 계속 읽고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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