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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요마 Apr 29. 2016

랍스텅의 우울 에세이

진지를 머금은 개소리 한 마당

* 다소 혼란스럽습니다.

* 라이킷이나 댓글을 환영하긴 하는데 저라도 부끄러워서 못할것 같긴 합니다. 이해합니다.

* 분류상 감성 에세이입니다. 에세이 에세이

* 이전의 이야기들과 전부 이어집니다. 상단에

진지를 머금은 개소리 한 마당 을 누르면 볼 수 있어요.


1. 훈방


  랍스텅은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훈방조치되었다. 그는 집으로 가기 전에 집에 있는 사과를 깎아 먹고싶어 다이소에서 과도를 하나 샀다. 손잡이가 노란 색인 톱니칼은 천원이었다. 집에 있는 쟁반과 깔맞춤을 하면 매우 예쁠 것 같았다. 이내 '어멋. 이건 영혼을 바쳐서라도 사야만해.'라는 생각을 했다. 그는 주머니를 뒤적였고 손에 잡히는 동전을 모아보니 천백원이었다. 안도의 한 숨을 쉬고 칼을 샀다.


  그의 집은 걸어서 40분 거리였다. 가까운 거리는 걸어다니는 그였기에 평소처럼 14ㅡ1번 버스에 올랐다. 버스에서 서서가면 그것도 충분한 운동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수중에 버스비를 낼 돈이 없었다. 그는 묘안을 떠올렸다. 동전을 넣는 곳에 손만 가져다 놓고 입으로 쨍그랑 하고 말하면 깜빡 속아넘어갈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동전을 받는 통은 들어간 금액이 디지탈하게 나타나는 전자식이었다. 랍스텅은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


  어쩌지. 인질극이라도 해야하나?

 2. 인질극


  그는 유치장에서 쪼그려 앉아있을 때 경찰서 한 쪽에 있는 테레비에서 버스를 훔쳐 인질극하는 영화를 본 것이 문득 떠올랐다.


뭐라구요?


  기사가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랍스텅은 속마음을 자기도 모르게 입밖으로 내뱉은 것이다. 허언증이 있는 랍스텅은 자신이 뱉은 말을 또 믿어버렸다. 그는 맨 앞자리에 서있는 여자를 뒤에서 붙잡고 다이소에서 산 노란 톱니칼을 그녀의 목에 가져갔다. 여자는 외에에마디(외마디라기엔 문장이어서) 소리를 질렀다.


No one like me!


  랍스텅은 순간 당황했다. 외국인이었다니! 이대로 인질극을 계속하면 어글리 알로망이 되어 알로망 공화국의 관광수입에 악영향을 끼칠지도 모른다. 경기가 안 좋은데 외국의 달라마저 끊기면 우리나란 끝이다. 라고 생각했다. 허나 아무렴 어떤가 경기가 호황이어도 프로 인질범인 자신은 인질극을 계속해야했고, 직업의 소명의식을 갖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해야했다. 그게 애국이었다.


너 입닥쳐! 너 나 지금 동정해?
하 참 되는 일이 하나토 업써.


  그는 화가나지는 않았지만 프로였기에 어느 드라마에서 본 것처럼  화를 냈다. 그러나 인질로 잡힌 외국인은 어처구니 없다는 듯이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아차! 급한 나머지 포장을 뜯지않은 것이다. 그 사실을 랍스텅만 알지 못했다. 그는 혼신의 힘을 다해 범죄를 저질렀다.


내가 돈이 없어서 요금을 못내냐!
유전 무죄! 무전 유죄!
No one like me!


여자는 외에에마디 기합과 함께 랍스텅을 엎어치기로 던져버렸다. 하필 그녀는 유도(Judo ㅎ) 유단자였다. 그리고는 그를 고이 접어서 출입구 계단에 내동댕이쳤다. 랍스텅은 객기를 부렸다.


이게! 죽고싶어!


외국인이 그에게 점점 다가왔다. 랍스텅은 사기가 꺾였다.


아니; 그게 아니구요. 그 칼좀 주시면 안될까요? 오지는 마시구요. 저기요.


  말이 통하지않았다. 랍스텅은 이 위기를 벗어날 방법을 궁리했다. 그녀는 다가오고 있고 만약 자신을 집어든다면 이번엔 계단이 아니라 시멘트다. 저기 까끌까끌한데 꽂히면 엄청나게 아플 것이다. 라는데 생각이 미치자 그는 머리를 쥐어짜냈다.


저기요. 제발 칼은 주시면 안될까요? 사실은 제가 드니로라고 그 양반 납치사건을 조사중입니다. 응?


  그럴듯한 변명이었다. 아니. 그는 잊고 있었던 것을 떠올렸다. 자신이 사실은 경관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는 이번에도 자신의 말을 강하게 믿었다.

  여인은 무서운 얼굴을 거두고 그를 쳐다봤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자신을 공격하려는 태도는 아닌 것 같았다.


no one like me.

  그녀가 말했다. 랍스텅은 우물쭈물거렸다. 영어는 젬병이기 때문이다. 어ㅡ어ㅡ 거리고 있었다.


no one like me.

  여자는 같은말을 하는 것 같았지만 대답할 수가 없었다. 어ㅡ어ㅡ


아임 파인 땡큐 앤드류?

  퍽. 버스기사가 벌떡일어나 영어로 말하며 출입구 계단에 앉아있는 그를 발로차서 바깥으로 내보냈다.


출입문 닫습니다.


랍스텅은 시멘트가 아닌 것이 아니라 생각했다. 아스팔트는 뜨겁지만 괜찮아. 그는 자기가 흰개미가 된 것 같다 생각했다. 머리 가슴 배. 구분도 없이 잘려버린 시체 같다고 생각했다. 괜히 서러워져 그 자리에 고꾸라진채로 펑펑울었다.

  경찰은 그를 다시 거두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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