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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요마 Jul 04. 2016

1. 시작

그림을 연습합니다.

  그림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제가 그림을 '잘' 그린다면 좋을텐데 애석하게도 그러지는 못합니다.

  2014년 5월 무슨 생각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4B연필과 연습장을 사서 다짜고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고등학교 미술시간 이후로 처음으로 4B연필을 잡았으니 결과는 뻔하지요. 그림을 그리긴 했으나 잘 못 그렸습니다. 잘못 그린건 아닙니다. 능력에 맞는 그림을 그렸을 뿐입니다. 저도 알았습니다. 그림은 직업으로서 나의 길은 아니구나 하는 것을 말입니다.

  페이지를 만들어 그림을 업로드했습니다. 내심 바랐습니다. 내 그림 실력이 지금은 똥꾸멍이라도 점차 나아지는 모습을 사람들이 알아줄 것이야!

  네. 저의 천진난만한 착각이었습니다. 그땐 여러 그림을 겁도 없이 그리고 업로드했었는데 한 여자연예인을 그려놓고 친구에게 맞춰보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내심 기대했죠. 친구의 답은.

근데 사람이긴 한 거지?

    

  저는 펜을 꺾었습니다. 그러다가 다시 스케치의 요정이 제게 날아와 충동질을 했습니다. 요정은 강산에씨 마냥 너라면 할 수 있을 거야. 할 수가 있어! 그게 바로 너야! 하고 제 마음을 간질였습니다.

  그래서 2016년 1월 1일. 다시 그림을 그려 페이지에 게시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당시 배구에 꽂혀있던 저는 여자부 선수들의 얼굴을 그려 올렸습니다. 저는 학습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이었습니다. 또 다시 사람들이 나의 발전에 핀트를 맞춰 그림을 봐주기를 바랐습니다. 허나 돌아오는 건 한 친구의 댓글.

ㅡ그림 접어라.

ㅡ모델에게 미안하지도 않냐

ㅡ어휴.


  저도 사람인지라 짜증이나서 계정의 친구끊기를 하고 며칠 더 올렸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가 이 사실을 알았는지 말합디다. 너가 못그리는 걸 말하는 게 잘못된 거냐. 내 충고를 무시하는 거냐. 그러면 너 그림 그정도 수준으로 사는거다. 등의 이야기를 합디다. 그래서 너 비난 듣는게 나의 그림실력에 도움이 안 된다. 그딴 거 필요없다.고 말했고 어찌저찌 말다툼이 이어졌습니다.

  결국 원인은 저의 그림 실력이고, 그림을 '잘 못'그린다는 것은 제가 '잘못'한 일이고 또한 그 '잘 못' 그린 그림을 인터넷 페이지에 게시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었습니다.

  저는 그림을 못 그리는 사람이 그림을 그리고 인터넷에 게시하는 게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사회에서 악으로 규정된 것을 찬양하거나 자신의 프레임으로 왜곡된 혹은 잘못된 정신, 종교, 사상 등을 전도해 선동을 하지도 않습니다. 특정인을 비난하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그림을 남들만큼 못 그릴뿐입니다. 속된 말로 조오오온나 못 그릴뿐입니다.

  미술학원을 다녀보라는 충고도 몇 번 들었지만 듣지않았습니다. 저는 그림으로 먹고 살 수 없습니다. 제 실력을 알아요. 그리고 미술학원을 다닌다 해도 제 능력으론 미술로 돈을 벌 수 없을 것입니다. 그냥 그립니다. 잘 그리지 않아도 내가 그린 그림이기를 바랍니다.(이건 글도 마찬가집니다.)

  글이 길었습니다. 비록 못 그릴지언정 그려보겠습니다. 일주일에 하나씩 그려보려고 합니다. 잘 그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안 되어도 어쩔 수 없습니다. 그냥 마음 가는대로 그리겠습니다.(물론 2014년 5월보다는 아주 마디게 실력이 늘긴해서 지금까지 왔습니다.)


  그리고 당분간은 배구선수들을 그릴 건데... 비루한 실력으로 인해 그분들에게 혹시라도 피해가 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글이 길었습니다.


2016. 6.25 ㅡ 7.3

1. 현대건설 이다영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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