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부자들, 『어쩐지, 도망치고 싶더라니』
나는 왜 자꾸 도망치지? 성격 문제인가? 많은 사람들이 하는 고민이리라. 그런 분들은 정신의학과 전문의들이 만드는 팟캐스트 '뇌부자들'이 펴낸 회피형 성격을 위한 상담서 『어쩐지, 도망치고 싶더라니』를 읽어보자. 잠깐, 자신이 회피형 인간인지 아닌지 모르겠다고? 아래 질문 중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일단 읽어보십시오. 도움이 됩니다.
- 중요한 일일수록 바로 시작하지 못하고 자꾸만 딴짓을 한다.
- 무슨 일에서든 최선을 다했다는 느낌을 가져본 적이 없다.
- 갑자기 화를 내고 뒤돌아서서 후회하는 일을 반복한다.
- 어린 시절 이야기를 꺼내는 게 힘들다.
- 무시당한다는 느낌 때문에 사람들과 오랜 관계를 맺는 게 힘들다.
- 사람들의 시선을 과도하게 신경 쓰고 있다는 걸 알지만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 권위에 약해서 조금이라도 위계적인 분위기가 조성되면 회피하려 한다.
- 사람들이 나에게 과도한 요구를 한다고 생각한다.
- 감정을 표현하는 일이 어렵다.
- 사람들이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걸 참지 못한다.
『어쩐지, 도망치고 싶더라니』에는 완벽하게 해내고 싶은 마음에 일을 미루는 시나리오 작가, 어릴 적 어머니로부터 받은 상처로 인해 아이에게 우발적으로 화내는 엄마, 등 다양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의 실제 상담 사례가 등장한다. 이들은 모두 자신이 왜 그러한 어려움을 겪는지 모른 채 정신과를 방문한다. 책은 첫 방문부터 몇 차례에 걸친 삼당 과정을 담았다. 치료 과정에서 전문의는 계속해서 '왜'와 최초로 어려움을 겪었던 상황, 그리고 관련된 어릴 적 기억을 묻는다. 대부분의 어려움은 상처 받은 경험으로 생긴 방어기제가 반복되면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상처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자동적으로 기능하는 방어기제는 폭식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하지만 하나는 분명하다. 같은 곤란을 반복하고 싶지 않다면, 즉 변화하고 싶다면 과거의 상처를 제대로 마주해야 한다는 점이다. 회피하지 않고 마주해야만 자동적으로 기능해버리는 방어기제의 작동 원리를 알 수 있고, 기계가 그러하듯 원리를 알아야 문제 해결이 가능해진다. 단, 방어기제를 알고도 같은 상황을 반복하고 마는 자신에게 실망하거나 자신을 미워할 필요는 없다. 방어기제는 패턴화된 대응 방식이기 때문. 다시 말해, 방어기제가 작동하는 패턴은 뇌의 무의식적 영역인지라 내 의지로 어찌하기 어렵다. (이 단순한 사실이 묘한 위로가 되기도 한다.) 그저 변화하고 싶다면 꾸준히 훈련하고 연습하면 된다. 여기서 중요한 건 변화의 정도보다는 변화하려는 자신에 집중하는 일이다. 얼마나 나아졌는지를 생각하면 쉽게 무력해지기 때문이다.
『어쩐지, 도망치고 싶더라니』는 실제 상담 과정을 담았기 때문에 면담을 따라가며 자신의 문제를 살펴보기 좋다. (물론 전문의와 직접 상담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고 좋습니다.) 중간 중간 전문 용어를 설명하면서 상담을 보여주기 때문에 술술 읽히면서도 믿음이 간다. 그러니까, 병원에 가보고는 싶은데 아직 용기가 나지 않거나 애매한 상황일 때 읽으며 자신의 마음은 어떤 장애물에 걸려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지 점검해보고 살펴보기 좋은 책이다. 책이 마음에 들었다면 저자인 팟캐스트 뇌부자들을 들어봐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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