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책에는 진실이, 나에게는 신뢰가

뭐라도 쓰기 7일차

by 이요마

신문을 보다가 장은수 대표 칼럼 중에 이런 문장이 있었다.



독자한테 가장 흥미 있는 것은 답이 아니라 질문이다.
정보는 작가 또는 독자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거드는 것일 뿐
그 자체로 아무 가치가 없다.



이 말에 어느 정도 공감한다. 쭈욱 읽어내려가다가 멈칫하는 순간이 있는 글. 잠깐 딴 생각을 하게하는 글. 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글. 그런 글들은 대개 질문을 주는 순간들이다. 작가의 관점에서 나오는 인사이트나 유려한 문장에서 나오는 경이로움, 멋진 서사를 가진 이야기가 주는 재미 모두 질문을 재생산하고 독자가 생각하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나는 언젠가부터 화두를 던지는 글을 쓰지 못하고 있다. 감상보다는 팩트와 수치에 기반해서 작성하는 보고서에 익숙해지면서부터 글에 읽을 여지를 남기지 못한다. 이렇게 잡글을 쓰는 이유도 내가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는 의문 던지기, 세상에 질문하고 조금이나마 그 답을 찾아보는 과정을 되찾고 싶어서이다. 균열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내가 들어가고 싶어하던, 여전히 동경하는 문학씬은 많이 아프다. 아픈 정도가 아니라 썩은 부위를 도려내야할 정도로 고통스럽다. 주변인으로써 왠지 모르게 나도 그들의 판을 그렇게 만든 데 기여한 건 아닐까 반성하기도 한다. 떨어진 신뢰는 회복하기가 어렵다.


나도 마찬가지다. 가끔씩 내가 신뢰를 많이 잃었구나 하는 순간이 있다. 체크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 엄청 수동적인 사람이 된 기분이다. 세상에 균열을 내고 질문을 던지려던 나는 사라지고 이게 정답일까? 고민하는 줏대없는 나를 발견할 때가 있다. 아마 사람들은 스스로의 신뢰를 잃은 나를 아마 갑갑해 하고, 해야할 일을 하지 않는 사람으로 생각할 것이다. 어쩔 수 없다. 믿음을 잃게한 건 내 잘못이고, 나는 그저 다른 것들에서 점수를 획득하면서 사라진 신뢰감을 다시 쌓아가야 한다. 다 내 잘못이다.


몇 년을 쌓은 관계든 지금 내가 폼이 좋지 않다면 큰 의미는 없다. 다만 지금 잘하는 사람의 리드를 기다리거나 그들이 맞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내가 맞춰가야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아마 그건 그들도 바라는 것이 아닐 것이다. 누가 떠먹여주기를 바라는 지금의 나약함은 조금씩 지워가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건을 달지 아니하고 천천히 다시 나를 빌드업 해가야겠지.


매일 쓰다보면 좋은 점은 막연하게 흐릿하게 싫기만 하던 나의 모습이 어떤 지점이 잘못되었고, 어떤 지점이 별로고, 어떤 지점이 좋은 지 조금씩 드러난다는 점이다. 잘못된 것은 고치고 나은 모습으로 개선할 여지가 있기에 바꿀게 많은 나는 아마 완벽한 사람이 흠을 개선하는 것보다 더 높은 퍼센테이지씩 변화를 해갈 수 있는 것이다. 여지가 있다는 것은 변화의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지금은 비단 탈피한 가재마냥 작은 말 하나에도 상처받고, 작은 행동 하나도 집에서 크게 후회하고 있지만 새로운 껍질이 굳는 미래에는 조금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다시 세상에 질문을 던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6. 자기연민은 그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